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 ‘최저보수제’ 도입 논의 물꼬 트나
2026.07.08 21:04
ILO도 ‘라이더 노동권 보호’ 협약
노동권 보장 안전장치 생길지 주목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플랫폼 노동에 관한 협약을 채택한 데 이어 국내 법원도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그간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14차 ILO 총회에서 채택된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193호)’은 고용 계약상의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법률상 근로자인지를 따지기 전에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 누구든 노동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플랫폼 경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 플랫폼 노동자가 1억5400만~4억3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노동시장의 최대 12%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법적으로 독립적인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보호망 바깥에 놓여 있다.
노동 형태 변화에 따라 국내 사법부도 판단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고법은 배달 노동자가 기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범주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애플리케이션과 알고리즘에 의해 실질적인 노동 통제를 받고 있다면 이들의 노동자성과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용 형태 다변화에 따라 노동자의 개념을 탄력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는 배달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첫 판결로 플랫폼 노동 종사자 전체로 봤을 때는 2024년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두 번째다.
플랫폼 노동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 정립과 국내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결이 맞물리면서 그간 노동계가 요구해온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보수제도 도입될지 주목된다. 노동 현장에서는 최저임금과 같은 최소한의 보수 기준이 책정되지 않아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한 과로와 산업재해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2~2024년 산재 신청 및 승인 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은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의 물류 자회사인 ‘우아한 청년들’이었다.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를 위한 최저보수제’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고용노동부 요청을 받아 도급제 노동자들에게 건당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문제를 심의했으나 경영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현 정부 핵심 노동정책인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하는사람기본법)과 ‘노동자 추정제’ 패키지 법안도 야당과 플랫폼 기업 등의 반대로 국회 법안소위에 계류되어 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일하는사람기본법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등 추상적인 권리를 명시하고 있을 뿐 사용자에게 이를 강제할 수단이나 위반 시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노동자 정의를 확대해 근로기준법을 폭넓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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