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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절박한 외침, 제도를 바꾸다... 고양시 주민자치 조례 개정

2026.07.09 11:41

고양시, '주민자치회 설치·운영 조례' 일부개정안 7월 10일 공포 및 시행풀뿌리 민주주의의 최일선에서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온 고양특례시 44개 동 주민자치회에 새로운 활력이 돌고 있다. 지역 사회의 오랜 숙원 과제였던 '주민자치위원 임기 연장'과 '시 단위 주민자치협의체 법제화'가 마침내 명문화된 조례로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제304회 고양시의회 임시회에서 의결된 '고양시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가 2026년 7월 10일 자로 민경선 고양시장의 이름으로 공식 공포되며 즉시 시행에 돌입했다. 단순한 행정 규칙의 변화를 넘어, 현장에서 땀 흘리는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가 시의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 제도의 혁신을 이끌어낸 모범적인 자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고양시가 각 동 행정복지센터 및 주민자치회에 배포한 조례 일부개정 공포 안내문. 위원 임기 확대(두 차례 연임)와 고양시 주민자치협의체 근거 신설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정 사항이 붉은 글씨로 강조되어 있다.
ⓒ 고양시 제공

마을 사업의 뼈대 세우기엔 너무 짧았던 4년... '최장 6년' 연속성 확보

이번 조례 개정안의 첫 번째 핵심은 제8조(위원의 위촉 등) 및 제24조(위원의 임기)에 명시된 임기 제한의 완화다.

과거 규정은 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하고,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못 박아 두었다. 많은 주민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려는 순기능도 있었으나, 현실적으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다수의 주민자치위원들은 "마을의 현안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세워 예산을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궤도에 올리려면 최소 3~5년이 걸린다. 하지만 일이 손에 익을 만하면 의무적으로 자리를 떠나야 해 업무의 맥이 뚝 끊긴다"고 입을 모았었다.

▲ 신·구조문대비표. 현행 제8조와 제24조의 "한 차례"라는 문구가 개정안에서는 "두 차례"로 명확히 수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고양시 제공

개정된 조례는 이러한 맹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연임 횟수를 '두 차례'로 늘려, 부칙 제2조의 연임 계산 방식에 따라 위원들은 최장 6년(기본 2년+연임 2회)까지 연속성을 가지고 마을 사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조항은 조례 시행 전에 위촉되어 현재 임기 중인 모든 위원에게도 소급 적용되어 행정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유리천장 깬 '주민자치협의체'... 제도권 내 공식 파트너로 격상

두 번째 핵심 변화는 제42조의2(주민자치협의체의 설치 등) 조항의 신설이다. 이는 44개 동 자치회장들이 행정부와 대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고양시 주민자치협의회는 자발적인 임의 단체 성격으로 운영되어 왔다. 때문에 시 전체를 아우르는 굵직한 자치 정책을 협의하거나, 예산 지원을 받는 데 있어 늘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벽에 부딪혀야만 했다.

▲ 신설된 제42조의2(주민자치협의체의 설치 등) 세부 조항. 시협의체의 구성 요건, 임기, 협의 사항, 회의 소집 조건(분기별 1회 정례회의)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 고양시 제공

신설된 조례에 따라 '고양시 주민자치협의회'는 공식적인 법적 지위를 획득했다. 각 동의 자치회장으로 구성되는 이 협의체는 분기별 정례회의를 열고 지역공동체 형성, 정보교류 등을 논의한다. 시장이나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임시회의도 소집할 수 있으며, 회의 참석 수당 지급 근거까지 마련되어 안정적인 기구 운영의 동력을 확보했다.

변화 만든 시민들의 목소리

▲ 덕양구청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참석자들. 단순한 새해 인사를 넘어, 조례 개정을 향한 시민들의 뜨거운 공론의 장이었다.
ⓒ 박상준

기자는 이러한 변화가 결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행정적 시혜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월 21일 덕양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6 고양시 주민자치협의회 신년 하례회 및 법제화 토크콘서트'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이를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주민자치회, '시범 실시' 꼬리표 뗀다"... 고양시 민·관·정 한목소리)

당시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현장에는 300여 명의 주민자치위원이 입추의 여지 없이 모여들었다. 의례적인 덕담 대신, 단상에 오른 패널들과 객석의 위원들은 한목소리로 고양시 자치 조례의 한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자가 당시 현장에서 만났던 한 위원의 날 선 지적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마을 사업이라는 게 1년 차에 기획하고, 2년 차에 예산 따고, 3년 차에 겨우 삽을 뜨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4년이면 무조건 나가야 하니, 매번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게다가 44개 동이 뭉쳐서 시장과 정책을 논의하려 해도, '법에 없는 단체'라며 번번이 외면당하는 게 우리 자치위원들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이날 300여 시민이 뿜어낸 열망은 시의회를 움직였다. 지역 사회의 끈질긴 설득과 정책 제안이 이어졌고, 마침내 시의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입법으로 담아냈다.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공소자 의원(김수진 의원 찬성)의 제안자 및 제안 이유 문서.
ⓒ 고양시 제공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공소자 의원은 제안 이유서를 통해 당시 시민들의 요구를 정확히 관철시켰다. 공 의원은 제안서에 "주민자치회 위원의 연임 제한을 완화하여 운영의 연속성을 제고하고, 시(市) 단위 '주민자치협의체'를 제도화하여 자치회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주민자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함"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시민의 목소리가 시의원의 펜 끝을 통해 고스란히 조례로 탄생한 것이다.

조례 개정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이제는 자치 역량으로 증명해야"

7월 10일 조례 공포 소식이 전해지자 고양시 전역의 주민자치 현장에서는 고무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월 토크콘서트 현장에서부터 이번 조례 개정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한 동(洞) 주민자치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벅찬 소회를 전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았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목소리를 내고 토론하며 제안했던 안건이 한 자 한 자 법으로 명문화된 것을 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하지만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감도 무겁습니다. 연임이 보장된 만큼 자칫 조직이 정체되지 않도록 스스로 쇄신해야 하고, 새롭게 법적 권한을 얻은 시협의체는 108만 시민을 위한 진짜 자치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의 말처럼, 조례 개정은 완성이 아닌 새로운 출발선이다. 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고양시 주민자치협의체가 어떻게 지역의 갈등을 중재하고, 행정부와 건설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고도화해 나갈지, 44개 동 자치위원들의 발걸음에 고양시의 시선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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