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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땐 가해자 즉시 퇴거시키고… 구속수사 확대해야”

2026.07.08 00:48

[피해자가 방치된 사회]
<4·끝> 전문가들의 제언

지난 2025년 가정폭력을 일삼던 한 아버지는 아이들의 짐을 집 안에 들이지 못하게 했다. 8자매의 옷가지가 집 밖에 방치되어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사건은 28만9368건이다. 이 가운데 경찰이 가해자를 검거한 사건은 3만3635건(11.6%)밖에 안 된다. 피해자들이 가해자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취소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와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자 10명 중 9명은 가정 폭력의 굴레 속에 방치된 셈이다. 특히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피해자들은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한다. 사기 등 경제 범죄 피해자들도 경찰의 수사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즉시 퇴거 명령제를 도입하고 경제 범죄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찰 수사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세령 경찰젠더연구회장은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자와의 신속한 분리가 필요한데 경찰이 할 수 있는 가해자에 대한 퇴거 명령이나 접근 금지 조치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해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며 “호주처럼 가해자를 현장에서 즉시 퇴거시키는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가정폭력 사건 피해자가 신고 전 상담, 수사 지원, 변호사 선임 등을 한 기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수사 기관이 권리 보호에 필요한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피해자에게 제공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은 “가정폭력 범죄를 사실혼이나 법률혼 관계에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정하면 이별한 전 연인이나 친분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며 “관계성 범죄의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사기와 기술 탈취 등 경제 범죄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전문성 있는 베테랑 수사관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경제 범죄는 내용이 복잡해 수사 난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베테랑 수사 경찰관들은 오히려 수사 부서를 기피하며 지구대 등으로 이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은 경찰 인력 90% 이상이 수사 등을 주로 하는 외근직이지만 한국은 내근 40%, 외근 60% 수준”이라며 “내근직 경찰관이 많아지면 서류 행정에 치중하고 일선 경찰에 대한 감시·감독만 늘어나는 만큼 내근직을 줄이고 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관계성 범죄 수사와 재판이 늘어지는 사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복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관계성 범죄의 경우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를 확대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속 사건의 경우 수사와 재판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의도적으로 수사나 재판을 지연시키는 범죄 가해자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형사 사법 체계의 중심축을 ‘피의자’에서 ‘피해자’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윤호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선 ‘피해자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 중심 사법 체계를 구축했다”며 “한국도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법원의 배상 명령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배상 명령 제도는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가 신청하면 가해자에 대한 유죄 판결과 동시에 손해배상 명령까지 내려주는 제도다. 피해자가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민사소송을 따로 제기하지 않고도 신속하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성 범죄

부부·연인·가족 등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의미한다. 스토킹·데이트 폭력·아동학대·가정폭력 등이 주로 해당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가까워 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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