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원 배달사고’에서 시작된 11억 원대 뇌물 사건의 전말
2026.07.09 06:02
■'배달 사고'에서 시작한 현직 시장 뇌물 사건
부산의 한 수산물 유통업자가 현직 시장에게 천만 원을 전달하려다가 이른바 '배달 사고'가 나면서 불거진 사건.
검찰의 보완 수사를 거치며 심규언 전 동해시장의 11억 원대 뇌물 수수 의혹으로 확대됐고, 결국 지난달(6월) 30일 열린 1심에서 심 전 시장에게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형사 3부(부장검사 김건)는 심 전 시장 사건의 수사 경과를 공개하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당시에는 뇌물 전달책으로 지목된 심 전 시장의 부하 직원(동해시 간부 공무원)인 최 모 씨와 수산물 유통업자 이 모 씨만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은 울산해양경찰서가, 최 씨가 이 씨로부터 심 전 시장의 일본 출장비 명목으로 1천만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최 씨는 심 전 시장에게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해경은 최 씨와 이 씨에게만 뇌물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어떻게 '천만 원'에서 '11억 원'을 찾아냈나?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보완 수사에 나선 검찰은 문제의 1천만 원이 결국 심 전 시장 측에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여기에 선거자금 명목의 5천만 원과 시멘트 회사가 11억 원 상당의 돈을 심 시장의 이익으로 제공한 구조까지 밝혀내며 사건은 단순 금품 전달 의혹에서 거액의 뇌물 사건으로 확대됐습니다.
검찰은 심 전 시장이 이 씨로부터 해외 출장비 명목의 1천만 원과 선거자금 5천만 원 등 모두 6천만 원을 받고, 시멘트 회사 임원 박 모 씨로부터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한 회사에 운송주선 수수료 명목의 11억 749만 7380원 상당 이익이 흘러가도록 한 혐의로 심 전 시장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법원이 11억 뇌물 인정한 결정적 증거는?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주요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2부(부장판사 김병주)는 지난달 3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 1년 4개월 동안 30차례 공판을 열고 약 20명의 증인을 심문한 끝에 충분한 심증이 형성됐다"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심 전 시장에게 징역 9년 6개월과 벌금 12억 원, 추징금 6천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심 시장이 선거자금 명목으로 받은 5천만 원에 대해, 이 씨와 최 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통화 녹취록 등 객관적 증거와도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최 씨가 3선 연임이 유력한 현직 시장을 상대로 중간에서 돈을 가로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이 돈이 '동해 러시아 대게마을 조성 사업'과 관련해 사업자 선정과 사업 추진 과정의 편의를 기대하며 건네진 대가라고 판단했습니다. 심 전 시장이 사업자 선정을 명시적으로 약속한 정황까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2020년부터 이 씨 측에 사업자 선정 등에 대한 강한 신뢰를 부여해 왔다고 봤습니다.
일본 출장비 명목의 천만 원을 받은 부분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심 전 시장이 사전에 돈을 요구하는 지시했다는 점까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통화 내역과 현금 전달 경로, 최 씨의 이동 동선,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실제 돈이 심 전 시장 측에 전달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심 전 시장 배우자 명의 휴대전화와 최 씨 사이의 54초 통화에 주목했습니다.
법원은 이 통화에서 최 씨의 자택 방문과 천만 원 전달 취지가 공유됐고, 심 전 시장도 이를 알고 배우자를 통해 돈을 전달받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시멘트 회사가 심 전 시장 측에 11억 원대 이익을 제공한 부분도 뇌물로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심 전 시장이 직무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시멘트 회사 측으로부터 받고, 2021년 3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한 회사에 모두 42차례에 걸쳐 11억 749만 7380원 상당의 돈이 흘러가도록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실제 용역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거래가 있는 것처럼 꾸며 우회적으로 이익을 제공한 구조로 판단했습니다.
또 이 돈이 적법하고 투명한 기부 절차가 아니라 비공개적이고 비정상적인 방식이었다고 봤습니다.
■ 법원 "시장 권한 이용해 뇌물 수수..시민 신뢰 저버려"
재판부는 심 전 시장이 46년간 공직 생활을 했고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지만, 시장의 권한을 이용해 뇌물을 받고 11억 원 대 이익을 자신에게 귀속시킨 것은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심 전 시장이 " 직무 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동해시 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 신뢰도 크게 훼손됐다"라며 "3선 연임의 기회를 부여한 동해 시민의 기대와 신뢰를 심각하게 저버렸다"고 질타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시멘트 회사 임원 박 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수산물 유통업자 이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부하 직원 최 씨에게는 징역 1년 10개월이 각각 선고됐습니다.
■ 심 전 시장 측 즉각 항소... 검찰은 '추징금'만 늘려 항소
심 전 시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며 "재판부가 최 씨의 진술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라며 1심 판결에 불복했습니다.
검찰도 항소했습니다. 다만 심 시장의 징역형과 벌금형 등 유죄 판단에는 이견이 없다고 보고, 추징금을 실제 수수액에 맞춰 6천만 원에서 1억 천만 원으로 늘려달라는 취지로만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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