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에 3%대 성장률 기대…환율은 '고심'
2026.07.08 11:41
유성욱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년 5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5월 경상수지 흑자가 386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두 달 만에 경신한 데 이어 6월에는 400억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상방 압력은 점점 커지고 고환율 국면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16일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6월 400억달러 수준 전망…연간 흑자 전망치 웃돌듯=유성욱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8일 오전 ‘2026년 3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5월 경상수지는 386억1000만달러 흑자로 상품수지와 함께 지난 3월 이후 2개월 만에 최대 흑자 기록을 경신했다”며 “전년 동월 대비 흑자 증가 폭 또한 상품수지와 함께 2개월 만에 다시 역대 최대”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수지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며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하는 가운데 서비스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본원소득수지도 전월의 계절적 적자 요인이 해소되며 힘을 보탠 영향”이라며 “거액 배당 지급이 있었던 4월을 제외하면 2월부터 사상 최대 흑자 기록을 연달아 경신하는 등 양호한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413억달러 규모였다. 기존 최대 흑자를 기록했던 2025년 연간 흑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앞서 전망한 상반기 흑자(1515억달러)까지는 불과 100억달러 남았다.
6월에도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 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무역수지가 100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그 외 나머지 서비스 등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6월에 기록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400억달러 수준은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0.9% 급증한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수출액이 1000억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99.5% 늘어난 448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500억달러로 전망했다. 유 부장은 “연간 전체로 보면 전망치보다는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한 관계자는 “하루하루 반도체 수출 실적을 볼 때마다 놀라고 있다”며 “이런 숫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제성장 상방 환율은 고공행진…다음주 기준금리 높일듯=경상수지가 연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국 경제 성장 경로의 상방 압력도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주요 IB(투자은행)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였다. 5월 말 2.8%에서 한 달 만에 0.2%포인트 올랐다. 주요 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대 중후반 성장률 전망도 나왔다. 4%대 성장률을 내다보는 기관들도 나왔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4%로 제시했다.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4.1%로 전망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달 19일 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기계적으로라도 2.6%에서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전망치 상향을 시사하기도 했다.
경상수지 흑자 행렬에도 환율과 경제 펀더멘털(기초요건) 간 괴리에 환율은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면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환율은 떨어지고 그에 따라 흑자폭도 하방압력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환율이 더 오르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더 큰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예금 등으로 쌓아두는 기업들이 늘면서 시중에 달러는 풍부하지만 환율은 고공행진하는 역설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본지 7월 6일자 9면 참고>
환율은 이달 7일까지 36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 말~1998년 초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 이상을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길다. 지난달 월평균 환율은 1528원으로 외환위기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환율은 4월(1485원) 이후 두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4년부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수준으로 상향 이동했으며, 내년 2월까지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높은 경제 성장세와 불안한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경제성장과 환율을 제외하고도 물가, 부동산 등 모든 지표가 일제히 ‘긴축’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수차례 직접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신 총재는 5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달 18일 ‘2026년 상반기 물가설명회’까지 약 3주간 총 네 차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벼리·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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