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토스·컬리, 여기서 나온다…‘유니콘브릿지’ [스페셜리포트]
2026.07.08 21:01
중기부가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놨다. 중기부는 지난 6월 23일 서울 마포구 스타트업벤처 캠퍼스 서울(SVC 서울)에서 ‘글로벌 유니콘 비전 선포식’을 열고, 올해 신설된 유니콘브릿지 사업에 선정된 ‘잠재 유니콘’ 50개사에 선정서를 수여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을 뜻한다.
선정 기업 면면은 화려하다. 50개사는 민간에서 평균 38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평균 기업가치는 약 1801억원에 달한다. 평균 매출과 고용 인원은 240억원, 106명이다. 이미 시장에서 사업성을 입증한 ‘예비 거인’들인 셈이다. 미래의 유니콘 기업들을 들여다봤다.
환각 줄인 AI 검색 ‘라이너’ 눈길
유니콘브릿지 기업들을 업종별로 보면 소프트웨어(S/W)가 22개사로 가장 많다. 이어 제조업 13개사, 바이오 10개사, 플랫폼 5개사 순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AI 활용 서비스, 물류 최적화, 보안, 에듀테크 기업이 주를 이룬다.
대표 주자는 HR 데이터 기반 AI 플랫폼 ‘플렉스(flex)’다. 2019년 설립된 플렉스는 근태·급여·연차 관리 등 회사 인사팀이 엑셀과 수기로 하던 일을 자동화한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를 운영한다. 직원이 출퇴근 체크를 하면 근무 기록이 인사정보와 연동돼 급여가 자동 정산되는 식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가 답변·제안하는 기능도 더했다. 장해남 플렉스 대표는 “조직도, 발령 이력, 목표달성 현황, 주요 협업자, 직무·직급별 접근 가능 정보 등 ‘관계 데이터’야말로 기업 AX(AI 전환)의 출발이자 완성”이라며 “일하는 모든 사람의 필수재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AI 검색 스타트업 ‘라이너’도 눈에 띈다. 라이너는 정확성이 생명인 연구·학술·비즈니스 영역에 특화한 AI 에이전트를 개발, 운영한다. 강점은 ‘거짓말하지 않는 AI’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그럴듯한 오답을 지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 문제가 고질적이다. 라이너는 AI가 답변하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문서와 논문을 먼저 찾아 근거로 삼도록 설계해 이를 최소화했다.
시각장애인 보조기기 스타트업 ‘닷’도 주목할 만하다. 닷의 핵심 제품은 촉각 디스플레이 ‘닷 패드’다. 화면 위 수많은 작은 핀이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며 그래프, 지도, 그림 같은 시각 정보를 손끝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바꿔준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점자로 옮긴 ‘글자’에 사실상 한정돼 있었다. 닷은 여기에 AI 촉각 변환 기술을 결합해 교육·예술·업무 등 눈으로 보는 것이 당연했던 콘텐츠를 촉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에듀테크에서는 AI 학습 플랫폼 ‘콴다’를 운영하는 매스프레소가 대표적이다. 콴다는 모르는 수학 문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리면 AI가 문제를 인식해 풀이와 개념 강의를 바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학생들 사이에서 ‘AI 과외 선생님’으로 통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 학생들까지 끌어모으며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했다.
이 밖의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면면이 다양하다. 콜센터 상담원이 하던 고객 응대를 AI가 대신하는 ‘AI 콜센터’ 솔루션 기업 ‘더화이트커뮤니케이션’, 기업 전산망을 오가는 데이터를 항공기 블랙박스처럼 기록·분석해 해킹 시도를 잡아내는 보안 기업 ‘쿼드마이너’, 주문부터 창고, 배송까지 물류 전 과정을 AI로 한눈에 관리해주는 ‘콜로세움코퍼레이션’, AI 개발에 필수인 GPU 약 3000장을 운영하며 이를 기업·연구기관에 빌려주는 AI 인프라 기업 ‘베슬에이아이코리아’, 변호사 상담 플랫폼 ‘로톡’으로 잘 알려진 리걸테크 기업 ‘로앤컴퍼니’ 등이 이름을 올렸다.
뉴빌리티·로보스…‘딥테크’ 포진
제조업 분야는 자율주행, 전고체전지, 반도체, 로봇 등 손에 잡히는 ‘하드웨어 딥테크’가 주축이다.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배달·순찰 로봇 ‘뉴비’를 앞세워 국내 로봇 상용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누적 주행 거리가 지구 두 바퀴를 넘고, 국내외 300대 이상의 로봇을 가동 중이며 국내 최초로 실외 이동 로봇 운행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3월에는 팔과 바퀴, 모듈형 적재함을 결합한 휴머노이드형 서비스 로봇 ‘빌리’의 티저를 공개하고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로봇 팔과 손가락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거나 선반에서 물건을 집을 수 있어, 건물을 뜯어고치지 않고도 주문 접수부터 물품 전달까지 사람 개입 없이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로보스’는 사람이 기피하는 대표적 3D 업종인 도축 작업을 로봇으로 자동화했다. 돼지·소는 개체마다 체형과 장기 위치가 달라 로봇 자동화가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로보스는 돼지마다 다른 체형과 장기 위치를 실시간 파악하는 AI 학습 기술로 이 문제를 풀었다. 국립축산과학원과 함께 국산 스마트 도축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등 도축을 넘어 육가공·유통까지 잇는 자동화로 확장 중이다.
‘트위니’는 물류센터에서 주문 상품을 찾아 나르는 자율주행 로봇 ‘나르고 오더피킹’을 만든다. 기존 물류 로봇이 바닥 마커나 비컨 같은 별도 인프라 설치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로봇이 센서로 스스로 위치를 파악해 도입 즉시 운용할 수 있는 ‘인프라 프리’ 방식이 차별점이다.
‘스패너’는 사람 손에 의존해온 건설 현장 작업을 로봇과 AI로 자동화하는 기업이다. 자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공정 단위로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 특징이다. ‘빅웨이브로보틱스’는 로봇을 직접 만들기보다 ‘로봇계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로봇 도입을 원하는 기업과 로봇 제조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마로솔’, 제조사가 제각각인 로봇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제하는 ‘솔링크’를 운영한다. 현재 코스닥 상장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이노션테크’는 이차전지 생산 설비 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표면에 특수 코팅을 입혀 성능과 수명을 끌어올리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최초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트센싱은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레이더를 만든다. 기존 레이더보다 한 차원 정밀하게 주변 사물의 위치·거리·속도·높이까지 인식하는 4D 이미징 레이더가 주력이다.
이 밖에 챗GPT 같은 AI 서비스를 더 싸고 빠르게 돌릴 수 있는 AI 전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하이퍼엑셀’,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차량용 AI 반도체를 만드는 ‘보스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회로를 그릴 때 불량을 막아주는 초박막 소재(펠리클)를 개발하는 ‘어썸레이’, 운전자 개입 없이 달리는 레벨4 자율주행차 ‘ROii’의 ‘오토노머스에이투지’, AR(증강현실) 안경용 특수 렌즈의 ‘레티널’도 선정됐다.
바이오 10개사
의료 AI부터 신약·수술 내비게이션까지
바이오 분야는 의료기기, 신약 치료제, 수술 내비게이션 등으로 스펙트럼이 넓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의료 AI 스타트업 ‘에어스메디컬’이다. 주력 제품 ‘SwiftMR’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로 악명 높은 MRI 검사를 AI로 단축해주는 소프트웨어다. 촬영 시간을 줄이면 영상 화질이 떨어지는데, 이를 AI가 선명하게 복원해준다. 병원은 같은 장비로 더 많은 환자를 검사할 수 있고, 환자는 좁은 기계 안에 누워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휴톰’은 수술용 내비게이션을 만든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하듯, 환자의 CT 영상을 AI로 분석해 혈관·장기 위치를 담은 환자 맞춤형 3D 지도를 보여준다. 집도의가 수술 전 계획을 세우고 수술 중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내시경 분야 기업도 두 곳이다. ‘웨이센’은 의사가 위·대장 내시경을 하는 동안 AI가 화면을 실시간 분석해 놓치기 쉬운 병변을 짚어주는 ‘AI 내시경’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메디인테크’는 의사가 수동으로 밀고 돌리던 내시경을 전동식으로 바꾼 차세대 내시경 장비를 개발한다.
신약 진영도 탄탄하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약물을 뇌까지 ‘배달’하는 기술 기업이다. 뇌에는 약물 침투를 막는 장벽이 있어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이 유독 어려운데, 이 장벽을 통과해 약물을 뇌세포까지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BDDS)을 다른 제약사의 치료제에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스트로젠’은 소아신경과 의사가 창업한 회사다.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핵심증상 치료제 ‘스페라젠’을 개발 중이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자체 신약 개발 플랫폼 ‘옵티플렉스’로 지방간염(MASH)·폐섬유증 등 난치 질환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입셀’은 줄기세포로 닳아버린 무릎 연골을 되살리는 퇴행성 골관절염 치료제를, ‘피알지에스앤텍’은 희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한다.
이 밖에 ‘도터’는 몸 안에서 서서히 녹아 사라지는 ‘생분해성 스텐트’로 심혈관 진단·치료를 아우르고, ‘제이앤피메디’는 신약 개발의 최대 병목인 임상시험 과정을 AI로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를 제약·바이오 기업에 공급한다.
‘플랫폼’ 5개사
에이블리·메디쿼터스…‘버티컬 최강’
플랫폼 분야는 저마다 특정 시장을 파고든 ‘버티컬 최강자’들이다.
‘메디쿼터스’는 패션·뷰티 분야에서 자체 브랜드와 판매 플랫폼을 동시에 키우는 ‘이커머스 플랫폼&브랜드 빌더’다. K-패션·뷰티 수요가 큰 일본 시장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AI가 이용자 취향을 학습해 옷을 추천해주는 개인화 기술로 성장해 지난해 거래액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여성 패션 플랫폼 ‘아몬드’, 남성 패션 ‘4910’ 등으로 나라와 카테고리를 동시에 넓히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복잡하고 정보가 불투명하기로 유명한 두 시장, 즉 한국 보험과 미국 주택담보대출을 겨냥한다. 국내에서는 가입한 보험을 한눈에 진단하고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도 비교·가입할 수 있는 보험 슈퍼앱 ‘시그널플래너’를, 미국에서는 모기지 금리를 비교하고 신청까지 처리하는 ‘Loaning.ai’를 운영한다.
‘비마이프렌즈’는 연예기획사나 크리에이터가 유튜브·SNS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만의 팬 커뮤니티, 멤버십, 굿즈 판매몰을 직접 차릴 수 있게 해주는 팬덤 플랫폼 ‘b.stage’를 서비스한다. 팬덤 비즈니스에 필요한 IT 인프라를 통째로 제공하는 셈이다.
‘인티그레이션’은 한의사라는 좁지만 확실한 시장을 파고들었다. 한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트림’으로 의료인을 모은 뒤, 이들에게 의료기기·소모품을 유통하고 다이어트 등 자체 브랜드와 운영 소프트웨어까지 얹는 수직계열화 모델이다.
‘알스퀘어’는 발품 팔아 모은 전국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가 무기다. 오피스·물류센터 임대차 중개부터 리모델링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기관투자자와 금융사에 구독형으로 판매한다.
성장만으론 안 된다
숫자로 증명해야 ‘진짜 유니콘’
관건은 이들이 실제 유니콘으로 올라설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유니콘의 ‘합격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KB증권이 지난 5월 내놓은 보고서 ‘숫자로 증명하는 유니콘, 바뀌는 성장 공식’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23곳의 지난해 실적에서 뚜렷한 흐름이 확인된다. 토스는 매출 2조6983억원에 영업이익이 270% 급증하며 2년 연속 흑자를 굳혔고, 컬리는 창립 10년 만에 첫 연간 흑자(영업이익 131억원)를 달성했다.
임정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성을 지표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플랫폼 장악력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입증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며 “스타트업 과제가 ‘성장에서 수익으로, 속도에서 지속 가능성으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장해남 플렉스 대표
“ ‘우리 조직’을 아는 AI 플랫폼…데카콘 도약할 것”
“ ‘우리 조직’을 아는 AI 플랫폼…데카콘 도약할 것”
A. 글로벌에서는 B2B 소프트웨어가 데카콘으로 질주하는데, 소프트웨어 강국이라는 국내는 B2C만 포화 상태였고 내세울 B2B 소프트웨어가 없었다. ‘인사가 만사’는 지루한 표현이지만 진리다. 그런데 기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조직과 구성원 문제를 해결할 도구가 없어, 기업들은 직감과 암묵지에 의존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기업·조직·구성원의 관계 데이터를 축적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돕는 플랫폼을 만든 이유다.
Q. 성과를 소개해달라.
A. 이번 유니콘브릿지 선정 기업 상당수가 플렉스 고객사다. 유니콘 주자들의 조직 성장을 뒷받침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해 기업가치 5000억원을 인정받았고, 올해 ARR 400억원을 넘어섰다. 단 한 번의 하락 없이 성장해왔고, 올해 흑자전환을 예상한다. 플렉스는 이제 갓 1회 초를 지났을 뿐이다.
Q. AI가 인사 판단을 그르칠 위험은 없나.
A. 플렉스가 ‘제1호 파일럿 고객’으로서 리스크를 가장 먼저 감지했다. 국내 AI 기본법 시행보다 반년쯤 앞선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AI 신뢰성·안전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최근 이용약관 내 공식 정책으로 격상시켰다. 핵심은 두 가지다. AI는 사람의 판단을 돕는 보조 도구이며, 채용·평가·보상 같은 중요 영역의 최종 결정은 반드시 사람이 내린다는 것이다.
Q. 앞으로의 목표는.
A. 누군가 기업의 AX를 고민할 때 ‘어떤 빅테크 도구와 견줘봐도 플렉스만 우리 조직을 제대로 아네’라는 평가와 함께 선택받고 싶다. 내수만으로도 유니콘이 가능한 시장이지만, 플렉스의 꿈은 그 너머에 있다. 유니콘브릿지를 통해 해외 진출을 준비하며 글로벌 데카콘으로 도약하겠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7호(2026.07.08~07.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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