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의 무덤’이 된 사기 등 경제 범죄
2026.07.08 00:48
“매일 5~6명 조사, 현실상 불가능“
여성청소년과는 인력 탈출 러시
서울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경위는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맡고 있다. 통상 일선 경찰서 수사관 1명이 매달 접수하는 고소·고발 사건은 30~40건 정도. A경위가 한 달 동안 접수한 사건과 관련해 만나야 할 고소인이나 피고소인 등 사건 관계자는 최소 60명인 셈이다.
A경위는 “사기 범죄는 피의자나 피해자가 여럿인 경우가 많아 조사 대상이 더 늘어난다”며 “매일 5~6명을 조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2023년 고소·고발 반려 제도가 폐지된 후로 모든 고소·고발 내용을 확인해야 하다 보니 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났다는 얘기다.
가정폭력·스토킹 같은 관계성 범죄나 사기 범죄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일선 경찰관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사건이 많아졌지만 수사 인력은 거의 보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최선을 다해도 사건 처리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이버 범죄나 사기 사건은 ‘수사관의 무덤’으로 불린다. 이런 사건은 수사가 오래 걸리는 데다 범행 수법이 고도화돼 범인 추적·검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 한 경찰서 수사과장 B경정은 “과거에는 돈을 빌렸다가 갚지 않는 단순 사기 범죄가 많았지만, 요즘은 코인 등 신기술을 이용한 사기 범행이 많아졌다”며 “이런 사건은 팀 단위로 수사해야 하는데 인력과 수사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관계성 범죄를 주로 수사하는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선 수년간 ‘경찰관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스토킹 살인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 뒤로 신고가 들어온 사건은 모두 여성청소년과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고 한다. 서울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C경정은 “가해자·피해자 분리, 전자발찌 부착·유치 등 조치 신청, 사건 검찰 송치 후 가해자·피해자 추적·관찰까지 모두 일선 경찰의 몫이 됐는데 인력은 그대로이니 누군들 탈출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D경정은 “스토킹 사건은 신고 접수 당일 바로 수사관이 조사하도록 규정이 바뀐 뒤로 업무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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