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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모 겪을 바엔 차라리"…50대 은행원 퇴직 속출하는 이유

2026.07.09 07:01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50대 지점장 A씨는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지점 통폐합으로 일하던 지점이 없어지자 고민 끝에 퇴직을 결정했다. 그는 과거 여신심사 경험을 살려 중소형 캐피털사 심사역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50대 부지점장 B씨는 지난달 지역 내 출장소장으로 발령받았다. 점포 수 감소로 지점장 승진이 어려워지자 규모가 작은 출장소로 밀린 셈이다.

50대 시니어 은행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조직 슬림화로 임원 승진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지점장 자리는 해마다 줄고 있어서다. 후배 밑에서 일하거나 자존심 접고 출장소장으로 가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런 수모를 겪을 바엔 차라리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퇴직 시기를 앞당기는 고연차 은행원이 속출하고 있다.
◇50대 떠나고 2030은 안 떠나

일러스트= 추덕영 기자

8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퇴직률(정년·희망퇴직 등 포함)은 7.81%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0.39%포인트 높아졌다.

시니어 은행원의 퇴직률 상승세가 가팔랐다. 50세 이상 직원 퇴직률은 2023년 12.01%에서 2024년 12.32%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엔 14.67%로 치솟았다. 1년 새 2.35%포인트 뛰며 15%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60세 정년 전에 나가는 희망퇴직이 급증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희망퇴직자는 2470명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다.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선제적으로 인력을 축소하려는 은행들이 희망퇴직 규모를 키운 영향이다. 올해도 연초 희망퇴직 규모를 감안할 때 2000명 넘는 인원이 은행을 떠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취업이 힘들어진 20대 은행원의 이탈은 줄었다. 4대 금융지주의 30세 미만 직원 퇴직률은 2023년 8.66%에서 2024년 8.56%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 7.7%로 하락했다.
◇시니어 직원 밀어낸 온라인·AI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50대 은행원의 입지가 더 좁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시니어 직원의 주요 보직인 ‘지점장’ 자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은행권(시중·특수은행 포함) 국내 지점 수는 총 4520곳으로 전 분기보다 49곳 줄었다. 은행 지점 수는 2012년 12월(6757곳) 정점을 찍은 뒤 10년 간 지점 세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다.

은행들은 소규모 출장소로 지점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1분기 은행권 출장소 수는 1029곳으로 전 분기보다 70개 늘었다. 3년 만에 25% 이상 증가했다.

지점을 출장소로 대체하는 핵심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출장소는 예·적금이나 간단한 여·수신 등 단순 창구 업무만 처리한다. 지점보다 규모가 작고 운영 인력도 2~3명 수준이다. 출장소장은 50대도 있지만 주로 30~40대 직원이 맡는다.

은행의 효율화 정책이 50대 은행원의 퇴직 시기를 더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지점 축소와 인력 감축 움직임이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6일 점포 37곳의 통폐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우리은행이 영업점 수십 곳을 한 번에 통폐합하기로 한 것은 2024년 11월(21곳) 이후 처음이다.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리자급 자리가 줄면서 시니어 직원 사이에서도 ‘조건이 좋을 때 나가자’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은행도 인력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고연차 중심의 구조조정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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