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핵심 증거 케이블타이… 장윤기 부친 집에서 발견됐다
2026.07.09 00:48
부친, 버려진 휴대폰 위치 묻기도
유족 “경찰이 왜 살인마 편인가”
‘전남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의 핵심 증거물인 케이블 타이가 살인범 장윤기의 아버지 집에서 발견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라졌던 증거물이 현직 경찰 간부(경감)인 장윤기 아버지 집에서 나온 것이다. 광주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봉진 부장검사)은 8일 사건을 수사한 전남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과 장의 아버지가 유착해 케이블 타이를 숨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광산서 수사팀장 박모 경감을 구속했고, 장윤기의 부친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전날 장의 아버지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케이블 타이를 발견했다. 길이 50㎝로 공업용이다. 검찰은 장이 피해 여고생을 납치할 때 결박하려고 이 케이블 타이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블 타이가 자기 집에서 발견된 이유에 대해 장의 아버지는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케이블 타이는 지난 5월 5일 새벽 장이 범행할 당시 사용한 차량 조수석 수납함에 있었다. 사건 당일 경찰 과학수사대의 감식 보고서에도 남아 있다. 그러나 사건 다음 날 광산서 수사팀장인 박 경감이 차량과 케이블 타이를 장의 아버지에게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특별수사팀은 지난 6일 박 경감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특별수사팀은 광산서 수사팀원들로부터 “박 경감이 케이블 타이를 그대로 놔두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박 경감은 사건 직후 차량을 수색할 때 촬영한 채증 영상을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영상에는 이 케이블 타이가 담겨 있다고 한다.
장의 아버지와 광산서 수사팀장인 박 경감은 사건 후 수십 차례 통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 5월 8일 장의 아버지가 박 경감과 통화하며 “장이 휴대전화를 버린 곳이 영산강 첨단대교 밑이냐”라고 물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경감은 “맞다”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장의 아버지가 사건 핵심 증거물인 휴대전화를 찾아 인멸하기 위해 박 경감에게 휴대전화가 있는 곳을 물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장의 아버지는 같은 날 장의 원룸에 있던 리얼돌(성인용 인형) 2개도 조각내 전남광주 곳곳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장은 평소 쓰던 휴대전화를 버리고 공기계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경찰은 장이 평소 쓰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첨단대교 주변을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경찰청 특별수사팀은 이날 오후 장의 아버지를 소환해 조사했다. 증거 인멸 혐의를 받는 박 경감은 이날 구속됐다. 영장을 발부한 광주지법 최윤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출장 중이던 유재성(경찰청 차장)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를 고려해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기기로 했다”며 “10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피해 여고생의 유가족은 이날 광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를 규탄하고 유착 경찰관 구속을 촉구했다. 피해 여고생의 어머니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가해자가 경찰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축소하고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었다”며 “누구보다 엄정하게 수사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찰이 살인마 편이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이어 “경찰에 묻고 싶다. 만약 ○○이 본인들의 딸이었다면 그렇게 수사했겠느냐”며 “○○이 왜 희생됐는지 진실을 밝히는 게 우선인데 경찰과 검찰의 권력 다툼으로 정쟁화되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경찰관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장윤기 사건 초동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경찰직협은 그러면서도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선 “한 사건으로 형사 사법 개혁의 방향까지 되돌릴 수 없다”며 “일부 사례를 이용해 형사 사법 개혁을 후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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