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 구글 상단 노출 ‘가짜 AI 구독’ 사기 주의보
2026.07.09 07:01
소비자가 알아서 피해 구제 해야하는 실정
“90달러 내고 1년짜리 구독을 결제했는데, 알고 보니 가짜 사이트더라고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현지(26)씨는 지난달 20일 생성형 AI ‘클로드’ 1년짜리 구독을 결제했다가 낭패를 봤다. AI 답변이 하도 엉뚱하길래 자세히 살펴보니, 로고만 클로드와 유사하게 생긴 ‘차틀리(Chatly)’라는 가짜 사이트였다. 김씨는 구글에 ‘클로드’라고 검색한 뒤 맨 상단에 뜬 사이트로 들어가 구독 결제를 진행했는데, 알고 보니 ‘구글 상단 노출’ 기능을 활용한 다른 사이트였던 것이다. 김씨는 ‘비슷한 로고를 활용한 소비자 기만’이라며 해당 업체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본인 실수나 혼동으로 잘못 결제한 경우 환불 불가’라는 답만 받았다.
김씨처럼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사이트를 구독하려다가 유사 사이트에 잘못 가입해 환불로 골머리를 앓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유사한 모양에 색깔만 다른 로고를 사용하는데다가, 구글 검색 시 맨 위에 노출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별 의심 없이 결제까지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유진(27)씨 역시 최근 구글 검색창에 ‘클로드’를 검색했다가, 맨 상단에 ‘클로드와 대화하기’라고 뜬 사이트를 보고 바로 접속했다. 업무상 급하게 필요한 일이 생겨 곧장 한 달 치 구독료인 3만2000원을 결제했다. 실제 대화창에도 ‘클로드(Claude)’라고 적혀 있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자, AI는 내용 요약이나 자료 검색 같은 단순 질문에도 답변을 제대로 못 했다. 알고 보니 정씨가 가입한 사이트는 클로드가 아닌 ‘use.ai’라는 다른 사이트였다. 정씨는 “대화창에 ‘클로드’라고 박아두니 누가 의심을 하겠느냐”며 “결제 내역에 국내 통신 판매 가맹점이 찍힌 걸 보니 한국 업체 같은데 환불 요구에 답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실제로 생성형 AI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구독 관련 소비자 상담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생성형 AI 구독으로 인한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23년 1건에서 2024년 14건, 2025년 63건, 2026년 99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중에서 계약 해제·해지나 청약 철회 관련 상담만 추려봐도 2024년 9건에서 2026년 56건으로 약 6배 증가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유사 생성형 AI 사이트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가 직접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당 사이트들이 ‘소비자 과실’을 이유로 환불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7)씨 역시 비슷한 피해를 입어 메일로 5차례나 환불을 요청했지만, ‘단순 변심은 환불 사유 아님’이라는 답만 받았다. 그러던 중 김씨는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환불해주지 않으면 신용카드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메일을 보낸 뒤 50% 환불을 받았다는 다른 소비자의 글을 본 뒤, 유사한 내용으로 메일을 재차 보냈다. 상담원은 그제서야 “선의의 정책(good will policy)의 일환으로 50% 환불을 해주겠다”는 답을 보내왔다. 김씨는 “결제 한번 잘못했다가 너무 열받았다”며 “이런 사이트들로부터 별다른 소비자 보호책이 없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은 AI 유사 사이트를 유의하라는 취지의 안내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 한국소비자원은 “(피해 방지를 위해) AI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AI 공식 홈페이지 주소와 개발사명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해외 운영 사이트를 이용할 때는 환불을 요청할 수 있도록 ‘차지백 서비스’가 가능한 신용카드를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차지백 서비스에 가입해 두면 사기 의심·미배송·환불 미이행 등의 사유가 있을 때, 구입일로부터 120일(비자카드·마스터카드) 또는 180일(유니온페이) 이내에 신용카드사에 거래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관련해 김민전 의원은 “유명 AI 서비스를 사칭한 사이트가 검색 상단에 버젓이 노출되고, 한 번 잘못 구독하면 환불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주의만 당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검색 플랫폼은 사칭 사이트를 신속히 차단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소비자가 신속하게 환불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피해 구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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