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쏘고, 외계인 쫓고… 2시간 36분 ‘미친 질주’
2026.07.08 00:42
올해 칸 영화제를 논란과 놀라움으로 감전시킨 영화 ‘호프’(15일 개봉)는 10년 만에 돌아온 감독 나홍진의 야심을 싣고 2시간 36분간 질주한다. 나홍진은 미친 듯이 달리면서 증명한다. 그렇다. 경지에 이른 액션은 오직 액션만으로도 서사가 완성된다.
‘호프’는 인간의 호프(희망)를 시험에 들게 하는 장소로 반공 구호가 일상이던 시절의 외딴 마을 호포항을 보여준다. 대낮 시골길에서 도륙당한 황소 사체가 발견된다. 이 지경을 만든 ‘겁나게 큰 것’을 포획하러 출장소장(황정민)과 동네 청년(조인성)이 나선다. 읍내로 돌아온 소장을 맞은 것은 처참하게 으깨진 건물과 피칠갑 시체다. 살육전을 벌인 괴물은 무엇인가. 눈먼 인간들의 무지가 낳은 비극 속으로 내달리던 영화는 1시간 지점에 이르러 전복된다. 단 한 방울의 눈물로. 죽자고 달려드는 괴물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어이없는 오해가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종국에는 감당할 수 없는 대재앙이 들이닥친다.
연출, 촬영, 연기, 미술, 무술, 분장 등 모든 면에서 ‘호프’는 현 시점 한국 영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칸 영화제에서 지적이 많았던 컴퓨터그래픽(CG)은 한달 반 사이 상당히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시사회 버전에서는 미학적 완성도를 크게 훼손할 정도의 기술적 결함은 없었다.
외계인이 나온다고 해서 SF 영화로 알려졌지만 공상과학 지식이 필수인 하드SF는 아니다. 외계인은 외계의 존재, 나 자신이 아닌 타자, 내가 속한 공동체 밖의 외지인을 은유한다. 알기도 전에 일단 미워하고, 확인도 전에 우선 배척하는 인간의 맹목과 미혹을 드러낸다. 외계인 입장에서는 인간이 외계인이다. 역지사지 관점에 눈감으면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 영화 ‘호프’처럼.
외계인 디자인은 애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기시감이 든다는 평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외계인은 ‘진격의 거인’을 찍다 달려온 듯 하다.
홍경표 촬영감독을 빼놓고 ‘호프’를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대낮 자연광 아래에서 CG를 입힌 추격전을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도전을 넘겨받은 그는 전기 바이크와 시속 200㎞ 슬라이더 시스템에 카메라를 매달고 ‘호프’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킨다.
폭발하는 액션신의 중심은 조인성이 가져갔다. 위험천만한 액션에 온몸을 던진 그에게 감독은 “어쩌면 말을 그렇게 잘 타느냐” ”어쩌면 총을 그렇게 잘 쏘느냐”는 주변 인물의 대사를 몰아줬다. 등장할 때부터 시선을 집중시킨 경찰 성애 역의 정호연은 블록버스터의 여성 캐릭터로는 매우 드물게 제몫의 액션을 맡아 맹활약한다.
주제를 숨쉬게 하는 무게는 황정민에게 쏠려 있다. 그는 ‘호프’에서 연민의 흔적을 내비치는 유일한 인물이다. 외계인 신체에서 유일하게 인간과 똑같았던 기관인 눈동자를 그만이 꿰뚫어봤다. “자, 아직 인간에게 희망(호프)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나홍진은 묻고 있다.
결말은 미완이다. 나홍진은 칸 기자회견에서 “이번 한 편 자체로도 완결성이 있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걸 보여줄 단서를 곳곳에 뿌려두고 이대로 끝내면 대장부가 아니다. 나홍진은 답하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해도 바로 일어서면 안 된다. 크레딧 중간에 결말과 직결된 결정적인 장면이 하나 더 나온다. ‘호프’는 7일 오후 10시 현재 실시간 예매율 46%(12만9500명)로 1위를 차지하며 2위 ‘모아나’(5만8000명, 20%)를 따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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