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실패, 손흥민 중심도 문제…홍명보 탓만 아냐”
2026.07.08 14:44
“감독·스타 의존·내부 균열 한꺼번에 폭발”
“월드컵서 한국 축구의 모순 드러나”
일본 언론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끝난 한국 축구에 대해 홍명보 전 감독의 전술적 판단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손흥민 중심의 대표팀 운영을 끝내 정리하지 못한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가 이번 2026 월드컵 무대에서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 스포츠 매체 넘버웹(Number Web)은 지난 6일 한국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재일 축구 전문기자 신무광씨의 3부작 분석 기사를 통해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원인을 짚으며 이같이 분석했다.
신 기자는 “한국의 탈락은 홍 감독의 전술적 실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언론과의 갈등, 스타 선수 의존, 세대 간 거리감, 대한축구협회(KFA)에 대한 불신,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 등 여러 문제가 월드컵이라는 극한의 무대에서 한꺼번에 폭발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홍 전 감독의 책임도 분명히 인정했다.
홍 전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상대 체력이 떨어진 후반 손흥민을 투입하는 것이 팀과 선수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한국은 남아공의 조직적인 수비를 공략하지 못한 채 0-1로 패했고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신 기자는 “남아공전에서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며 “팀을 끝까지 하나로 묶지 못한 책임도 감독에게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홍명보를 과도하게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인천국제공항에서 홍 감독에게 쏟아진 야유와 분노가 모두 공정한 비판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실제로 홍 전 감독은 귀국 당시 살해 예고까지 나오면서 경찰 경호를 받은 가운데 팬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다. 반면 하루 뒤 귀국한 손흥민은 팬들로부터 “고개 숙이지 말라” “사랑한다” “수고했다”는 응원을 받았다.
신 기자는 “패배한 감독은 모든 것을 떠안았고, 패배한 스타는 여전히 국민적 영웅으로 환영받았다”며 “두 사람 중 누가 선이고 악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이 대비는 한국 축구가 안고 있는 모순을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손흥민 개인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신 기자는 “손흥민은 오랫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뛰고, 골을 넣고, 비판을 감내하며 대표팀의 얼굴로 살아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 존재가 너무 커진 탓에 한국 대표팀은 어느 순간부터 손흥민을 중심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그 의존에서 벗어날 것인지라는 중요한 결단을 계속 미루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쩌면 홍명보는 이번 월드컵에서 그 결단을 내리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며 “남아공전이 바로 그 결단의 증거였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고 해석했다.
신 기자는 홍 전 감독이 손흥민의 활용법을 두고도 깊은 고민을 했다고 봤다.
그는 “34세가 된 손흥민은 과거 프리미어리그를 휩쓸던 폭발적인 스프린트와 스피드에 분명한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 최전방에 배치됐지만 상대 수비 사이에서 고립됐고, 예전처럼 뒷공간을 파고드는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홍 전 감독은 체코전과 멕시코전 모두 후반 이른 시간 손흥민을 교체했고, 남아공전에서는 아예 벤치에서 출발시키는 결단까지 내렸다.
대표팀 내부의 균열도 패인으로 지목했다.
신 기자는 체코전을 앞두고 일부 취재진이 손흥민의 병역특례를 조롱한 뒤 손흥민이 언론 인터뷰를 거부했고, 다른 선수들까지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서 대표팀 전체가 약 일주일 동안 언론과 단절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또 멕시코전 이후에는 홍 전 감독과 손흥민이 라커룸에서 충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그는 “당사자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만큼 이 일만으로 갈등이나 내분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팀의 질서를 지키려 했고, 주장은 선수들의 분위기를 대변하려 했다”며 “두 사람의 책임감 때문에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신 기자는 “멕시코에서 한국 대표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답은 하나가 아니다”라며 “한국 축구를 위해 떠난 홍명보도, 앞으로도 대표팀의 상징으로 남게 된 손흥민도 승자는 아니었다. 한국 축구 앞에는 여전히 무거운 현실이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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