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배재고등학교
배재고등학교
수업 중에도 혐오∙조롱…교사가 지적하면 “긁혔냐” “선비충” 되받아

2026.07.08 05:02

교실로 스민 혐오 (상)

참사·지역·전 대통령 등 대상 광범위
학생들 “의미 없어 재미로 하는 것”
교사들, 정치적 해석 우려에 대응 못해

“배재고 사태는 우발적 일탈 아냐
사회가 방관 땐 같은 일 반복될 것”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연합뉴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로 시작된 ‘5·18 민주화운동’ 조롱 사건이 광주제일고등학교의 용서와 화해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일부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에서 소비되던 지역 비하, 혐오·조롱 표현이 스며든 교실의 모습과 대책을 살펴봤다.


“교장 선생님, 여기 부엉이 바위가 어디 있어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한 중학교 김아무개 교장은 지난달 1학년 학생들과 무등산에 올랐다가 한 학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부엉이 바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숨진 장소다.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온라인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할 때 쓰는 일종의 ‘키워드’다. 이 학교는 국립 5·18 민주묘지 가까이에 있다. 김 교장은 “5·18에 대해서는 어른만큼 선명한 역사의식을 가진 아이들조차, 타인의 죽음을 조롱하는 언어를 쓰고 있었다”며 “혐오 표현이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7일 한겨레가 학교 현장의 말을 들어보니,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행위가 일부 학생들의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교실에서 학생들은 사회적 참사를 비롯해 특정 지역, 전직 대통령, 이주민, 장애인, 여성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혐오 표현을 쏟아내고 있었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박아무개 교사는 직전에 근무했던 중학교에서의 경험을 떠올렸다. 한국사 수업 중 ‘연표 만들기’ 활동을 할 때 한 학생이 “저는 부엉이 바위에서 운지(노 전 대통령 서거 비하 표현)하면서 연표를 마감하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다른 학생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발표까지 했다고 한다.

대전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이아무개(15)군은 “친구들끼리 중국인 외모를 닮았다고 생각하면 그냥 ‘너 중국인이지’, ‘중국인은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며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 재미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의 고등학생 장아무개(18)군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게임 이야기를 할 때 ‘탱장연’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며 “오버워치 게임의 탱커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을 합친 말이다. 게임하면서 시위성 플레이를 하면 ‘탱장연’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이동할 권리를 요구하며 절박하게 싸우는 모습을 게임에 빗대 조롱하고 있는 셈이다.

교사들은 ‘일베’가 처음 사회 문제가 됐던 10여년 전과 비교해 혐오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더 죄책감 없이 혐오·비하 표현을 내뱉고, 이를 지적하는 교사나 친구를 조롱한다고 했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 ㄱ 교사는 “10년 전만 해도 잘못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혐오 표현을 쓰는 학생들이 지적을 받으면 자기 나름의 근거를 대면서 상대를 설득하려 했다”며 “지금은 논리를 펼 가치조차 없는 놀이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교사들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라고 지적하면, ‘긁혔냐’(기분 상했냐), ‘선비충’(타인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비아냥거리는 표현)이라는 답이 돌아온다고 했다.


혐오 표현이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로 쓰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박대훈 교사는 “배재고 학생들도 ‘스타벅스’ 언급이 상대 팀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밈’(인터넷 유행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말을 골랐을 것”이라고 했다.

혐오·조롱 표현이 교실 안에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교사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2∼6일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에게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교사의 89.3%가 최근 1년간 교실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 들었다고 답했다. 교사들의 88.4%는 이번 배재고 사건이 ‘특정 학생들만의 우발적 일탈로 보기 어렵고,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과 연결해 봐야 한다’고 응답했다.

교실에서 혐오 표현을 제지할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인 교사들은 자칫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까 봐 대응이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박아무개 교사(경기 한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표현을 지적하면 ‘노무현을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하고, 다문화 비하를 지적하면 ‘선생님 민주당 지지자시네요’라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혐오 표현을 바로잡는 지도를 교사의 정치적 성향 문제로 몰아가면 교사가 쉽게 개입하지 못한다는 점을 학생들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ㄴ 교사(경기 한 중학교)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일베 용어’를 쓴 학생을 지도하겠다고 학부모에게 알렸다가 ‘개인의 정치적 의견이고 자유인데 왜 지도하느냐’는 항의가 돌아왔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했다.

교사들은 배재고 사건을 특정 학생들의 일탈로 치부하거나, ‘징계가 내려졌으니 됐다’는 식으로 넘어간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ㄱ 교사는 “교실 속 일들은 외부로 중계되지도 않고, 함께 분노해줄 대중도 없다. 오직 교사 한명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다”며 “사회가 이를 방관하면 학생들은 ‘이 정도까지는 해도 되는구나’를 학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태껏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혐오와 차별을 이용해온 일도 돌아봐야 한다”며 “학생들은 기본적인 윤리와 인권의 문제를 ‘표현의 자유’나 ‘생각의 차이’로 여기게 되면서, 하지 말아야 할 표현의 선이 흐릿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배재고등학교의 다른 소식

배재고등학교
배재고등학교
1일 전
“주홍글씨 바라지 않는다” 광주일고 관계자들, 배재고 선처 호소
배재고등학교
배재고등학교
1일 전
“주홍글씨 안돼… 배재고 선처해달라”
배재고등학교
배재고등학교
1일 전
[이진영 칼럼]“광주는 제물을 원하지 않는다”
광주제일고등학교
광주제일고등학교
1일 전
'6개월 출전 정지' 배재고 야구부…'봉황대기' 출전 길 막히나
배재고등학교
배재고등학교
1일 전
광주제일고 교장 "배재고 학생 야구선수 선처해달라"
광주제일고등학교
광주제일고등학교
1일 전
배재고 6개월 출전정지 재심신청 논의...광주일고 선처 요청
광주제일고등학교
광주제일고등학교
1일 전
"학생에게 주홍글씨 바라지 않아" 광주일고, 배재고 중징계 선처 요청
sayonbeat
sayonbeat
1일 전
중학교
중학교
1일 전
"수업 중 부엉이바위·운지·홍어까지"...도 넘은 교실 속 혐오
배재고등학교
배재고등학교
1일 전
‘왕 전문’ 배우 임호, 배재고 5·18 참배 동행…“후배들 공부 많이 됐을 것”
배재고등학교
배재고등학교
2일 전
'5·18 비하 구호' 배재고 야구부, 광주일고 방문해 사죄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