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실사 영화 ‘인어공주’와 ‘백설공주’의 흥행 참패로 체면을 구긴 디즈니가 ‘모아나’로 명예 회복에 나섰다. 8일 개봉한 영화 ‘모아나’는 2017년 국내 개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1·2편을 합쳐 글로벌 매출 17억달러를 벌어들인 인기 IP로, 국내 개봉 기준 9년 만에 실사 영화로 돌아왔다.
영화 '모아나2'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남태평양 모투누이 섬 족장의 딸 모아나가 저주에 빠진 섬을 구하기 위해 전설 속 영웅 마우이와 바다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애니메이션에서 마우이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드웨인 존슨이 이번엔 직접 마우이로 출연한다. 3만2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폴리네시아계 배우 캐서린 라가이아는 원작 캐릭터처럼 당차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원작 OST를 만든 린 마누엘 미란다가 새롭게 선보이는 곡 ‘그 길을 따라(Along the way)’도 귀에 감기는 멜로디로 활기를 더한다.
영화 '모아나' 스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모아나' 스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흠 잡을 데 없이 매끄럽게 원작을 옮겼다. 청량한 바다 풍광, 싱크로율 높은 캐릭터, 폴리네시아 문화와 생활 양식까지 생생하게 재현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충실하다는 점이다. 2D 고전 애니메이션을 되살린 ‘알라딘’이나 ‘미녀와 야수’와 달리, ‘모아나’는 원작 자체가 이미 충분히 생생한 3D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러다 보니 실사판은 캐릭터만 실제 배우로 바꾼 재연처럼 보일 정도. ‘알라딘’처럼 원작을 뛰어넘는 에너지를 보여주기보다는, 원작을 안정적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그럼에도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를 찾는 가족 관객에게는 무난한 선택지가 될 만하다.
최근 디즈니 실사 영화에 대한 피로감도 넘어야 할 산이다. 2010년 이후,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디즈니 실사 영화는 2019년 개봉한 ‘알라딘’이다. 2017년 ‘미녀와 야수’가 500만을 넘기며 포문을 열었고, 2019년엔 ‘알라딘’이 1255만명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뮬란’(2020·22만명)을 기점으로 흐름이 급격히 꺾였다. 캐스팅 논란에 휩싸였던 ‘인어공주’(2023)는 64만명, ‘백설공주’(2025)는 18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릴로와 스티치’(2025)도 한국에서는 48만명에 그치며 힘을 쓰지 못했다. 더 이상 원작의 향수만으로는 관객을 불러내기 어려워진 상황. ‘모아나’가 디즈니 실사 영화의 깊은 부진을 끊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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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 기자 qortnwl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