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사이드] 호황 흔드는 피크아웃론…빅테크에 쏠리는 눈
2026.07.08 15:36
다시 불붙은 반도체 피크아웃 논쟁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직전 거래일보다 6.92% 내린 2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6.06% 하락한 220만1000원에 마감했다.삼성전자는 같은 날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9.31%, 영업이익은 1810.26% 늘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90조원에 육박하며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익성을 냈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을 앞둔 SK하이닉스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두 회사 주가가 같은 날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하반기 메모리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모두 보유한 종합 메모리 업체이고,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선두권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두 회사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은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가격 상승 폭이 줄거나 AI 서버 투자가 늦춰지면 이익 증가 속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반도체주 정점론을 꺼내 들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사보다 데이터센터 투자를 주도하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는 의견도 냈다. 반도체 업체의 실적이 결국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에 기대고 있는 만큼, 빅테크가 투자 증가 속도를 조절하면 반도체 실적 기대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번 보고서가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실제 업황과 맞아떨어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 'Memory, Winter is Coming(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 보고서에서 D램 가격 상승세 둔화와 PC 수요 약화를 경고했다. 이후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현실화하면서 해당 보고서는 반도체 업황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로 남았다. 다만 2024년 9월에는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제기하며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지만 AI 메모리 수요가 이어지면서 단기 오판 논란도 낳았다.
AI 수요 지속에도…가격·투자 '변수'
이번 논쟁의 핵심은 메모리 가격이 당장 떨어지느냐가 아니다. 가격은 오르지만 상반기보다 상승 폭이 줄어드는지가 문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일반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10~1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일반 D램 가격 상승률이 90~95%, 낸드플래시가 55~60%에 달했고 2분기에도 각각 58~63%, 70~75% 상승 전망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속도는 크게 느려지는 흐름이다.가격 상승 폭이 줄면 메모리 업체가 상반기처럼 가격 인상 효과를 크게 누리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에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객사의 선구매가 동시에 작용했다. 고객사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했고 메모리 업체들은 공급 부족을 바탕으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가격이 빠르게 오른 뒤에는 고객사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PC와 스마트폰 업체는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완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 판매가 둔화되면 메모리 추가 구매 여력도 줄어든다.
고객사의 투자 판단도 변수로 지목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대규모 CAPEX(설비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전제 위에서 진행됐다. 문제는 AI 서비스가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을 회수할 만큼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느냐다. 빅테크가 투자 효율을 따지기 시작하면 HBM과 서버용 D램 발주 속도도 조절될 수 있다.
피크아웃론 힘 받을까…이달 말 빅테크 실적발표 주목
시장은 이달 말부터 이어지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적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알파벳은 오는 22일, 메타는 29일, 아마존은 30일 각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9일 회계연도 2026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회계연도 4분기는 4~6월로, 다른 빅테크의 2분기와 같은 기간이다.반도체업계가 확인하려는 지점은 단순한 매출과 순이익이 아니다.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기존 계획대로 유지되는지다. 알파벳은 구글 클라우드와 자체 AI 인프라 투자 계획,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 AI 수요와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 메타는 AI 인프라와 자체 슈퍼컴퓨팅 투자 규모, 아마존은 AWS(아마존웹서비스)의 성장률과 서버 투자 계획이 관전 포인트다.
이들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도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히면 HBM과 서버용 D램 수요 우려는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투자 효율이나 현금흐름 부담을 언급하며 지출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 메모리 정점론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과 서버용 D램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지만 PC와 모바일용 메모리는 가격 인상에 대한 고객사 저항이 커지는 구간에 들어섰다"며 "하반기 업황은 AI 서버용 제품의 가격 협상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와 범용 제품 고객사의 재고 축적이 계속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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