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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네가 먼저 MOU 위반" 책임 공방…휴전 살얼음판

2026.07.08 15:57

"이란, 무고한 상선 공격" vs "美, 제재 복원·공습으로 위반"
합의 유지에도 신뢰는 붕괴…양측 모두 명분쌓기 주력
오만 무산담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15일(현지시간) 선박들이 항해하고 있다. 2026.05.1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방의 양해각서(MoU) 위반을 주장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체결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공격을 이유로 원유 제재를 복원하고 군사 공습에 나섰고, 이란은 미국의 조치가 휴전 합의를 깨뜨린 행위라며 보복 공격으로 맞섰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7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판매·운송을 허용했던 '일반면허 X(General License X)'를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상업용 선박 피격 사건에 대한 대응이다. 미국은 이란이 양국 간 체결한 양해각서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제재 복원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데스로슈 전 미 국방부 걸프·아라비아반도 담당 국장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선박 공격으로 양해각서 제4조와 제5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데스로슈 교수는 "제4조에 따라 미국은 이란에 대한 상호 해상 봉쇄를 제한하고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5조는 이란이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고 차단된 항로를 정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따라서 이란의 제5조 위반은 명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대응은 이란산 원유 판매 허가 철회로 시작됐고, 이후 선박 공격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군사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교부는 성명에서 "미국 재무부가 이란산 원유 판매 금수 조치에 대한 임시 유예를 철회한 것은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 제10조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이 약속 위반의 결과에 대해 미국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10조는 미국이 양해각서 체결 즉시 제재 종료 시점까지 이란산 원유·석유 제품의 수출과 관련 금융·보험·운송 거래에 대한 제재 유예를 제공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이란 외교부는 이어 "합의 체결 후 20일도 지나지 않아 이뤄진 이번 결정은 미국의 악의적 의도와 불안정성, 신뢰할 수 없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이란 측 선박들이 보이고 있다. 사령부는 이 선박들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선박이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3척이 발사체 공격을 받은 뒤 단행한 대이란 공습에서 타격됐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 2026.07.08. ⓒ 로이터=뉴스1


미국은 원유 제재 복원 직후 호르무즈 해협 선박 공격에 대한 군사 대응에도 나섰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성명을 통해 "국제 수역에서 무고한 민간 선원이 탑승한 상업 선박을 공격한 이란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하기 위한 강력한 일련의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업용 선박 3척을 공격한 것이 작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의 공격은 정당하지 않았고 위험하며 휴전 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군은 이후 이란 남부 지역 군사 시설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습을 실시했으며, 이란 방공체계와 지휘통제망, 해안 레이더 시설, 대함미사일 관련 시설 등 80여 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이 오히려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의 카젬 가리바바디 국제담당 차관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은 이스탄불 양해각서 제1조와 제2조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해각서 제1조와 제2조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양측 동맹국들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상호 무력 사용과 위협을 자제하며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미국은 지난 3주 동안에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행동과 이란을 겨냥한 위협적 발언을 통해 양해각서 조항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은 미국의 합의 위반에 따른 결과를 엄중히 경고하며, 국가 이익과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공습 직후 이란도 보복에 나섰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란 해군과 항공우주군이 주요 미군 시설 85곳을 대상으로 미사일과 드론을 활용한 합동 작전을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공격 대상에 바레인의 미 제5함대 기지와 쿠웨이트의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바레인은 미국이 중동 해역 작전을 담당하는 핵심 해군 전력인 미 제5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국가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을 "미국의 휴전 합의 위반에 대한 초기 대응"이라고 규정하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한 미국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장례라는 "역사적 행사에 그림자를 드리우려 한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이란이 모두 상대방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면서, 어렵게 성사된 휴전 합의는 또다시 최대 위기에 놓였다.

다만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 양해각서 파기나 합의 탈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현재 양측은 상대방이 먼저 합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자신들의 조치를 정당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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