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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엑스레이] [128] 스울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26.07.07 23:38



사투리 안 쓴다. 서울 오자마자 부산 사투리를 고쳤다. 서울말을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하나다. 쎄련된, 아니 세련된 스울, 아니 서울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사대주의자다.

나는 외국어에 재능이 좀 있다. 영어도 두 종류를 한다. 원래는 캐나다에서 배운 북미식 영어를 썼다. 지금은 영국 살며 익힌 영국식 영어를 쓴다. 언제든 전환할 수 있다. 부산 사람에겐 서울말도 외국어다.

사실 나는 완벽한 부산 사람은 아니다. 태어난 곳은 마산이다. 중학교 시절 부산으로 갔다. 마산과 부산 사투리도 다르다. 나는 부산에서도 “~예”로 끝나는 사투리를 쓰곤 했다. 아이들은 촌스럽다고 놀렸다. “밥 뭇스예?” 이건 마산이다. “밥 뭇습니꺼?” 이건 부산이다. 대체로 그렇다. 나는 곧 부산 사투리를 익혔다. 역시 나는 외국어에 재능이 있다.

내 서울말은 완벽에 가까워졌다. 20년 넘게 서울말 쓰고 살았더니 서울 사람으로서 서울에 대한 글을 써달라 요청받는 경지에 이르렀다. “부산 출신인데요?”라고 하면 “서울 사람 아니었어요?”라는 말을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나도 쎄련, 아니 세련된 스울, 아니 서울 사람이 됐다.

그럴 리가. 부산 사람은 내가 부산 사람이라는 걸 바로 파악한다. 고치지 못한 디테일이 있어서다. 나는 아직도 월요일을 ‘워료일’이 아니라 ‘월료일’이라 발음한다. 사람들 말에 “진짜?”라는 추임새를 넣는다. 그건 진짜냐고 묻는 게 아니다. 그냥 부산식 추임새다. 서울 사람들은 왜 자꾸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드냐고 화낸다.

바뀌지 않는 게 또 있다. 혼잣말이다. 누가 헛소리를 하면 꼭 “머라카노”라고 중얼거린다. 에어컨 바람이 세면 “춥노”라고 중얼거린다. 배가 고프면 “배고프노”라고 칭얼댄다. 본능적 반응이라 입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다만 영남 사투리도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다. 분명 이 글을 읽으며 ‘그런 거는 갱상도 사투리가 아이다’라고 불평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오늘따라 글 보내기가 좀 무섭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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