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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비용 뺐는데 이자는 제자리…‘꽉막힌’ 체감금리

2026.07.07 17:51

법정비용 제외에도 체감 인하 효과 제한
시장금리·가계대출 관리에 인하분 상쇄
“수익 보전 과정서 다른 비용 오를 수도”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대출 가산금리에서 출연금과 예금보험료 등 법정비용이 빠졌지만 차주가 체감하는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산금리 인하 요인에도 시장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실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일부 구간에서 오히려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대출 이자 부담 완화보다 은행권의 금리 산정 방식과 수익 보전 구조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정 은행법과 은행법 시행령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되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 산정 체계에서 일부 법정비용 반영분을 제외했다.

개정 법령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등 각종 보증기금 출연금도 절반 이상을 대출금리에 전가할 수 없다. 올해부터 인상된 교육세율 부담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게 됐다.

취지는 은행이 부담해야 할 법정비용을 차주에게 전가하지 못하게 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통상 시장금리인 준거금리에 업무원가와 신용위험, 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법정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지면 원칙적으로는 최종 대출금리도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법정비용 제외에 따른 금리 인하 폭이 상품별로 대략 0.1~0.2%포인트(p) 안팎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과 대출 금액에 따라 인하 폭이 달라지고, 신용대출은 서민금융진흥원 출연료 반영분 제외로 어느 정도 금리 하락 효과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차주들이 체감하는 금리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29일 연 4.07~6.47%에서 이날 기준 연 4.02~6.54%로 하단은 0.05%포인트(p) 내리는 데 그친 반면 상단은 오히려 0.07%p 올랐다. 같은 기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같은 기간 연 4.68~7.40%에서 연 4.94~7.36%로 조정됐다. 상단은 0.04%p 낮아졌지만 하단은 0.26%p 상승한 것이다.

이는 법정비용 제외에 따른 인하 요인이 있었지만 은행채 금리 등 준거금리 움직임과 은행별 우대금리 조정, 한시적 금리 감면 종료 등이 함께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산금리가 일부 내려가더라도 최종 금리는 시장금리와 은행의 상품별 금리 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법정비용 제외에 따른 인하분은 상품별로 반영됐지만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와 우대금리, 은행별 한시 감면 조치까지 함께 적용돼 결정된다”며 “이달 들어 금리가 일부 오른 것도 최근 준거금리 상승 영향이 법정비용 제외 효과를 상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법정비용 제외로 줄어든 이자이익을 다른 방식으로 보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정비용을 가산금리에 직접 반영하지 못하더라도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인건비·전산비 등 다른 항목을 가산금리에 넣는 방식이 가능하다. 또 외환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조정을 통해 비용 부담이 다른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로 옮겨갈 여지도 있다. 법정비용 하나가 빠졌다고 해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체 금융비용이 낮아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정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하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대출금리 인하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수수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줄어든 이자이익을 보전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인건비나 전산비 등 다른 항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거나 외환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법적 비용 하나가 빠졌다고 해서 대출 소비자가 큰 혜택을 본다고 보기는 어렵고 결국 소비자가 내는 다른 가격에 반영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금리 인하보다는 대출금리 산정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은행 대출금리는 세부 산정 구조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정비용 반영 제한을 계기로 가산금리 항목과 은행별 금리 운용 방식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출연금 반영분을 은행이 부담하게 된 만큼 상품별로 금리 인하 요인은 생겼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비용과 대출 증가 속도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금리와 가계대출 관리 상황에 따라 실제 차주가 체감하는 최종 금리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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