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 14조 담합' 정유사 기소에도…정부, 4조원대 손실보전 절차 예정대로
2026.07.07 16:38
자료 객관성이 최대 변수
정부가 검찰의 정유 4사 담합 기소에도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보전 정산 절차를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전에 4조원대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담합 혐의로 기소된 업체들이 제출하는 자료를 토대로 보전액을 산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자료의 신뢰성과 검증 절차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산업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정산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석유사업법에 따라 휘발유·경유·등유 등에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정유사가 정부가 정한 가격 이상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가격 통제로 발생한 손실은 사후 정산을 통해 보전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편성했다.
정부는 지난달 '석유판매가격 최고액 지정에 따른 손실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규정'을 마련해 구체적인 정산 절차도 확정했다. 정유사들은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의 원가와 판매가격, 운송비, 보험료, 유통비 등 손실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오는 8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산업부는 이후 외부 전문기관의 원가 검증과 최고액정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보전액을 결정할 계획이다. 손실 산정은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이 아닌 실제 원가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변수는 검찰 수사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국제유가 급등기에 휘발유와 경유 공급가격의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협의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이에 동조한 것으로 보고 정유 4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직접 담합 규모를 14조2000억원으로 판단했으며, 추종 인상 효과까지 포함하면 약 26조원의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일부 정유사가 산업부에 실제보다 낮은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허위 보고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부는 검찰이 문제 삼은 허위 보고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 사안으로 이번 손실보전 정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손실보전 자료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고 8월까지 받을 예정"이라며 "검찰이 지적한 허위 보고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 자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실보전금 산정의 기초자료를 담합 혐의로 기소된 정유사들이 제출하는 만큼 정산 과정의 신뢰성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일부 업체의 허위 보고 정황까지 공개한 상황에서 제출 자료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어떻게 담보할지가 정산 절차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정유업계의 손실 산정 기준을 둘러싼 입장 차도 여전하다. 정유업계는 최고가격제로 해외 판매 기회를 잃은 만큼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과 수출 기회비용까지 손실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정부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실제 투입 원가와 적정 수준의 마진만 인정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가 요구하는 손실 규모와 정부가 최종 인정하는 보전액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사가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인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원가와 손실 규모를 교차 검증한 뒤 최고액정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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