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공의 파업 때 중증 사망 막았지만… 덜 아픈 '일반 환자' 죽음 늘었다
2026.07.07 04:31
파업 전후 일반 환자 사망률 18.9% 증가
한정된 의료진, 중증 환자에 집중한 결과
2024년 2월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병원에 의사가 부족해지자 중증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환자의 사망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전공의 집단행동처럼 병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에 대비해 3차 상급 종합병원, 2차 종합병원 등이 환자를 나눠 받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6일 학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발간한 'JAMA(미국의사협회 저널) Network Open' 최신호에는 '전공의 집단행동 기간의 사망·의료 이용·지출 관련 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이 학술지는 세계 4대 의학 학술지로 꼽히는 JAMA 산하에 있다. 박성철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장원모 서울보라매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김대호 미국 시카고대 의대 교수가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은 2024년 2월 윤석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레지던트, 인턴들이 이듬해 8월까지 병원을 떠난 사태를 의미한다. 환자들의 수술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항암 치료가 중단되는 등 의료 현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논문은 건강보험 청구 전수자료 등을 활용해 전공의가 의술을 배우는 수련병원 200곳에서 전공의 집단행동이 전문, 일반, 단순 진료 환자에게 끼친 영향을 따져봤다. 분석 대상은 입원 환자 772만 명과 외래 환자 4,189만 명(누적 집계)이었다. 전문 진료는 대학병원 등 3차 종합병원에서 하는 고난도 진료, 단순 진료는 동네 병·의원에서 가능한 진료다. 그 중간인 일반 진료는 초기 암 등 치사율은 낮지만 주로 2차 종합병원 이상에서 보는 진료를 뜻한다. 이처럼 방대한 건보 정보로 전공의 집단행동의 파급 효과를 측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이 환자 상태 따라 나눠 맡아야"
전공의 집단행동 전후로 일반 진료 환자의 입원 30일 이내 사망률은 0.6%포인트 높아졌다. 증가율로 변환하면 일반 진료 환자 사망률은 18.9% 늘었다. 전문, 단순 진료 환자의 사망률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전공의 집단행동 후 일반 진료 환자 사망률이 오른 이유는 한정된 의료 자원이 전문 진료 환자 치료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의료진이 전문 진료 환자 대응에 민첩하게 반응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사망률은 전공의 집단행동 직후 뛰었다가 병원과 환자들이 의료 대란에 적응하면서 점차 떨어졌다. 전문 진료 환자의 의료 이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집단행동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논문은 이를 두고 한국 의료 체계의 '회복 탄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입원 환자 1건당 평균 지출 병원비 역시 일반 진료 환자는 242달러(11.6%) 증가했고 전문, 단순 진료 환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일반 진료 환자가 입원 후 상태 악화로 비싼 종말기 치료를 받거나, 의료진이 환자 감소에 따른 진료 시간 증가로 과거보다 다양한 검사를 한 게 비용을 늘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논문은 "전공의 집단행동은 대한민국 의료 체계가 가진 회복 탄력성과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집단행동 후 전공의가 없는 비수련병원(주로 2차 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이동 효과도 미미했다. 경증 환자도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한국 특유의 의료 이용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집단행동 기간 일반 진료 환자를 병세가 나빠지기 전 비수련병원에서 수용했더라면 사망률이 떨어졌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논문은 앞으로 제2의 의료계 집단행동 발생 시 3차 종합병원, 2차 종합병원 등이 상태에 따라 환자를 나눠 맡을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논문 공저자인 박 교수는 "정치적인 시선으로 많이 접근했던 전공의 집단행동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복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 한국 의료 체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생산적으로 논의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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