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전
[르포]"AI·스마트팜 총집결"…해·완·진 2천명 홀린 '진로 나침반'
2026.07.08 21:41
직업 체험부터 맞춤형 대입 상담까지 '원스톱'
3개 교육청 첫 연합…'지역 인재 정착' 신호탄"이 미역 가루가 입욕제가 된다고요? 완도 바다가 치유 산업의 중심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어요!"
여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던 8일 오후 전남 완도군. 청해진스포츠센터와 농어민문화체육센터 일대는 2,0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바깥 날씨보다 더 뜨거웠다.
전남 도내 해남·완도·진도 등 3개 교육지원청이 사상 처음으로 손을 맞잡고 마련한 '2026 해·완·진 교육발전특구 진로 박람회' 현장이다.
단순히 직업 이름만 나열하던 박람회가 아니었다. 첨단 AI 기술부터 지역 특화 해양산업, 그리고 당면한 대입 맞춤형 상담까지 한자리에서 해결하는 이른바 '올인원(All-in-One) 에듀테마파크'가 완도에 펼쳐졌다.
눈앞에 펼쳐진 미래…'첨단기술·크리에이터' 놀이터가 된 1관
청해진스포츠센터에 마련된 제1관은 그야말로 '미래 신산업의 축소판'이었다. 가장 먼저 발길을 사로잡은 곳은 AI 인공지능 부스. 한 중학생이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자 화면 속에 자신만의 캐릭터가 뚝딱 만들어졌다. 학생은 "원하는 걸 구체적으로 말할수록 AI가 더 똑똑하게 반응한다"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체험관 바닥에는 로봇 자동차의 숨 막히는 레이싱이 펼쳐졌다. 학생들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미니 로봇을 조종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실제 카레이서 못지않게 진지했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 자동차, 3D 펜아트, 로봇 코딩 등 디지털 부스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종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창의성을 뽐내는 웹툰 작가 부스와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을 연결하는 쇼츠·릴스 크리에이터 부스 역시 "나도 100만 유튜버가 될 수 있다"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제2관인 농어민문화체육센터로 걸음을 옮기자, 지역의 특색을 살린 실용적인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다 관련 부스에서 연출됐다. 학생들은 완도산 검정 미역 가루를 정성껏 계량하며 천연 입욕제를 만들었다. 지역의 풍부한 해조류가 의료·미용·웰니스를 아우르는 미래 핵심 자원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미니 스마트팜 부스 앞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센서 하나로 농업 환경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본 한 학생은 "농사도 이렇게 첨단 기술로 지으면 완도에서 훨씬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완도수산고, 해남공고, 진도실고 등 지역 특성화고 선배들이 직접 나서 "어업 실습과 수산물 가공을 거쳐 창업까지 갈 수 있다"며 생생한 현장 노하우를 전수해 진로를 고민하는 중고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의료 및 서비스 분야의 실습 열기도 뜨거웠다. 간호사 실습 부스에서는 혈압 측정과 산소포화도 체크가 이어졌고, 생명과학자 부스에서는 세포를 활용한 DNA 추출 실험이 한창이었다.
특히 법률 체험 부스에서는 판사복을 입은 학생들은 재판 현장을 경험하며 "와, 정말 영화랑 똑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외에도 항공 승무원, e스포츠 전문가, 금융·법률 전문가 부스 등이 마련돼 학생들의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오후 3시. 박람회장 한켠에 마련된 '미래 명함 만들기 부스'에는 '미래의 로봇 엔지니어', '해양 치유 전문가'가 적힌 명함들이 수북이 쌓여갔다. 완도학생연합회 메시지 보드에는 "나는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여기서 꿈을 이루겠다"는 묵직한 다짐이 적힌 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막연한 꿈을 현실로"…전문 교사단이 나선 '입시 밀착 상담'
이번 박람회의 진정한 백미(白眉)는 화려한 체험 부스 이면에 자리한 '진학 전담 교사 맞춤형 상담존'이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촘촘하게 배치된 진학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성적 추이, 모의고사 결과, 생활기록부를 꼼꼼히 분석했다. 한 고등학생은 "수시와 정시 중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선생님과 상담 후 앞으로의 로드맵이 명확해졌다"며 밝게 웃었다.
함께 온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 학부모는 "아이 성향에 맞는 직업 체험을 한 뒤, 곧바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대학별 맞춤형 진학 상담까지 받을 수 있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안도했다.
이철영 완도교육장은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탐색하는 것을 넘어, 실제 입시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박람회의 핵심"이라며 "해남·완도·진도의 진학 담당 교사들이 뜻을 모아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지역 협력 교육의 훌륭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학생들의 가슴을 뛰게 한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골프 여제' 박세리 감독이 '나는 지금도 꿈꾼다'를 주제로 특강 무대에 오른 것이다.
?박 감독은 육상 선수에서 골프 선수로 전향했던 학창 시절과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뼈아픈 과거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녀는 "당시의 위기가 오히려 반드시 성공해야겠다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다"며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 학생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자체의 든든한 지원 사격도 박람회의 열기를 더했다. 이날 김신 완도군수는 축사를 통해 "꿈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세"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어 "해남, 완도, 진도의 학생들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해남, 완도, 진도. 비록 행정구역은 달랐지만, 미래를 설계한 2,000명 학생의 꿈은 '2026 해·완·진 교육발전특구 진로 박람회' 현장에서 하나의 나침반을 향해 정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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