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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작업복 손빨래했을 뿐인데… 30년 뒤 희귀암으로 숨진 여성, 왜?

2026.07.08 02:01

[해외토픽]
베로니카와 남편의 생전 모습./사진=더미러

남편의 먼지투성이 작업복을 수년간 손빨래했던 여성이 수십 년 뒤 석면 관련 암으로 숨졌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미러'에 따르면, 영국 노퍽주 와이먼덤에 살던 베로니카 키드먼(72)은 지난 1월 악성 중피종 진단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숨졌다. 악성 중피종은 흉막이나 복막 등 장기를 둘러싼 막에 생기는 드문 암으로, 석면 노출과 관련이 깊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베로니카의 가족은 그가 남편 이언 키드먼의 작업복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석면 섬유를 들이마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언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영국 통신회사 BT의 현장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는 가정집과 사업장, 전화 교환·수리 시설 등을 다니며 전화선과 교환기 고장을 수리했다.

베로니카는 생전 남편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옷과 머리카락에 많은 먼지가 묻어 있었다고 가족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의 작업복은 너무 더러워 일주일에 여러 차례 손으로 문질러 빨아야 했고, 한 번에 세 차례씩 세탁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가족은 당시 작업 현장에 석면 보온재가 감긴 배관이 있었거나, 업무 중 석면 성분이 포함된 자재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베로니카의 딸 베키 어윈(41)은 "어머니는 늘 밝고 에너지가 넘쳤다"며 "필라테스 수업을 다니고, 지역 걷기 모임에도 참여했으며 반려견들과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평소 활동적이던 베로니카가 자주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하자 가족은 이상을 느꼈지만, 당시에는 원인을 알지 못했다.

베로니카는 진단 전 약 2년 동안 복통, 허리 통증, 복부 팽만, 피로감을 겪었다. 이후 지난해 11~12월 여러 차례 응급실을 찾았고, 12월 CT 검사에서 복부 종괴가 발견됐다. 같은 달 23일 조직검사를 받았으며, 올해 1월 6일 병원에 입원한 뒤 1월 8일 악성 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그는 불과 7일 뒤인 1월 15일 병원에서 숨졌다.

베키는 "진단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어머니를 잃었다"며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자신의 일이 어머니의 병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잘못은 아니다"라며 "당시 많은 노동자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고, 과거의 실수가 지금도 우리 같은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가족은 베로니카의 사연을 '중피종 행동의 날'을 맞아 공개하며, 이언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제보를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이언이 근무했던 전화 교환소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이 당시 작업 환경에 대해 알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가족을 대리하는 석면 질환 전문 변호사 나탈리아 러시워스-화이트는 "베로니카의 죽음은 석면이 남긴 비극적 유산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석면은 중공업뿐 아니라 여러 직업군과 주거·공공건물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복 세탁 같은 2차 노출로 피해를 입는 사람, 특히 여성이 늘고 있다"며 "1970년대에도 석면 위험은 이미 알려져 있었고, 고용주는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었다"고 말했다.

악성 중피종은 흉막, 복막, 심막 등 장기를 둘러싼 '중피'에서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가장 흔한 발생 부위는 폐를 둘러싼 흉막이지만, 배 안쪽을 덮는 복막이나 심장을 둘러싼 심막에도 생길 수 있다. 원인으로는 석면 노출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석면은 과거 건축자재, 단열재, 배관 보온재 등에 널리 쓰였지만, 매우 작은 섬유가 공기 중에 흩어져 몸 안으로 들어가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암을 일으킬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도 석면을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잠복기가 길다는 점이다. 석면에 노출됐다고 바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보통 10년에서 수십 년이 지난 뒤 악성 중피종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과거 석면을 직접 다뤘던 근로자뿐 아니라 작업복, 머리카락, 신발 등에 묻은 석면 섬유를 통해 가족이 간접 노출되는 사례도 보고돼 왔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흉막에 생기면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 마른기침, 피로감, 원인 모를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복막에 생기면 복통, 복부 팽만, 식욕 부진, 구역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다른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도 쉽지 않다. 악성 중피종은 주변 조직으로 퍼지기 쉽고, 발견됐을 때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환자의 상태와 병기 등에 따라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흉수나 복수가 차는 경우에는 이를 빼내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석면 노출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래된 건물의 철거·수리 현장이나 석면 자재가 의심되는 환경에서는 임의로 자재를 뜯거나 청소하지 말고, 전문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과거 석면에 노출된 이력이 있는 사람이 호흡곤란, 흉통, 복부 팽만, 원인 모를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을 겪는다면 지체하지 말고 진료받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도 악성 중피종은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발생 건수 자체는 많지 않아 희소암으로 분류되지만, 석면 노출 뒤 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특성 때문에 과거 노출의 영향이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이전에 건축자재나 산업 현장에서 석면이 광범위하게 쓰인 만큼 관련 질환은 한동안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국내 연구에서는 악성 중피종 환자 발생이 2010년 이후 본격적인 증가 국면에 들어섰고, 긴 잠복기를 고려하면 2040년대 중반까지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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