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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부모님이 졸지에 ‘일베’가 됐다

2026.07.08 23:47



걸그룹 리센느의 리더 원이가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원이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에서 "무섭노"라고 말하는 장면./유튜브 캡처

고향 거제에 계신 부모님이 졸지에 ‘일베’가 됐다.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일베 논란’에 따르면 그렇다. 거제가 고향인 원이가 유튜브에서 한 말 “무섭노”가 발화점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극우 성향의 일베식 용어라는 것이다. “아따 덥노” “밥 뭐 뭇노” 하며 평생 살아온 거제 사람이 “머라카노” 할 일이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기자는 어미 ‘-노’에는 대부분 의문사가 붙는다는 지적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 경상도 사람은 ‘-노’ ‘-나’의 활용을 배우지 않아도 그냥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조사 ‘을’ ‘를’을 어떤 조건에서 각각 써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과 같다. ‘의문사 지적’을 받아들이더라도 원이의 말은 “(왜 이리) 무섭노”로 들린다. 소셜미디어에선 이런 경상도 사람들이 한데 뭉쳐 “일베가 아니라 사투리 맞다”고 해명하며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노’ 들어갔을 때부터 듣기 불편해 영상을 꺼버렸다”는 사람도 적지 않은 모양새다.

기자는 사투리를 거의 안 쓴다고 ‘주장’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온다. 그렇다고 말투를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사회언어학자 윌리엄 라보프가 “자신의 언어를 의식하게 되면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말이 줄어든다”고 했듯이, 의식적으로 사투리를 지우다 보면 억양뿐만 아니라 내 감정의 일부를 상실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언어가 타인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 논란으로 경상도 사람들은 말할 때 자기 검열을 하게 될 것 같다. 입을 열기도 전에 의도가 아니라 말이 오해를 낳지 않을까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는 결국 침묵하거나 말을 고치게 될지도 모른다. ‘불편한 것 리스트’가 사회에 추가된 이상, 자신을 숨기고 ‘안전한 표현’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원이에게는 자기 안에 남아 있는 고향의 흔적을 조금씩 잃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 언어는 가난해지고 감정의 섬세함도 희미해질 것이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청소년 사이에 퍼지는 일베식 말투가 있다. 중요한 진단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이 “너는 일베다” 식 낙인찍기로 귀결되면 안 된다. 미국 매카시즘이 온갖 의혹을 들씌워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았을 때도, 프랑스대혁명 당시 지역 사투리가 반혁명 사상 검증의 도구가 됐을 때도 낙인은 지우기 어려운 상처만 남겼다. 자신의 생애가 녹아든 언어를 머뭇거리게 하는 사회는 무언가를 지킨다는 착각 속에 더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 아닐까.

거제 바닷가에서 무명 생활을 극복한 ‘중소 걸그룹의 기적’ 리센느는 걸그룹 카라의 18년 전 노래 ‘Pretty Girl’을 리메이크하며 8일 돌아왔다.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새롭게 해석했다. 후렴구 가사는 “안 된다는 맘은 NO NO NO NO~”로 메아리친다.

카라의 'Pretty girl'를 리메이크해 컴백한 리센느/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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