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물 '콸콸' 쏟아졌다…낙동강 덮친 녹조에 '초비상'
2026.07.08 06:01
최악 피해 남긴 4년 전보다 심각
조류경보 경계 기준치 훌쩍 넘어
농수로 유입…농작물 생육 위협
7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의 한 농가. 모내기가 끝난 논이 온통 녹색을 띠고 있었다. 농업용수에 녹조가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약 7만㎡ 논에서 벼농사를 짓는 50대 농업인 김모씨는 “4년 전에도 녹조 피해를 봤지만 그땐 어느 정도 모가 자란 뒤였다”며 “모 생육도 걱정이지만 녹조 피해 사실이 알려져 수확기 농산물 판로 개척에 악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른 폭염과 늦은 장마로 낙동강 하류의 녹조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 우려가 커지는 것은 물론 취수원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기후에너지환경부 물환경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양산시 인근의 물금·매리 수질측정센터의 지난 6일 유해 남조류 세포는 mL당 7만4028개로 조류경보 경계 기준치인 1만 개를 훌쩍 넘어섰다.
기상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유해 남조류 세포는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1일 2418개 수준이던 유해 남조류 세포는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8일 8458개를 기록한 뒤 29일 2만9101개로 치솟았다. 이달 2일에는 16만5880개로 대폭 늘면서 44만7075개로 최악의 녹조 피해를 낸 2022년 8월 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22일에는 조류경보제 도입 이후 가장 빨리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일반적으로 녹조는 햇빛, 수온, 영양염류, 정체 수역 등 네 가지 원인으로 생긴다. 낙동강 하류는 구조적으로 녹조 대량 증식에 최적의 환경으로 꼽힌다. 이상 기온에 따른 수온 상승과 함께 상류에서 떠내려온 영양염류가 낙동강 하굿둑으로 가로막힌 곳에 집중되며 매년 여름 녹조가 대량으로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경지 녹조 피해의 원인이 낙동강인지, 인근 저수지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농업용수로 낙동강의 지류를 끌어들이는 곳도 있지만, 별도 저수지를 만들어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사공혜선 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낙동강 본류부터 농업용으로 쓰이는 지류 농수로까지 녹조가 침투했다”며 “농민의 건강 문제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녹조는 농작물 생육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2022년 국립부경대는 낙동강 물을 사용해 재배한 농작물에서 유해 남조류가 만드는 대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를 이끈 이승준 경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는 “녹조의 독소가 농작물로 흡수된다는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도 확인된다”며 “범부처 차원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지방자치단체는 물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두고도 비교적 상류인 양산시 농민과 하류인 부산시 대저동 일대 농민의 입장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녹조 피해를 막기 위해 하굿둑을 개방하면 염분을 머금은 바닷물이 유입돼 대저동 일대 농가에 피해가 발생한다.
부산시는 기후 변화로 녹조 위험이 커지면서 조류경보제를 선제 강화했다. 2023년 146일 동안 이어진 조류 경보가 2024년 146일, 지난해 194일 등 해마다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생활·농축산 등 녹조의 양분이 되는 인(P)의 배출원을 사전에 관리하고, 물금취수장 인근에 수심별 선택 취수가 가능한 취수탑을 설치해 남조류 유입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낙동강을 낀 부산시 기초자치단체 네 곳과 낙동강관리본부 등 8개 기관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며 “녹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양산=김해연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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