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하는 배재고 학생들에 “어깨 펴라” 다독인 광주일고 교장
2026.07.08 00:01
6일 오후 광주일고 체육관.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입장하며 시선을 들지 못했다. 광주일고 학생들 앞에 마주 앉았을 때도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을 모아 무릎 위에 올려놓은 학생이 많았다. 울먹이는 학생도 있었다. 동행한 일부 어머니는 체육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배재고 주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항상 마음속 깊이 반성하는 마음과 자세로 살아가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읽었다.
배재고 선수들도 자신들이 외친 구호 속에 담긴 의미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온 나라를 술렁이게 할 정도로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들이 일으킨 소용돌이 속에서 학생들은 얼마나 놀랐겠는가. 부모들은 이번 일로 자식들이 겪게 될 상처와 좌절을 돌덩이처럼 가슴에 얹어 놓고 잠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이크를 잡은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어머님들이 들어오실 때부터 눈물을 흘리고 계시고, 학생들도 울먹이는 모습을 보니 준비했던 말이 순간 다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이어 “배재고 학생들, 고개를 들어요. 어깨도 펴고.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으로 사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라며 “다음에 광주일고 학생들 만날 때 정말 당당하게 마음껏 기량 펼치면서 멋진 승부를 펼쳐주는 것, 그것이 여러분이 용서를 구하는 제일 멋진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 며칠 동안 정치권과 기성세대는 이 사건을 두고 날카로운 대립을 보였다. 한쪽에선 혐오 발언의 단죄를 주장했다. 장관을 지낸 민주당 의원은 배재고 학생들의 행동이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이라며 “야구부 해체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배재고 등교 길엔 셀 수 없는 근조 화환과 응원 화환이 나란히 놓였다. 자신들의 정치 싸움에 어린 학생들을 동원하려는 못난 모습들이었다.
두 학교 학생들은 5·18 묘역을 함께 참배했다.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일고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쳐 파문을 일으킨 지 일주일 만이었다. 배재고 학생들에게 “어깨를 펴라”고 다독인 광주일고 교장의 태도는 어른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말과 태도에서 이번 소동을 푸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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