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쏟아부을수록 원금 녹았다…반도체 레버리지에 갇힌 개미들의 '물타기 지옥'
2026.07.09 08:57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 현황. /자료=에프앤가이드 퀀티와이즈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4조5000억원을 웃돌던 평가 차익이 순식간에 평가 손실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틀간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투자자들의 원금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퀀티와이즈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합산 운용자산(AUM)은 이달 7일 기준 12조30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5일 15조410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불과 12일 만에 3조1038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이들 상품의 평가 손익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까지 이어지던 수익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인공지능(AI) 랠리를 탄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누적 평가 차익은 지난 6월 22일 기준 3조9088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역시 지난달 18일 기준 1조1185억원의 평가 차익을 기록했다. 지난달 두 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최고점 기준(6월 25일 합산 기준) 총 4조5841억원의 수익이 났던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 고점 우려와 매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이달 7일 기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서 1조5415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에서 1조1458억원 규모의 평가 손실이 각각 발생했다. 보름 전 4조5000억원을 웃돌던 평가 차익이 전부 증발하고 도리어 총 2조6873억원의 평가 손실을 뒤집어썼다. 특히 이달 6일까지만 해도 합산 손실액은 1조390억원 수준이었으나, 이튿날인 7일 하루 만에 손실 규모가 1조6483억원 폭증했다.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개미들의 자금 유입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누적 순유입액은 지난달 최고점(6월22일) 5조7431억원에서 이달 7일 9조1176억원으로 58.8% 급증했다. 삼성전자 레버리지ETF 역시 6월18일 4조851억원에서 이달 7일 5조8762억원으로 순유입액이 43.8% 늘었다.
주가가 조정받을 때마다 바닥이라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추가 매수하는 ‘물타기’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손실 폭만 키웠다. 수조원의 신규 자금이 계속 투입됐음에도 전체 AUM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주가 폭락에 따른 원금 손실 액수가 새로 유입된 자금 규모를 압도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방향성이 맞으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할 경우 복리 효과로 인해 원금 손실 속도가 일반 상품보다 2배 이상 빠르다”며 “지수 하락에도 순자금유입이 꾸준히 늘어난 것을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를 노린 고위험 물타기에 집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반도체 레버리지 ETF의 손실 전환이 단순한 일시적 조정을 넘어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락장에서도 꾸준히 유입되던 개인들의 물타기 자금이 멈춰 서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임계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주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 평가 손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결국 신규 자금 유입이 중단되는 시점이 올 수밖에 없다”며“저점 매수라고 믿으며 버티던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줄이 끊기고 원금 손실 공포가 극에 달할 경우, 순식간에 매물이 쏟아지는 ‘패닉 셀링(투매)’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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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 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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