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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에어컨 풀가동’에 으슬으슬…감기 아닌 ‘냉방병’

2026.07.09 04:00

[아프기 전에]

실내외 온도차 5℃ 이상이면 증상 발현
두통·근육통·소화불량 등 감기와 비슷
실내 24~26℃ 유지…주기적 환기 중요
30대 직장인 김씨는 하루 종일 에어컨 빵빵한 사무실에서 일한다. 며칠 전부터 두통과 피로감이 계속되고 소화도 잘되지 않아 감기를 의심했지만, 퇴근 후 실외에서 시간을 보내면 증상이 다소 나아지곤 한다. 

여름철 냉방기 사용이 늘면서 이처럼 냉방병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장마철처럼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냉방 의존도가 높아져 관련 증상을 겪는 사례도 증가한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차가 벌어질 때 발생한다. 클립아트코리아
◆냉방병, 실내외 온도차가 주요 원인=냉방병은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냉방 환경에 장시간 노출된 뒤 나타나는 두통, 권태감, 근육통,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통칭한다.

라영진 부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병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로 여름철 우리 몸이 높은 온도에 적응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차가운 곳에 오래 머물 때 냉방병이 발생한다”며 “실내외 온도차가 5~8℃ 이상 벌어지면 자율신경계 기능이 영향을 받고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기가 부족한 밀폐 공간 역시 냉방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창문을 닫은 채 냉방을 계속하면 실내에 각종 유해물질이 축적돼 두통과 피로감은 물론 눈·코·목의 불편감까지 유발할 수 있다.

냉방병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클립아트코리아
◆감기와 비슷하지만 위장 증상도 나타나=냉방병은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두통과 콧물, 재채기, 코막힘, 인후통, 기침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로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어지럼증이나 근육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혈류 변화로 손발이 차갑게 느껴지거나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다. 심한 경우 오한이나 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위장 장애도 흔하다. 소화불량과 복통, 설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은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통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폐 기능 이상,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냉방병에 더 취약하다. 기존 질환이 악화하거나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에어컨 냉각수나 필터에 서식하는 세균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증상 오래가면 다른 질환 여부 확인해야=감기와 구별이 어렵다면 냉방 환경에서 벗어난 뒤 증상이 완화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부분은 냉방을 줄이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호전된다.

반면 증상이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된다면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레지오넬라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레지오넬라증은 냉방기와 관련된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서 더 잘 발생한다. 발열과 기침, 심한 근육통, 호흡곤란 등이 계속된다면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방병을 방치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감염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다. 또한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만성 피로감이나 소화기 증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4시간마다 5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것이 좋다. 클립아트코리아
◆실내외 온도차 줄이는 것이 핵심=냉방병 예방의 핵심은 실내외 온도차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 몸이 비교적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는 온도 변화는 약 5℃ 수준으로, 이에 맞춰 실내 온도를 유지하고 아무리 더운 날에도 온도차가 8℃를 넘기지 않게 한다.

라 교수는 “실내 온도를 22~26℃로 유지하고 2~4시간마다 5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해야 한다”며 “창문을 열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중앙 환기 시스템을 적절히 가동하고, 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활용해 실내가 지나치게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어컨 청결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냉방기는 사용 전 청소하고 필터는 최소 2주에 한번씩 점검·관리하는 것이 권장된다.

평소 과로와 수면 부족을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유산소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돕는 한편, 균형 잡힌 식사로 면역력을 관리하면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냉방병은 단순한 여름철 불편함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실내외 온도차를 적절히 유지하고 환기와 냉방기 관리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건강한 여름을 보내는 첫걸음이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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