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탈락하니 또 해협 격돌, 기름 공급 ‘휘청’ [트럼프 스톡커]
2026.07.08 11:08
이란군, 호르무즈서 카타르 선박 등 3척 공격
협상 교착 속 제해권 과시...美는 또 원유 제재
강력 공습도 개시...트럼프 나토 회의 맞물려
독립기념일, 하메네이 장례, 월드컵도 지나가
채권 ↓, 유가·달러 ↑...국지전 지속 가능성
이란군, 호르무즈 해협서 중재국 카타르 선박 등 3척 공격...후속 협상 교착 속 제해권 과시
7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도 이란군이 이날 해협을 지나가던 상선을 향해 최소 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소식통에 따르면 두 선박은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날 오만 영해에서는 라이베리아 선적의 알 마르야호로 추정되는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이 해협을 통과하려다 항로를 이란 연안 쪽으로 변경하라는 이란군의 지시를 받기도 했다. 이 선박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가 관리한다. 앞서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 안비야 중앙사령부는 2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유조선과 상선은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며 “지정 항로를 이탈하거나 항행 규정을 무시하는 경우 즉각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타르는 선박 공격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하고 즉각 반발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7일 자국 주재 이란 부대사를 초치해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마제드 알 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국제 항행 보안과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란을 향해 “역내 안보와 해상 항행을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카타르가 선박 피격의 배후로 자국을 지목하자 “당혹스러운 일이며 선린 우호 원칙에 어긋난다”며 “역내 해운사들은 MOU에 위배되는 행동을 삼가라”고 요구했다.
미국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 허용을 위해 지난달 21일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OFAC는 이란산 원유 거래는 단계적으로 취소되며 17일까지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美, 원유 제재 재가동하고 강력 공습...종전 합의 불확실성 또 커져
실제 이란 국영 IRIB방송에 따르면 이날 게슘섬에서 6차례, 시리크에서 7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서도 여러 차례 폭발음이 감지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매체를 인용해 시리크의 타헤루이 부두 일대에 발사체 6발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이에 대해 “미국의 조항 위반에 따른 결과를 엄중히 경고한다”며 “국익과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판매에 대한 제재 면제를 철회한 것에 대해서도 “MOU’를 위반한 조치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한다”며 “국가의 이익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26~27일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유조선 공격을 빌미로 이틀간 무력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란의 유조선 공격 이후 미국은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습했고 이란은 쿠웨이트, 바레인 등 주변 걸프 국가 내 미군 기지에 공격을 가했다. 같은 달 18일자로 종전 MOU를 발효하고 무력 충돌을 피하기로 해놓고 열흘도 안 돼 이를 위반한 것이다. 이후 양국은 이달 초 카타르 도하에서 중재국을 끼고 간접 회담을 이어가는 등 어렵게 협상 동력을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도가 다시 올라가다 보니 사우디아라비아는 이곳을 거치지 않고 서부 홍해 연안으로 원유를 보낼 수 있는 우회 수송로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나섰다. 동부 유전에서 서부 홍해 연안 얀부 항구로 원유를 수송하는 동서 파이프라인 용량을 하루 최대 700만 배럴에서 900만 배럴로 200만 배럴 확장하는 방안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일부 이웃 나라와 논의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MOU 합의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물동량이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본래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량이 오가던 항로다.
건국 250주년, 하메네이 장례, 월드컵 등 대형 일정 지나니 충돌...트럼프 “미국이 그린란드 가져야”
공교롭게도 양국 충돌 시점은 지난달 11일 시작한 북중미 월드컵에서 미국이 탈락한 직후이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 갈등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지만, 미국 국민들의 내부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계산이 양국의 도발 시점 선택에 일부라도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6일 16강전에서 벨기에에 1대4로 대패해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간 32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폴라린 발로건 선수의 출전 정지 처분과 관련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직접 재심사를 요청해 논란을 불렀다. 실제 FIFA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이후 5일 발로건에게 내려진 한 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번복하고, 그 집행을 1년 유예한다고 미국축구협회에 통보했다. 정치적인 지지율을 높이는 데 미국의 월드컵 성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그만큼 중요했다는 의미다. 이란 축구대표팀은 그보다 앞선 지난달 27일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미국의 공습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거의 동시에 이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직전 취재진과 만나 유럽이 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돕지 않았다는 점을 또 거론하며 “나토에 매우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나토와 틀어진 이유를 그린란드에서 찾으며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아니라 미국에 의해 통제돼야 하는 곳”이라고 또 주장했다.
주가, 채권 가격, 금값 내리고 유가, 달러 가치 상승...최종 합의까지 국지전 지속 가능성
유가 상승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주가와 채권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45%), 나스닥종합지수(-1.16%)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전날 삼성전자(005930)의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른 반도체 관련주 급락이 직접적인 하락 요인이었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중동 정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데 상당 부분 일조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추종 지표(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07%포인트 오른 오른 4.54%로 치솟았다.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또 돌파한 것이다.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은 그만큼 하락하게 된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니, 같은 안전자산이면서도 이자가 없는 금 현물의 가격은 1.4% 내려 트로이온스당 4108.70달러로 떨어졌다. 반대로 미국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달러화 가치는 재차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22% 오른 101.078을 가리켰다.
이날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6월 기준으로도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을 3.7%로 높여 잡았다. 이는 5월보다 0.2%포인트 오른 수치이고 2023년 9월(3.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3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3.3%로 5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이 또한 2022년 6월(3.6%) 이후 최고치였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은 총재도 같은 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뉴욕 연은 수장이 지역 연은 수장 가운데 유일한 상시 투표권자라는 점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실질적인 2인자로 꼽힌다.
윌리엄스 총재는 지난달 16~17일 케빈 워시 의장이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에서 통화정책 경로를 사전에 안내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지한 것을 두고는 위원들 사이에 강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 측면에서 금리가 어디로 향할지 명시적으로 선제 안내를 제공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았다”며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60일간의 후속 협상 기간 가운데 현재 20일 정도가 지난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 이란 간 국지적 충돌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협 제해권이 이란 입장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대미 압박 카드인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협상판에서 반드시 제거해야 민감 변수인 까닭이다. 최대 관건은 남은 40일 동안 양국이 과연 의미 있는 최종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는지다.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와 고농축 우라늄 반출, 통행료 없는 호르무즈 해협 완전 재개방 등 어떤 핵심 안건도 쉽게 접점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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