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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옥상도 발전소”…시민들이 그린 ‘도시형 햇빛소득마을’

2026.07.09 05:02

햇빛소득마을 시민학교 교육생 등 100명 토론회
아파트·학교 옥상·하천·유수지 등 발전 부지로
주택 등 옥상 태양광 잠재량만 원전 25기 규모
‘제1회 모두의 에너지 시민회의: 시민이 만드는 도시형 햇빛소득마을과 에너지전환’의 참가자들이 도시에서 에너지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고 있다. 장수경 기자
“아파트에 태양광을 설치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입주민 동의입니다. 기준이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쉽진 않아요. 정부와 지자체에서 인센티브를 주면 좋겠습니다.”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는 등 태양광에 대한 오해가 있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공청회도 필요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명지대 한 회의장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고등학교 교사, 전기공사업 종사자, 태양광 협동조합 조합원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고민을 나눴다. 이들이 머리를 맞댄 주제는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도시에서도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까.’

이날 열린 ‘제1회 모두의 에너지 시민회의: 시민이 만드는 도시형 햇빛소득마을과 에너지전환’에서는 명지대가 운영한 ‘도시형 햇빛소득마을 시민학교’ 교육생 40명이 10주 동안 교육받으며 마련한 정책제안을 바탕으로, 시민 100명이 12개 조로 나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이 ‘도시’에 주목한 이유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는 농촌만의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시 면적은 1만7639㎢로, 국토 면적의 16.5%에 불과하지만, 2024년 기준 인구 약 92%가 도시에 산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도시가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돼야 결국 에너지 전환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시민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제1회 모두의 에너지 시민회의: 시민이 만드는 도시형 햇빛소득마을과 에너지전환’의 참가자들이 도시에서 에너지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고 있다. 장수경 기자
하지만 지금까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정책은 농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부지확보가 쉽다는 등의 이유다. 일례로 정부가 2030년까지 2500곳 조성을 목표로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 역시 행정리 단위의 마을 공동체를 기본으로 설계됐다. 사업비의 최대 85%까지 연 1.75%로 장기 저리 융자를 지원받지만, 아파트와 공동주택이 중심인 도시는 사실상 정책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현재 전국 태양광 발전설비의 약 89%가 농촌 지역에 설치된 것은 이런 정책 기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토론 참가자들은 ‘도시형 햇빛소득마을’의 가장 큰 걸림돌로 대규모 유휴부지와 정부·지자체의 지원 부족, 주민 조직 등의 어려움을 꼽았다. 하지만 해법 역시 도시 안에서 찾았다. 아파트와 학교 옥상, 하천, 유수지, 공영주차장 등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공간을 발전 부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또 공동체 기반이 약해 협동조합을 구성하기 어려운 도시 특성을 고려해, 이를 지원해 줄 중간조직을 신설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경기도 한 대안학교 교사인 오인영(가명)씨는 “학교 옥상은 태양광 발전 부지인 동시에 교육 공간이 될 수 있다”며 “학생들이 에너지 전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은진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이날 기조발제에서 옛 광주광역시 지역 공공건물과 주차장 등 5만여 곳을 분석해 ‘태양광 잠재량 지도’를 만들고, 이를 계기로 광주시가 전수조사에 나선 사례를 소개하며 “도시도 유휴부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재생에너지 생산지로서 도시의 잠재력은 적지 않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에너지 위기 시대의 생활 인프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택은 1987만가구(2024년 인구주택총조사)로, 이 가운데 아파트가 65.3%(1297만가구), 단독주택 19.3%(384만가구)를 차지한다. 이를 토대로 아파트엔 베란다 태양광(300W나 600W)을, 단독주택엔 지붕태양광(3㎾)를 보급할 경우 설비용량은 최소 2.3기가와트(GW)에서 최대 4.5GW(원전 3기 규모)였다. 이는 자가비율 57.4%를 적용하는 것을 가정한 수치다. 산업단지를 제외한 주택과 상업용 건물 옥상의 태양광 기술 잠재량은 35.1GW로, 대형원전 25기 규모로 추산된다.

국외에서는 이미 제도 개선을 통해 도시형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은 발코니 태양광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설치 절차를 간소화했는데, 2024년 한 해에만 발코니 태양광 44만건이 새로 등록됐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이 지붕 태양광을 설치했으며 초기 설치비 지원과 가정용 배터리 보조, 공동주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 설치 보조를 넘어 금융 지원과 제도 개선, 에너지저장장치 지원을 함께 추진한 점이 공통점이다.

정부도 최근 도시로 정책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보급을 목표로 내걸며, 올해 처음 주택 베란다 태양광 보급사업을 중앙정부 사업으로 편성하고, 올해 10만 가구 보급을 목표하고 있다. 다만 설치비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지원하는 구조여서 지자체 재정 여건과 의지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김효정 명지대 교수(방목기초교육대학)는 “도시형 햇빛소득마을 시범사업을 통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도시에 맞는 정책이 마련되면 에너지전환도 도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민회의 참가자들이 마련한 정책안을 이달 중 행정안전부 햇빛소득마을 추진단 등 유관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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