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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모로코
프랑스 모로코
[월드컵 오버뷰] 메시의 춤, 홀란의 포효...8강은 '복수극'

2026.07.09 00:01

프랑스-모로코, 스페인-벨기에, 노르웨이-잉글랜드, 아르헨-스위스
8강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한 악연의 역사와 '운명의 데자뷔'


스위스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8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16강전에서 콜롬비아와 승부차기 까지 가는 접전 끝에 72년만에 월드컵 8강 티켓을 따낸 뒤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 밴쿠버(캐나다)= AP 뉴시스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마침내 진정한 '타짜'들의 무대인 8강으로 접어들었다. 16강 마지막 날인 8일(한국시간), 스위스가 콜롬비아와 무득점 혈투 끝에 승부차기로 극적인 8강 티켓을 거머쥐었고, 아르헨티나는 이집트에 0-2로 밀리며 패색이 짙던 경기를 후반 막판 단 13분 동안 3골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며 3-2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이 진땀승들을 끝으로 운명의 대진표 4짝이 마침내 완성됐다.

이번 8강에도 단연 ‘서사(Narrative)'라는 키워드가 관통한다. 식민 지배와 이주민의 역사, 수십 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복수극, 그리고 천적 관계의 전복을 노리는 도전자의 반란까지. 녹색 피치 위에서 펼쳐질 네 가지 핵심 매치업의 전술적 테마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준결승 당시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가운데)와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아래), 수비수 아크라프 다리가 모로코 문전에서 볼을 쟁취하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알 코르(카타르)=신화 뉴시스


◆ 프랑스 vs 모로코: 4년 전 카타르의 기억, 잔혹한 '리턴 매치'

두 팀의 맞대결은 과거 식민 지배와 이주민의 역사로 얽힌 두 나라의 특수한 관계만큼이나, 축구사적으로도 깊은 악연을 품고 있어 피치 안팎에서 묵직한 긴장감이 감돈다. 모로코 입장에서는 ‘직전 대회'의 리벤지 매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4강 신화를 쓰며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모로코의 행진을 멈춰 세운 것이 바로 프랑스(2-0 프랑스 승)였다. 당시 모로코는 끈끈한 조직력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으나, 킬리안 음바페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완벽한 역습과 압도적인 결정력 앞에 무릎을 꿇으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4년의 세월이 흘러 아제딘 우나히, 아슈라프 하키미를 중심으로 한 모로코의 황금세대는 더욱 노련해졌고, 프랑스는 여전히 파괴적이다. 음바페를 필두로 한 프랑스의 압도적인 속도전에 모로코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핵심이다. 하키미를 앞세운 모로코의 단단한 측면 수비와 조직적인 역습이 윌리엄 살리바, 다요 우파메카노, 그리고 마이크 메냥 골키퍼로 이어지는 프랑스의 견고한 수비블록을 깨뜨릴 수 있을지가 승부처로 여겨진다.

유소년 전문가에서 모로코의 영웅으로 떠오른 ‘비선출’ 전술가 모하메드 우아비 감독의 ‘유럽식 실용주의 전술’이 3연속 결승 진출을 노리는 프랑스 디디에 데샹 감독의 영리한 '실리 축구'와 어떤 수싸움을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벨기에 로멜루 루카쿠(9)가 7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미국과의 16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시애틀(미 워싱턴주)=AP 뉴시스


◆ 스페인 vs 벨기에: 40년 만에 깨어난 '멕시코 월드컵의 유령'

16세기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와 개신교 탄압이라는 가혹한 역사적 기억을 공유한 두 나라가, 축구사에서 가장 기묘하게 동선이 엇갈린 끝에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 외나무다리에서 무려 40년 만에 재회했다.

두 팀의 마지막 월드컵 토너먼트 기억은 꼭 40년전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이다. 당시 우승 후보였던 스페인은 벨기에와 120분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하며 눈물을 삼켰다. 이후 1994년 미국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에서도 잇따라 고배를 마셨던 스페인에게, 이 경기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 이전까지 지독하게 이어진 '8강 잔혹사'의 사슬을 죈 비극적인 시작점이었다.

2000년대 이후 A매치 전적에서는 스페인이 5전 전승으로 벨기에를 압도하고 있지만, 두 팀은 최근 10년간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스페인은 특유의 정교한 패스워크와 라민 야말 등 윙어들의 고속 템포를 활용해 하프스페이스를 끊임없이 파고들 것이다. 반면 케빈 더 브라위너, 로멜루 루카쿠 등 2018년 러시아 월드컵 3위에 빛나는 황금세대에 더해 샤를 데 케텔라에르, 제레미 도쿠, 니콜라 라스킨, 네이선 응고이 등 젊은 재능들로 무장한 벨기에는 훨씬 더 압박이 강하고 역동적인 '조직적 축구'를 구사한다. 벨기에의 신성들이 스페인의 거대한 시스템 축구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낼 지가 관건이다.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맨 위)이 16일 열린 2026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I조 1차전 이라크전에서 전반 43분 멀티 골을 완성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폭스보로(미 매사추세츠주)=AP 뉴시스


◆ 노르웨이 vs 잉글랜드: '바이킹 침공'의 재현, 그리고 세기의 골잡이 화력대결

영국 역사에서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었던 북유럽 바이킹의 침공이 현대 축구의 판도 위에서 재현됐다. 늘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노르웨이가 '현대판 바이킹'들을 앞세워 거대한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둘은 역대 전적 7승 2무 2패로 잉글랜드가 압도적 우위를 점해온 천적 관계다. 오랫동안 노르웨이 유망주들은 잉글랜드 프로축구(EPL) 진출을 동경하며 그 영향권 아래 있었으나, 이번 대회 16강에서 우승 후보 브라질을 2-1로 격파하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무엇보다 노르웨이의 핵심 엘링 홀란(맨시티)과 마르틴 외데고르(아스날)는 매주 EPL 무대에서 잉글랜드 수비수들을 압도해온 주인공들이다.

이번 매치업의 정점은 단연 엘링 홀란과 해리 케인의 최전방 화력 대결이다. 지독할 정도로 정교한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전술 그 자체' 홀란과, 연계 능력과 노련함을 모두 갖춘 '완성형 스트라이커' 케인의 자존심 대결이 어떻게 펼쳐질 지 궁금하다. 여기에 미드필더진에서 펼쳐질 잉글랜드의 신성 주드 벨링엄과 노르웨이의 사령관 외데고르의 지략 대결 역시 놓칠 수 없는 백미다. 개인이 조직을 파괴할지, 축구 종가의 두꺼운 '스쿼드 뎁스(Depth)'가 힘의 우위를 증명할지 기대를 모은다.

8일(한국시간)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16강전에서 이집트에 3-2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한 리오넬 메시를 헹가레치고 있다./ 애틀랜타(미 조지아주)=AP 뉴시스


◆ 아르헨티나 vs 스위스: 12년 전 상파울루의 기억, 그리고 '메시'의 댄스

스위스가 콜롬비아와의 혈투 끝에 72년 만의 월드컵 8강 신화를 쓰면서, 스위스 축구사에서 가장 아픈 기억의 주인공과 다시 마주했다.

두 팀의 대결은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의 완벽한 리턴 매치다. 당시 스위스는 컴팩트한 두 줄 수비로 아르헨티나를 꽁꽁 묶으며 연장으로 끌고 갔으나, 연장 후반(118분) 리오넬 메시의 치명적인 돌파에 이은 앙헬 디 마리아의 결승골에 무릎을 꿇었다. 연장 종료 직전 스위스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온 장면은 여전히 스위스 팬들에게 한(恨)으로 남아있다.

12년 전 패배 당시 22살의 나이로 팀의 중심에 서 있던 그라니트 자카는 이제 완숙한 리더가 되어 스위스의 중원을 지휘한다. 16강전에서 이집트에게 먼저 두 골을 내주며 흔들리는 수비를 노출했던 아르헨티나이기에, 스위스의 철저한 조직력과 날카로운 역습 시스템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또 하나의 거대한 관전 포인트는 리오넬 메시다. 현재 이번 대회 8골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메시는 과연 이 경기에서 1970년 게르트 뮐러(10골) 이후 대가 끊긴 '월드컵 단일 대회 두 자릿수 득점' 고지에 발을 얹을 수 있을 것인가, 스위스는 이 메시라는 거대한 벽을 넘고 선배들의 한을 풀 수 있을지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공은 둥글고 월드컵의 스토리는 매번 상상을 초월한다. 4년 전의 복수, 40년 만의 설욕, 천적 관계의 전복, 그리고 12년 전의 한을 풀기 위해 피치 위에 설 선수들의 발끝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지독한 악연의 고리를 끊고 4강으로 향할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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