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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도박·성매매 노출까지”…청소년 규제책 나올까?

2026.07.09 07:00

AI 생성 이미지

"SNS에서 만난 애들은 저의 실제 모습을 모르잖아요. 관심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끊을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유독 친구 사귀는 게 어려웠다는 중학교 3학년 김 모 양. 하루 평균 8시간, 주말이면 많게는 20시간가량 온라인 세상 속에서 살았습니다.

주로 인스타그램과 오픈 채팅 등 SNS에서 만난 친구들과 대화하고 짧은 영상 등을 공유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새 스마트폰을 쓰다 보니 학업에 점차 소홀해지고, 부모님과의 갈등도 깊어졌습니다. 그럴수록 김 양은 더욱 스마트폰 속 소통에 빠져들었습니다.

지난해 오픈 채팅에서 '조건만남' 등의 제안까지 받고서야 스마트폰을 끊어낼 수 있었습니다. A 양은 "외국에서도 DM(SNS 다이렉트 메시지)이 온다"면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고, 그런(범죄) 거에 휘말리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스마트폰을) 사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 10대 43%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무차별 노출로 청소년 범죄 저연령화"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 7~8시간씩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고등학생 B군은 학원에서 알게 된 형을 따라 "게임인 줄 알고 도박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별도의 신분 확인 절차도 없었고 '게임 머니'라며 수십만 원어치의 무료 포인트도 지급됐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수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됐습니다.

B군은 "(돈을 딸 때) 심장이 뛰고 그런 기분 때문에 또 생각나니까 못 끊는 거예요"라며 "애초에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관련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박용성 부산 부전 청소년센터장은 "최근 청소년 관련 비행과 범죄 연령이 낮아지는 현상이 스마트폰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센터장은 "담배나 술은 어릴 때부터 건강에 해롭고 위험하다는 교육을 많이 한다"면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교육이 사실상 없다 보니,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으로 도박이나 사기, 성매매 등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청소년 비율은 점차 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 10대 청소년의 43%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전년(2024년)보다 0.4%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 20세~59세 성인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준 것과는 대비됩니다.

■ 호주·영국 등 청소년 SNS 가입 차단…"술·담배처럼 연령 제한 필요"

최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과 SNS 사용 문제를 더 이상 자율의 영역으로 남겨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술이나 담배처럼 청소년 정신건강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청소년기는 여전히 뇌가 성장하는 단계인데 스마트폰과 SNS 등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감정과 충동 조절 등을 담당하는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교수는 "자아 정체성이 정립이 안 된 청소년이 SNS를 통해 본인을 광고하고 남의 평가를 받는 것이 심리적인 성숙을 방해한다"면서 "최소한 중학교 3학년(15세)까지는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SNS 이용 제한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미국 보건당국도 지난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매일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확률이 2배 높다고 밝혔습니다.

비벡 머시 당시 미국 공중보건총감은 "SNS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건강, 복지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표는 충분하다"면서 "가족과 정부, 기술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습니다.


실제 청소년의 스마트폰과 SNS 사용을 제한하려는 해외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SNS 계정 보유를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 등이 포함됩니다.

영국도 올해 안에 비슷한 규제를 도입할 예정인데, 특히 낯선 성인과의 연락이나 라이브 스트리밍, 일부 게임 등을 차단하는 조치까지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영국 의학한림원은 지난 5월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청소년 SNS와 스마트폰 사용 문제가 흡연의 유해성이나 자동차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필요성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난 3월부터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수거나 보관 등 운영 방식은 별도의 학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근에는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을 더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정책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취임한 안민석 경기도 교육감은 '폰 프리 스쿨'을 1호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업 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완전히 차단하자는 건데, 학생 자치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인 실천 모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부산 남산초등학교. 전교생 투표를 거쳐 5월부터 ‘스마트폰 없는 학교’로 학칙을 개정했다.

지난 3월부터 교내 '스마트폰 프리 운동'을 진행해 온 김종명 부산 남산초등학교 교장은 "지속적인 인식 개선 캠페인과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교육, 학생 토론 등을 거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5월 전교생 투표를 통해 85%가 스마트폰 없는 학교에 찬성했고, 등교할 때부터 하교 때까지 수거함에 스마트폰을 보관하도록 학칙을 바꿨습니다.

다만 김 교장은 "가정에서도 '폰 프리'를 실천해야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추후 부모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인터넷 연결을 차단한 휴대전화로 교체할 것을 권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김영호 전 국회 교육위원장은 지난 4월 대정부질문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스마트폰은 사용 연령 제한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SNS나 유해 애플리케이션 등의 접근을 제한하는 청소년용 스마트폰 보급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교육 당국은 조만간 국회 교육위원회와 공청회를 열어 기술적으로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학부모와 학생 등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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