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
"전라도 가려면 여권 필요?"…교실까지 파고든 혐오 표현
2026.07.08 07:31
전교조, 청소년·교사 인식조사 발표
청소년 45% "혐오표현으로 상처"
'예민하다는 말 들을까'…도움 요청 못해
교사들 “정치적 중립 시비에 지도 위축”
“전라도에 가려면 여권을 들고 가야 한다.”
“5·18은 북한군이 내려와서 벌어진 일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발언이 학교생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학생들은 지역 비하 표현을 장난처럼 쓰거나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말을 수업 중 발언했고,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과 비극을 조롱하는 표현도 놀이처럼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고교야구대회 응원 논란을 계기로 온라인 혐오·조롱·역사왜곡 표현이 학교와 청소년 문화 안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전교조는 청소년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를 지난 7일 발표했다. 전교조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1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같은 기간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을 대상으로 혐오·역사왜곡 표현의 학교 유입 실태와 교사 대응 여건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
조사 결과, 혐오·차별·조롱·역사왜곡 표현은 온라인 공간을 넘어 학교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응답자의 44.8%는 ‘혐오·차별·조롱 표현으로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상처받거나 기분 나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혐오·차별·조롱 표현으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음에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친구들이 예민하다고 할까 봐(3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별일 아닌 걸로 보일까 봐(32.3%)', '일이 더 커질까 봐(30.5%)' 순이었다.
최근 1년간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접한 문제적 표현은 ‘외모·성적·가정환경·지역·말투 등을 조롱하는 표현(53.5%)’인 것으로 나타났다. (53.5%)'이었다. 이어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죽음·사고·비극을 조롱하는 콘텐츠(51.2%)’,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표현(47.7%)', '역사적 사건이나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장난처럼 다루는 표현(46.8%)'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44.9%)'을 접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문제적 표현을 접하는 주된 경로는 온라인 플랫폼이었다. '유튜브(53.1%)'가 가장 높았고, '인스타그램(51.6%)', '틱톡(33.6%)'이 뒤를 이었다.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19.9%)'도 주요 경로로 꼽혔다. 전교조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혐오·조롱 콘텐츠가 친구들과의 대화와 장난, 놀이문화의 형태로 학교생활 속에 유입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이 학교 현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 더 뚜렷하게 확인됐다. ‘최근 1년간 학생의 말, 과제물, 발표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직접 목격했다’는 교사는 73.9%에 달했다. 동료 교사나 학생을 통해 전해 들었다는 응답 15.4%까지 포함하면, 관련 표현을 접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모두 89.3%였다. 특히 중학교 교사의 직접 목격 비율은 81.7%로, 초등학교(68.4%)와 고등학교(68.5%)보다 높았다.
교사들이 가장 자주 목격한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 유형은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이었다. 응답 교사의 88.9%가 해당 표현을 한 차례 이상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58.2%는 반복적으로 자주 접했다고 응답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도 86.8%의 교사가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57.0%는 반복적으로 자주 접했다고 응답했다. 세대·직업·계층 비하 표현은 81.8%, 역사적 사건을 왜곡하거나 희화화하는 표현은 80.5%가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교육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이유로는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까 우려된다(69.9%)'가 가장 높았다. 이어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이 우려된다(60.1%)', '학생들이 온라인 문화의 영향으로 쉽게 반발한다(47.0%)',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45.4%)' 순이었다.
교사들은 향후 대응 방향으로 처벌뿐 아니라 회복과 교육, 사회적 책임이 함께 필요하다고 봤다. 혐오·역사왜곡 표현이 발생했을 때 학교와 사회의 대응 방향을 묻는 문항에서는 '피해자와 공동체에 대한 사과·회복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71.1%)'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치권과 언론의 혐오 조장 문화도 함께 성찰해야 한다(70.8%)', '학생에 대한 교육적 성찰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68.5%)', '단발성 처벌보다 재발 방지 교육과 구조 개선이 중요하다(64.3%)' 순이었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생들은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이 왜 문제인지 제대로 배우기를 원한다”며 “교사들 역시 정당한 교육활동이 정치적 편향이나 민원으로 공격받지 않도록 제도적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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