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부친과 알던 수사 경찰... “선배님, 함구하라 했어요” 전화
2026.07.07 22:53
수사팀원, 하루에도 몇 차례씩 통화
검찰 보완수사로 실체 점차 드러나
검찰이 ‘전남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을 수사한 전남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 소속 김모 경사가 살인범 장윤기(23)의 아버지(55)에게 전화를 걸어 “(장윤기가) 경찰 가족이라는 것을 다들 쉬쉬하고 있다. 함구하라고 했다”고 말한 녹음파일을 7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사는 전남광주 지역 일선 경찰서 간부(경감)인 장의 아버지와 근무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경사는 장의 살인 범행 후 하루에도 몇차례씩 장의 아버지와 통화하며 그를 “선배님”이라고 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장윤기 살인 사건 발생 직후 경찰청 익명 커뮤니티에는 “장윤기의 아버지가 광주 지역 현직 경찰관”이라는 글이 올라왔었다고 한다.
광주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봉진 부장검사)은 이날 김 경사와 수사팀장 박모 경감, 광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해 이 같은 증거를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장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인 것을 숨긴 채 증거를 인멸하는 데 경찰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6일 박 경감을 긴급체포한 경찰 특별수사팀은 이날 박 경감에 대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경찰청은 광산경찰서장, 형사과장 등 6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박 경감은 장의 아버지와 수십 차례 통화하며 수사 정보를 알려주고, 케이블타이 등 증거를 감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경찰 내부의 유착 의혹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하나 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당초 장에 대해 단순 살인 혐의를 적용한 배경에, 광주 지역 경찰관들의 유착이 작용한 정황을 검찰이 찾아낸 것이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이 강간을 목적으로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고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 5월 5일 발생한 전남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은 장에게 단순 살인 혐의를 적용해 9일 만에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한 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장이 살던 원룸을 경찰이 압수수색할 때 촬영한 영상에서 가슴 부위 등이 훼손된 리얼돌 등 성인용품 여러 개를 발견했다. 범행에 성적(性的) 동기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단서였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장의 아버지가 리얼돌을 폐기한 사실을 확인했고, ‘성범죄’ ‘납치’ 등의 대화가 녹음된 장의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도 확보했다. 결국 검찰은 장을 단순 살인이 아닌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단순 살인은 유기징역형 선고가 가능하지만, 강간 등 살인은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뿐이다.
결국 경찰청이 나서 뒤늦게 수사팀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수사팀장이던 박 경감이 광주 지역 현직 경찰관인 장의 아버지와 수십 차례 통화하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 수사 상황을 알려준 정황, 장의 SUV 차량 압수수색 때 발견한 케이블타이 등 증거를 감춘 정황 등을 포착했다. 이에 대해 박 경감 측은 본지에 “일면식도 없는 장의 아버지를 비호할 이유가 없고 케이블타이를 버린 적도 없다”고 했다.
이처럼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초동 수사 결과가 뒤집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여전히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지낸 정지웅 변호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더욱 무시무시한 지옥이 쓰나미처럼 닥칠 것”이라며 “범죄 피해를 당하고 나서야 그 뜨거운 맛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년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경찰은 가해자 A씨에게 중상해 혐의만 적용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A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옷을 정밀 감정해 A씨의 DNA를 찾아내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A씨는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경찰이 단순 변사 사건으로 종결했던 2019년 ‘가평 계곡 살인 사건’도 검찰이 다시 수사해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2023년 살인범 이은해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10월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사건의 실체가 묻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력 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김호중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성범죄 사건은 검사가 당사자 진술을 비교 분석하며 신빙성을 검토하는데, 경찰은 법정에서 발생하는 쟁점이 무엇인지, 피해자 진술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모른다”고 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회원 4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일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67.0%였다고 이날 밝혔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가해자 처벌은 약해지고, 피해자들은 더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현직 경찰 게시판에서도 이날 “전남광주 사건을 보니 검사가 모든 수사 지휘권을 갖는 게 맞다”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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