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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풀코스 156km '맨발'로 걷다 [산지컬 100]

2026.07.08 07:50

맨발로 전국 산 오르는 진승식 前 교장극한 산행은 단순히 체력만 좋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산을 대하는 올곧은 태도와 이념, 탄탄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춰야만 안전히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넷플릭스 인기 예능 <피지컬100>에서 피지컬이 뛰어난 이를 탐구했듯, 월간<山>은 '산지컬'이 뛰어난 이들을 만나본다. _ 편집자

맨발걷기 붐이 처음 시작된 건 2000년대 중후반, 웰빙 열풍이 한창일 때다. 그때만 해도 '하는 사람들만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차츰차츰 맨발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다가 코로나 시국에 들어서면서 폭발적으로 그 인구가 늘어나 현재에 이른 상황이다.

이처럼 마니아들만 하는 맨발걷기에서 모두가 즐기는 맨발걷기가 되니 현재 '정석'처럼 굳어진 걷는 법이 있다. 파상풍 주사를 미리 맞을 것, 발에 상처가 났다면 즉시 중단할 것, 해수욕장이나 황톳길처럼 토양이 부드러운 곳을 걸을 것, 너무 오래 걷지 말 것 등이다.

그런데 이를 정확하게 반대로 하는 맨발걷기꾼이 있다. 즉 너무 오래 걷고, 토양이 부드럽지 않은 곳도 걷는 사람이다. 그렇게 설악산 공룡능선도, 지리산 화대종주도 맨발로 넘었다. 최근에는 서울둘레길 156km를 맨발로 완주했다. 100km, 250km 걷기 대회도 맨발로 도전한다.

타인이 봤을 땐 무모한 것 같고, 한두 번하다가 힘들어서든, 어딜 다쳐서든 그만할 것 같은 도전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22년 동안 현재진행중이다. 그는 맨발걷기 열풍이 한국에 불기 전부터 맨발걷기에 도전했던 사람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 맨발을 고집하며 걷느냐는 물음에 그는 쉽게 답했다.

"처음엔 살기 위해서, 지금은 눈물이 철철 쏟아질 정도로 행복해서."

초등학교 1, 2학년 손자들과 계룡산 관음봉에 올랐다.
세종명산산악회 회원들과 오른 청도 문복산. 맨발이다. 
세종명산산악회 회원들과 북한산 족두리봉~의상봉 12km 코스를 맨발로 종주했다.
세종명산산악회 회원들과 북한산 족두리봉~의상봉 12km 코스를 맨발로 종주했다.
맨발로 걸으니 기관지염이 나았다

못 말리는 맨발걷기꾼, 진승식씨는 올해로 딱 70세다. 1956년 세종시에서 태어나, 현재도 세종시에서 살고 있다.

"초등학교 성적통지표에 '기관지염을 치료하세요'라고 적혀 있었어요. 선천적으로 안 좋게 태어났기도 했고, 시골집 밀폐된 공간에서 가마니를 짜서 더 안 좋아졌던 것 같아요."

하필 목소리를 많이 내야 하는 직업을 택했다. 국어교사다. 그래서 나중엔 마이크를 이용해 수업하고 그랬지만, 그게 약은 아니었다. 게다가 분필가루도 많이 마셨더니 더더욱 기관지가 안 좋아지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목이 남아나질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명감으로 1979년부터 2019년까지 40년을 일했다. 대전과학고등학교에서 평교사로, 이어 2010년부터는 교감으로 일했고, 2019년 대전자운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편을 내려놓았다. 홍조근정훈장도 받았다.

"병원을 이곳저곳 아무리 다녀도 기관지가 낫지 않았죠. 천식까지 와서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어요. 30여 년 전에는 선조부터 내려오는 비방이라는 수술도 받았어요. 왼쪽 어깨의 살을 떼서 약품 처리한 다음에 다시 붙이는 수술이었죠. 너무 괴로우니까 그런 수술도 받았던 거예요. 신기하게 그 수술하고 조금은 괜찮아졌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다시 아프더라고요."

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듣고, 책도 읽었다. 그러다가 어디서 들은 건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맨발걷기가 좋다'는 걸 알게 됐다. 가을에 시작해서 석 달 정도 하고 나니 확실히 천식과 비염 증세가 호전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어도 계속 맨발로 다니다가 뒤꿈치에 동상이 걸려 한동안 고생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게 2004년이다.

2010년에 교감이 된 이후부터는 목을 한결 덜 쓸 수 있었다. 분필가루도 덜 먹었다. 운동도 시작할 겨를이 생겼다. 먼저 자전거였다. 그때가 유행이었다. 국토종주 코스를 자전거로 열심히 완주하고 난 뒤 이번에는 하루 40km씩 걸어서 완주했다.

"등산도 그러면서 시작했어요. 산악회를 따라다니면서 지리산, 설악산 종주를 각각 다섯 번씩 했고 또 모든 국립공원을 다녔죠."

맨발걷기를 시작한 이래로는 모든 산과 길을 맨발로 도전하게 됐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아직 발바닥이 단련되지 않아서 무리가 따랐다. 보통은 그러면 신발을 들고 다니면서 아플 때만 신는 식으로 할 텐데, 그는 의지력이 남달랐다. 대신 양말을 들고 다녔다. 양말산행이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그렇게 주로 양말을 신고서 산을 올랐다.

"등산화를 신어본 적도 있죠. 아들 등산화가 치수가 얼추 맞아서 신고 처음 지리산을 갔는데 이게 제 신발이 아니니까 뒤꿈치에 물집이 잡혀서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그 뒤로는 등산화를 아예 신지 않고, 당연히 사지도 않았죠. 지금도 한 켤레도 없어요."

대신 양말을 수백 켤레 소진했다. 수km마다 하나꼴로 닳으니 산 하나를 오르려면 여러 켤레를 써야 했다. 그렇게 닳은 양말들을 모두 기념 삼아 보관했었는데 최근 이사하면서 죄다 버렸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보관해 둘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단다.

양재 매헌시민의숲에서 만난 진승식씨. 맨발로 나타나, 인터뷰 내내 맨발이었고, 또 맨발로 지하철역 안으로 사라졌다.
그는  어떤 길이나 땅, 바위여도 산이라면 무조건 맨발로 걷는 걸 목표로 한다.
맨발로 백록담을 4시간 30분 만에

맨발걷기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이런 일화도 있다. 교감 재직 시절 아이들 수학여행 답사를 위해 학부모 대표 등과 함께 제주도를 간 적이 있었다. 하루 동안 식당과 숙소 등 둘러볼 곳을 다 둘러보고 나니 다음날 비행기를 타기까지 시간이 좀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들 잘 때 새벽에 일어나서 렌트한 차를 몰고 한라산 입구에서 맨발로 백록담을 뛰어올라갔다가 내려왔다. 8시에 출발해서 12시 30분에 되돌아왔다. 제주도 돌은 모난 게 하나도 없고 둥글둥글해서 발바닥이 하나도 안 아파 뛰어다닐 만하다는 설명이다.

"2004년부터 마라톤도 병행했죠. 현재까지 풀코스를 10번 완주했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주최 마라톤들을 모두 나갔었고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3번 도는 대회도 참가했었어요. 최고 기록이오? 3시간 25분 30초입니다."

2019년 퇴직하면서 좌우명을 정했다. 앞으로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 '약 안 먹고, 욕 안 먹고, 나이만 먹고 살자'는 것이었다. 약을 안 먹겠다는 목표를 위해선 맨발걷기를 계속 해야 했다. 처음에는 낫고 싶은 마음에 악착같이 했다면, 지금은 너무너무 좋고 행복해서 걷는다. 산길과 숲길을 걸으면 밀려오는 행복감에 주체를 못 할 정도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국립공원 산들은 전부 맨발로 올랐어요. 이제 전국의 둘레길이나 숲길, 사찰순례길, 유네스코문화유산 등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들을 찾아다녀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5월 서울둘레길 전 코스를 맨발로 완주했다. 사실 이 길을 완주한 건 좀 더 특별한 계기가 있다. 4년 전 대한걷기연맹이 주최하는 제주그랑프리 250km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하루에 50km씩 5일 걷는 대회인데 그는 크록스 샌들을 병행하며 맨발로 걸었다. 그 모습이 기이하니 자연히 다른 참가자들이 말을 섞게 됐다. 그렇게 만난 이가 코리아둘레길을 78세 나이로 완주한 이건수씨다. 이때 대화도, 보폭도 잘 맞았던 인연으로 그와 4년 동안 대한걷기연맹 주최 4대 메이저대회들(제주도 250km, 100km, 새만금 66km, 원주100km)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 대회를 준비할 겸 훈련 삼아 이번 서울둘레길을 맨발로 완주한 것이다. 156km를 5개 구간으로 쪼개서 평균 31km로 주말마다 걸었다.

그렇게 많이 걸으면 발바닥이 아프진 않을까? 지금은 전혀 아프지 않단다. 서울둘레길은 30km 정도를 맨발로 걸어도 무난하게 갈 정도로 단련이 됐다. 다만 북한산 종주처럼 오르락내리락이 심한 코스는 12km를 걸으니 발바닥이 꽤 화끈화끈하다고 했다. 또 발바닥의 접지력이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 미끄러운 바위가 쥐약이다.

"진짜 주의해서 관리해야 할 건 무릎이에요. 중간에서 충격을 흡수해 주는 등산화가 없으니 무릎에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거든요. 그래서 산에서 내려올 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또 '돌콕'이라고 해서 돌부리에 발을 콕 찧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요. 저도 그러다가 몇 번 다쳤거든요."

최근에는 산에 철계단이 많이 생겼다. 철계단 자체에 찔려서 다칠 염려는 없지만, 돌콕 등으로 상처가 난 상태로 이를 오르내리다보면 파상풍에 걸릴 수 있다. 또 다른 적은 가을 밤송이다. 한 번 찔리면 안 빠진다. 바늘로 파내야 한다. 실제로 과거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뛰다가 밤송이를 콱 밟아서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진씨의 발바닥은 돌처럼 딱딱하다. 
20여 년간 맨발걷기를 실천한 진승식씨의 발.
맨 밥에 소금만 먹고 산행

가장 힘들었던 산행은 보만식계(보문산~만인산~식장산~계족산 56km)다. 맨발로 식장산까지는 넘었지만 계족산은 넘지 못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새벽에 마저 남은 13km를 끝냈다. 지리산 화대종주도 15시간 걸려서 완주했다. 양말만 신고 걸었던 터라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산은 계룡산입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가까운 명산이라 즐겨 찾는 것 같아요. 20번 정도 종주했네요. 최근에는 손자들을 데리고 오르기도 했어요."

한편 앞서 말했듯, 맨발걷기는 무릎 충격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배낭 무게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식량은 늘 더운 밥 한 그릇과 소금이 끝이다. 조그만 약병에 소금을 채워 넣고 다니면서 밥 한 숟가락을 뜨고, 소금 한 번 입에 털어 먹는 식이다. 이보다 더 맛있는 반찬이 없단다. 장조림 같은 다른 반찬도 가져가봤지만, 별 도움이 안 됐다. 혹 에너지가 부족할 것 같을 때면 선식을 하나 챙겨서 물에 타 먹는다. 빵도, 과일도 안 챙긴다. 먹어봤는데 속만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약간 우쭐하는 자부심이 들기도 해요. 산에 가면 40명 중 39명이 등산화를 신고 오르는데, 저만 맨발로 가거든요. 오래전부터 훈련한 덕이죠.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면 괜히 또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있죠.

하지만 산이란 건 참 공평한 존재인 것 같아요. 그렇게 우쭐하고 교만한 생각에 취해서 걷다보면 또 돌부리에 발을 한 번 콱 박게 만들더라고요. 그러면 다시 정신이 바짝 들어서 건강을 되찾게 해준 산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염불처럼 외우면서 걷습니다."

3년 전부터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대전지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75세까지 대안학교와 도서관에서 봉사

완주 욕심을 내고 있는 산이나 걷기길이 몇 있다. 대표적인 곳이 코리아둘레길이다. 하지만 당장 도전하지 않는다. 75세까진 묵혀둘 예정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 두 가지를 그때까지 계속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일이 아니고 봉사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루 4시간씩 도서관에 나가서 사서보조 업무를 해요. 대출 반납을 정리하는 일이죠. 퇴직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 제안 문자를 보고 시작한 일입니다.

그리고 또 대안학교에서 아이들도 가르치고 있어요. 문신도 하고, 담배도 피우는, 사회의 기준으로 볼 땐 일탈한 아이들이죠. 아이들 스스로 학업에 큰 뜻은 없지만 어떻게든 졸업은 시켜두면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가르치고 있어요. 아무래도 타인의 친절함이나 정을 잘 못 받아본 아이들이 많아서 따뜻하게 대해 주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작년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 저는 국어시간이 제일 좋아요'라고 쓴 편지를 코팅해서 줬어요.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러니 본격적인 맨발걷기 신화는 5년 뒤에 시작될 예정이다. 준비는 지금부터 철저히 하고 있다. 먼저 지인들과 시작한 카카오톡 하루 3km 이상 걷기 미션 채팅방이 있다. 시작한 지 4년 됐는데 처음엔 몇십 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겨우 3명밖에 안 남았다. 매일 규칙적으로 걷고 인증을 해야 벌금을 안 낼 수 있다.

술과 담배도 일절 안 한다. 음식도 육류나 밀가루 음식은 자제하는 편이다.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 하기에 입에 '사랑과 감사'란 말을 달고 살고 있다. 가족들과 전화나 문자를 할 때면 항상 '여보세요' 대신 '사랑합니다'란 말을 쓴다. 그는 "사랑과 감사란 말이 에너지를 많이 주는 언어"라면서 "아들과 며느리 손자도 모두 '사랑한다'는 말로 전화를 끝맺고 있다"고 했다. 처음엔 같이 있는 친구들로부터 "뭔 집사람한테 사랑한다고 하냐(?)"는 모순적인 놀림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의 맨발걷기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에게 맨발걷기 입문법을 묻는 이들도 많다. 그러면 꼭 본인처럼 수십km의 길을 오롯이 맨발로 가라는 식으로 강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했다.

"첫 날에는 10m만, 너무 짧으면 100m만 가도 족합니다. 일단 양말을 벗고 흙을 접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2~3km씩 무리하면 족저근막염이 생기고 무릎이 나빠지고 그럴 수 있어요. 일단 양말을 벗는 것, 그게 시작인데 또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양말만 벗으면 성공한 거죠. 일단 시작부터 하는 것, 이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일단 시작했다면, '행백리자반구십'이다. 100리 길을 걷는 사람은 90리가 반이다. 이 생각을 갖고 맨발걷기를 해야 끝까지 안 다칠 수 있다. 다 왔다고 긴장을 풀면 다친다. 모두가 안전하게, 인생에서 가장 멋진 선택이 된 맨발걷기를 즐겼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등산장비라곤 크록스 샌들 하나, 식량이라곤 밥과 반찬으로 소금 하나가 끝이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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