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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일해, 우리 연금 벌어야지"...젊은이 혼쭐내는 노인 영상의 속뜻?

2026.07.09 07:01

[고정희의 오마이 베를린] 독일의 연금제도 개혁안, 과연 '종합예술'인가
▲ 고령화 사회 베를린, 산책에 나선 세 여인. 이들은 평생 근면하게 일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연금을 보장하는 것은 세대 간의 사회적 계약이다.
ⓒ 고정희

지난 6월 23일 오전, 월드컵에서 코트디부아르를 누른 독일의 승리감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독일 고령보장위원회는 33개의 개혁안이 담긴 연금 개편안 최종 보고서를 연방 정부에 공식 전달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 배르벨 바스 노동부 장관은 곧바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의 모든 제안을 완전히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독일 연금제도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번 연금 개혁안을 메르츠 총리는 "천재적"이라 했고 노동부 장관 바스는 "종합 예술"이라 했다.

이제 의회의 여름 휴회기가 끝나면 이 종합 예술 작품을 통째로 법안 초안으로 만들어 입법 절차에 착수할 것이다. 올해 말 법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하더라도, 대규모 재정 조율과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대 간 공정과 지속 가능한 노후 보장

▲ 베를린 식물원에서 책 읽는 여인 베를린 식물원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은퇴자. 공원에서 자주 보는 광경.
ⓒ 고정희

몇 해 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특이한 홍보 영상이 기억에 남아 있다. 젊은이들 서너 명이 공원 잔디밭에 앉아 놀고 있는데 그 옆 산책로를 걷던 한 노인이, "예끼 고얀 놈들, 놀고 있어? 어서 가서 일해! 우리 연금 벌어야지!"라고 일갈하는 장면이었다. 젊은이들은 혼비백산하여 자리를 떴는데 평소 노인을 공경하는 태도가 매우 결핍된 독일 젊은이들이 왜 황망히 도망을 가지? 라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공기관에서 만든 영상인 건 확실한데 어느 부서였는지는 기억에 없다. 법정연금이란 것이 세대 간 계약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교육용이었을까? 아니면 앞으로는 청년 여러 명이 은퇴자 한 명의 노후를 책임져야 함을 알리려는 거였을까?

독일의 법정연금 보험은 국가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자 세대 간 신뢰를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계약이다. 독일의 '2026 연금 개혁'은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라는 난제 앞에서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행보다. 사안이 시급한 만큼 쾌속으로 몰아붙여 불과 6개월 만에 개혁안을 내놓았다.

개혁안의 1번은 세후 실질 소득의 최소 70%를 노후 소득으로 보장하겠다는 명확한 지향점이다. 현재 세전 48% 수준을 어떻게 세후 70%로 끌어올리려는지가 관건일 텐데 만약 성공한다면 가히 종합 예술이라 해도 좋겠다.

48%라는 수치는 45년간 평균 임금을 받으며 성실히 납부한 '표준 은퇴자'가 받는 법정연금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은퇴 이전의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왔다. 이에 위원회는 법정연금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단선적 패러다임을 과감히 탈피하여, 법정·기업·개인연금이 입체적으로 결합하는 통합적 다층 보장 체계를 통해 이 22% 이상의 간극을 공략하겠다고 한다.

우선 법정연금 부과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연금'이라는 적립식 엔진을 장착한다. 스웨덴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장치와 유사하다. 근로자와 고용주가 반씩 부담하여 총 2%의 추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이를 국가가 관리하는 글로벌 자본 시장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증식된 연금을 법정연금에 얹어 줄 예정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세후 70%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추가로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의 영입을 통해 다층적 전략을 꾀할 것이라고 한다. 기업연금의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제2차 기업연금강화법을 가동할 계획이다. 단체협약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저소득 근로자들도 기업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자동 가입시스템과 정부의 지원금을 강화하여, 기업연금이 명실상부한 노후 보장의 두 번째 기둥이 되도록 한다.

▲ 광장 카페에서의 한가한 주말 광장 카페에서 주말을 홀로 보내는 은퇴자도 드문 풍경은 아니다.
ⓒ 고정희

여기에 개인적으로 각자 투자와 관리가 가능한 '개인연금저축계좌'를 신설해 민간의 자율적인 자본 증식을 유도한다. 이것이 세 번째 기둥이다. 그리고 이 대목이 가장 흥미로운데, 아울러 어린 시절부터 국가 지원금으로 자본을 굴리는 '조기 시작 연금'을 통해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설계했다. 6세부터 18세까지의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국가가 매월 10유로를 개인연금저축계좌에 적립해 주어, 자본 시장의 복리 효과를 통해 아주 이른 시기부터 노후 대비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이번 독일의 연금 개혁안이 보여주는 해법은, 세금을 더 투입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48%라는 비율을 억지로 지켜내는 방어형이 아니라 법정연금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자생력 있는 기업 및 사적 자본에 기대어 은퇴자의 실질 소득의 70%를 다차원적으로 확보해 내겠다는 "대담하고도 유기적인 시스템"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은 바로 이 구조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독일의 정년 나이는 이미 2007년 67세로 상향 조정되었다. 그러나 45년 동안 꾸준히 보험금을 납부해 온 근로자는 만 63세에 감액 없이 조기 퇴직을 할 수 있었다. 이 혜택이 이제 폐지된다. 그리고 월소득 603 유로 이하의 미니잡 근로자도 지금과는 달리 법정연금 제도 가입이 의무화되며 자영업자들도 이제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은 왜 건들지 못했을까?

 지난 6월 23일,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연금 보장 위원회(Alterssicherungskommission)가 보고서를 발표한 당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배르벨 바스 노동부 장관의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이 상당히 큰 개혁 패키지에서, 공무원 연금은 사실상 제외되어 있다.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는 "연금 개혁을 하면서 왜 우리 제도에만 손대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여기에 대해 정부와 법학자, 행정 실무자들은 몇 가지 이유를 내놓는다. 우선, 공무원 연금은 헌법적으로 보호된 공무원이라는 신분제와 맞물려 있어, 일반 연금처럼 정치적 타협으로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공무원 연금을 손대는 문제는 단지 노후 소득 조정에 그치지 않고, 국가 인사 체계 전체를 뒤흔드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반 연금을 먼저, 공무원 연금은 별도의 시간축에서"라는 순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과 행정의 논리가 시민들의 정서와 곧바로 맞물리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격차가 논쟁의 대상이 되듯, 독일에서도 오래전부터 "두 계급의 노후"라는 표현이 반복됐다. 안정적인 공무원 지위와 높은 연금은,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 자영업, 이민 노동을 감내하는 층에게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므로 일반 연금에만 초점을 맞춘 이번 개혁안은 민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각 언론 보도에 따라붙은 수백, 수천의 리뷰가 이를 대변한다. 결국 소수의 특권층은 제외하고 벼룩의 간을 내먹자는 제도 아니냐고 흥분하는 독자들이 많다.

공무원 연금은 특권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으로서의 제약과 책임에 대한 보상 개념이다. 파업을 할 수 없고, 특수한 윤리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대신, 국가는 공무원의 삶 전체를 책임진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는 연금 부과금을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고액의 퇴직연금을 수령하는 자들이라는 인식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 독일 공무원 제도는 이미 1800년 초에 시작된, 아주 오래된 관행이다. 해당 법과 행정 제도의 산맥이 너무 높아 차마 손대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가와 언론은 두 제도를 동시에 놓고 보면 결국 이중 부담을 쌓아가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어느 한쪽을 건드리지 않고 다른 한쪽만 개혁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재정과 사회적 신뢰의 균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가에 헌신하는 공무원 이념이 21세기에도 가당한지를 논하며 일반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지적한다.

결국 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신뢰의 정치이며 "누가 고령화의 비용을 짊어질 것인가"에 대한 세대 간, 계층 간의 거대한 권리 싸움이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노후 빈곤을 막고, 청년 세대에게 사회 계약에 대한 신뢰를 주는 일은 난제임에 틀림이 없다.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똑같은 궤적을 걷고 있는 전 세계 모든 복지국가들이 함께 풀어야 하는 복합 방정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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