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신호 끄고 '풀액셀'…전쟁 한복판서 1800억원 번 장금상선
2026.07.07 07:29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이 미국·이란 충돌로 세계 원유 물류가 흔들린 틈을 파고들어 한 달 만에 최대 18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전쟁 위험으로 대부분의 선사들이 운항을 줄이거나 회피하는 사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집중 투입하며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펼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선박 추적업체 보텍스(Vortexa), 케이플러(Kpler) 데이터와 해운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장금상선이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를 운송하며 최소 6000만달러에서 최대 1억2000만달러(약 1800억원)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 위치신호 끄고 야간 운항…전쟁 속 '암행 셔틀'
보도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UAE 국영 석유회사 ADNOC가 생산한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만까지 실어 나르는 운송을 맡았다. 이후 해협 밖에서 대기하던 대형 유조선에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으로 위험 구간을 최소화했다.
특히 운항 과정에서는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이동하는 이른바 '다크(암행) 운항'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장금상선 유조선들은 4월 이후 하루 평균 68만배럴의 원유를 UAE 항구에서 실어 날랐으며, 실제 운송량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에는 하루 평균 운송량이 140만배럴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최소 10척의 장금상선 유조선이 해당 노선에 투입됐으며, 이 가운데 3척은 4월 중순부터 지속적으로 운항했다고 전했다.
◆ VLCC 150척 확보…시장 판도 바꾼 '승부수'
장금상선의 대규모 수익은 공격적인 선대 확충 전략과도 맞물린다.
블룸버그는 장금상선이 지난해 말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MSC의 지원을 받아 VLCC를 대거 확보했으며, 올해 2월 말 기준 보유·운용 가능한 VLCC가 약 150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제재나 장기 계약 등에 묶이지 않고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전 세계 유동 선대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장 상황에 따라 선박을 신속하게 재배치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장금상선은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거래 허용 움직임이 나타나자 멕시코만과 카리브해 인근에도 선박을 선제적으로 배치하는 등 글로벌 원유 물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쟁이 만든 운임 급등…'황금 한 달'
유조선 시장은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운임이 급등했다.
블룸버그는 장금상선의 공격적인 선박 확보와 원유 운송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호르무즈 해협 위기 이전부터 VLCC 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유조선 중개업계는 "운임이 가장 높았던 시기에 대규모 선대를 운용한 것은 막대한 이익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이번 수익만으로도 VLCC 투자비 회수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장금상선의 성과에 대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읽은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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