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간 전
"우리는 생각을 외주화하고 있다"…디지털과 AI시대 '기술의 덫'
2026.07.08 15:22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밤새 쌓인 알람과 이메일을 확인하고, 쇼츠를 넘기고, 뉴스 헤드라인을 훑는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대로 콘텐츠를 보고 상품을 주문한다. 무엇인가 판단해야 할 때는 고민하는 대신 검색하거나 먼저 인공지능(AI)에 물어본다. 이메일 작성이나 회의 자료를 준비할 때도 AI에 초안을 맡긴다. 무엇인가를 기억하려는 노력도 멈추었다. 전화번호도 길 찾기도 스마트폰 속에 있다.
정재민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와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석연구위원은 신간 '생각을 외주화한 사람들'에서 이러한 일상적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판단력, 사고력 상실의 위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금 생각을 외주화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위임해 버리는 그 편리함에 완벽히 길들여졌다. 근육을 쓰지 않으면 약해지듯, 생각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AI가 대신 판단해주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쪼그라들다가 끝내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책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삶을 잠식하는 11가지 '기술의 덫'을 파헤친다.
생각하기 전에 반응하게 만드는 즉시성의 유혹, 선택을 마비시키는 정보 과잉, 늘 연결돼 있지만 늘 외로운 초연결의 굴레, 취향을 갉아먹는 추천의 덫,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확증편향의 엔진, 거짓이 진실의 탈을 쓰는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 등이다.
예컨대 오늘날 즉시성은 선택이 아니라 일종의 규범이 됐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정보는 실시간으로 생산되고 유통된다. 뉴스는 즉각 '속보'로 전달되고 메시지는 발신 즉시 수신된다. 소셜미디어 피드는 끊임없이 갱신된다. 스마트폰 알림은 사람의 주의를 낚아채고 '지금 확인해야 한다'는 압박을 만든다. '빠른 응답'은 성실함의 지표가 되고, '즉각적 대응'은 능력의 증거가 된다.
문제는 이것이 사람의 판단 능력과 주의력,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환경은 우리를 끊임없는 경계 상태로 몰아넣고 긴장하게 만든다. 우리는 온라인상의 메시지와 정보에 대해 언제든 반응할 준비가 된 채로 살아간다. 마치 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서는 군인처럼 말이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다는 문제를 넘어선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의 주의력과 인지 자원이 그 작은 기기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저자들은 스마트폰을 버리거나 AI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기술의 덫이 어떻게 작동하고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면 그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마침내 AI와 기술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더스퀘어. 354쪽.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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