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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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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장윤기 케이블타이’, 檢이 경찰인 아버지 집에서 발견

2026.07.09 04:33

성범죄 계획범행 입증할 핵심증거… 경찰이 확보 안해 부친이 가져가
경찰, 부친 불러 증거인멸 등 조사… ‘증거영상’ 삭제 지시 수사팀장 구속
피해자 유족 “누가 경찰 믿겠나”… 특별수사팀, 윗선 개입여부 조사할듯
장윤기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증거 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박모 경감(가운데)이 8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지법은 이날 박 경감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광주=뉴시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4)의 성범죄 목적 살인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혔던 케이블타이가 장윤기의 아버지 장모 경감(56) 집에서 발견됐다. 성범죄 관련 증거를 수사팀이 아닌 장 경감이 갖고 있었거나 없애버린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경찰이 의도적으로 장윤기 사건을 단순 살인으로 축소해 송치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 이채원 양(17)의 유족은 “가해자의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이유로 증거가 인멸되고 왜곡됐다”며 반발했다.

광주지검은 장 경감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 파일 등을 토대로 경찰 수사팀의 증거 인멸 정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을 꾸린 경찰 역시 당시 수사팀은 물론 광산경찰서 지휘부까지도 조사하겠다는 태세다.

● ‘핵심 증거 영상’ 삭제 지시한 수사팀장 구속

8일 검찰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전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월계동 장 경감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케이블타이를 확보했다.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장윤기를 검거한 5월 5일 그의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이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 영상으로도 기록했지만 정작 실물은 확보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케이블타이를 증거 목록에도 담지 않았고, 당시 촬영한 영상도 삭제했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박모 경감(58)은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그대로 놔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타이는 장윤기가 이 양을 결박한 뒤 범행할 목적으로 미리 준비했다는 ‘계획 범행’ 의혹을 입증할 증거로 꼽힌다.

장 경감은 사건 이튿날인 5월 6일 경찰로부터 차량을 인수한 뒤 조수석 수납함에 있던 케이블타이를 집으로 가져갔다. 최근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지자 박 경감은 장 경감에게 전화해 케이블타이의 행방을 물었으나 “없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장 경감은 7일에는 광산서에 전화해 “집에 케이블타이가 있으니 가져가라”고 했고, 통화 뒤 검찰이 경찰보다 먼저 압수수색에 나서 케이블타이를 확보했다.

한편 케이블타이 관련 영상을 삭제한 경위에 대해 박 경감은 “개인 휴대전화에 사건 영상을 남겨 두면 징계를 받을까 봐 지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수사팀의 영상이 뒤늦게 검찰에 송치된 것도 자신이 병가를 내 결재가 지연됐다는 게 박 경감의 주장이다. 이날 광주지법은 긴급 체포된 박 경감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른 성범죄 관련 증거들도 장 경감이 없앴거나 검찰 수사에서 뒤늦게 나왔다. 장윤기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에는 그가 범행 전 지인에게 “인생이 망하면 여고생을 납치해 성범죄를 저지르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블랙박스를 초동수사에서 확보하지 않았고,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로소 증거로 확인됐다.

광산서 수사팀이 장윤기의 원룸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뒤 장 경감이 폐기한 성인용 인형 2개, 불태운 구형 휴대전화도 성범죄 관련 유력 증거로 꼽힌다. 결국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이 모두 아버지 장 경감의 손을 거쳐간 셈이다. 사건 초기 광산서에서는 장윤기의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함구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하달되기도 했다.

● 피해자 유족 “어느 국민이 경찰 믿고 살겠나”

부실 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팀은 이날 오후 장 경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수사팀과의 소통 경위와 배경, 증거 인멸 과정 등을 조사했다. 지금까지 특별수사팀이 입건한 대상은 박 경감뿐이지만, 경찰이 당시 광산서 형사과장과 서장을 대기 발령해 직무에서 배제한 만큼 수사 대상이 지휘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양의 유족은 이날 오전 광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본인들의 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면 증거가 사라지고 진실이 훼손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었겠나”라며 사건 책임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수사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행위가 확인된다면 엄정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경찰 지휘부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했다. 다만 검찰 보완수사권과 관련해서는 “특정 사건이나 일부 사례를 근거로 형사사법 개혁의 방향 자체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국민을 위한 접근이라고 볼 수 없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유엔 경찰청장 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출장 중인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번 의혹의 파장이 커지자 일정을 중단하고 10일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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