"다 기계로 바뀌면..." AI 대전환기, 중국 노동자의 속내
2026.07.09 11:32
| ▲ 2026년 6월 17일 방문한 중국 칭다오에 위치한 aT 칭다오 한국농수산식품물류센터의 모습. |
| ⓒ 박혜경 |
"우려도 당연히 있죠, 왜냐하면 나중에 생산력이 증가되면서 모든 것이 다 기계로 바뀌게 되면..."
6월 17일 중국 칭다오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칭다오 물류센터,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만난 중국인 노동자는 AI 자동화에 따른 변화를 묻자, 걱정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그가 종사하는 물류 작업들도 AI 자동화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분야였다. 그의 '우려'는 미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정부 정책과 관련된 질문으로 이어지자 그는 "정부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즉답을 피했다.
<오마이뉴스> 취재진은 지난 6월 중국 칭다오 현지 취재에서 칭다오항(산둥항) 부두와 세계 최초 무인전기차 충전소를 각각 방문했다. 두 곳 모두 AI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노동자들이 사라진 장소였다.
지난 5월 칭다오시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섬 '라이뎬다오(来电岛)'의 경우, 1200대의 무인전기택배차들을 종합 관리하는 곳이지만, 이곳에 근무하는 상시 노동자는 한 명도 없다. 전기차 충전과 세차, 정비까지 차량 관리의 전과정을 자동화했기 때문이다. 최소 40-50명의 노동자가 있어야 할 자리가, AI 자동화 시스템 하나로 대체됐다.
충전소를 만든 회사 신석기(新石器) 관계자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 50명에 관리자 월급까지 주면 인건비가 한 달에 적어도 6000만 원 이상이고, 그게 8시간 기준이니까 24시간 돌리려면 1억 8000만 원이 나간다"고 했다. 회사는 비용을 절감하지만, 충전소 1곳을 설치할 때마다 차량 정비와 관련된 40-50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AI 자동화라는 밝은 '빛', 사라진 노동자의 어두운 '그림자'
칭다오항 부두 역시, 4세대 완전 자동화 터미널이 구축된 상태였다. 실제로 항만에 정박한 배에서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옮겨 나르는 작업이 실시간 이뤄지는 현장은 모두 기계 자동화로 이뤄지고 있었다. 넓은 항만 부두에서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칭다오항 측 관계자는 "가동 초기 시간당 26개였던 크레인 1대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현재 62개로 두배 이상 뛰었다"면서 자동화에 따른 성과를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장비들이 현대화되어서 노동요를 부르며 일하는 풍경은 사라졌고, 과거의 역사로만 보존되어 있다"고 말했다.
완전 자동화 터미널이 구축된 이 항구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총 9명, 3교대로 실시간 현장 근무 인력은 6명에 불과하다. 컨테이너와 짐을 옮기고 싣는 단순 작업이 아닌, 자동화 터미널의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한 인력들이다. 항구 관계자의 말대로 항만 노동자들이 '노동요'를 부르면서 짐을 나르는 모습은 이곳에서 영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이같은 AI 자동화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 ▲ 2026년 6월 18일 방문한 중국 칭다오항의 모습. 칭다오항은 아시아 최초 무인 자동화 항구이다. |
| ⓒ 박혜경 |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 등 17개 부처가 공동 발표한 '로봇+(Robotics+) 응용 행동계획'을 보면 제조업과 농업, 건축, 물류 등 10대 산업을 자동화 대상으로 명시했다. 전통적으로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에서 로봇과 AI 자동화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무인전기차 충전소를 만든 신석기(新石器)도 중국 내 무인충전소 300개를 추가 설치하고, 무인택배차량도 30만 대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가 AI 자동화 방침을 정하고, 중국 기업들이 이를 발 빠르게 이행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자동화로 밀려나는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내긴 어렵다.
이와 관련해 송두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중국 칭다오 부법인장은 "중국은 잘 아시겠지만, 민중의 소리가 위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면서 "제도적 전환이 있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기존에 있던 분들의 이익이 저해되는 것에 대해 크게 공론화가 안된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관계자들에게도 틈날 때마다 일자리 소멸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괜찮을 것", "다른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만 반복할 뿐, 뚜렷한 해답을 듣진 못했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만난 신석기(新石器) 측 관계자는 AI 전환에 따른 일자리 부족과 관련해 "일할 곳은 많다, 충분히 할 만한 일인데, 월급이 너무 적다고 하니까 자리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전통 제조업이 AI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 중국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배달 서비스 분야를 꼽을 수 있다.
6월 18일 오후 중국 칭다오 대형쇼핑몰 완샹청(万象城), 한 프렌차이즈 찻집 앞에는 노란색 헬멧을 쓴 배달 노동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개점을 기념해, 음료를 정가의 10%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이 진행되자, 배달 주문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인데, 칭다오시 배달 노동자들의 숫자를 짐작케할 만큼 많은 숫자였다.
칭다오 도로 곳곳에선 배달 노동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쉴새없이 오갔다. 이처럼 많은 배달 노동자들이 활동하면서, 칭다오 내 배달 서비스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장난감을 배달시켜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고도화됐다.
노동자 없는 항구, 배달노동자 몰려든 백화점 카페
| ▲ 6월 18일 오후 중국 칭다오 대형쇼핑몰 완샹청(万象城), 한 프렌차이즈 찻집 앞에는 노란색 헬멧을 쓴 배달 노동자들이 인산인해였다. 배달노동자들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
| ⓒ 신상호 |
지난 6월 7일 싱가포르 <연합조보(联合早报)> 보도를 보면, 중국신고용형태연구센터는 중국에서 제조업 등 전통 생산직 노동자 규모는 2024년 4억 2500만 명에서 2025년 4억 2700만 명으로 제자리 걸음이었다. 반면 음식 배달 종사자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15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조보>는 이를 근거로 "중국의 경제 구조는 점차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AI 자동화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배달 노동자 등 저임금 서비스에 대해선 완급을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분야가 중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일자리 안전망'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송 부법인장은 "배달도 드론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현재 배달과 같은 저임금 서비스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분들을 많이 흡수하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중국이 그걸 다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저임금 서비스는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고 했다.
향후 중국 배달 노동자들의 숫자와 성장세는 중국 AI 산업 자동화와 함께 주목해볼 지점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 자료]
연합조보
https://www.zaobao.com.sg/news/china/story20260607-9169767
로봇+" 응용 사업 시행 계획 발표
https://www.gov.cn/zhengce/zhengceku/2023-01/19/content_5738112.html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중국인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