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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에 차려진 도박판…청소년들은 어떻게 도박에 빠지게 됐나 [취재후]

2026.07.07 07:00


'도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어둡고 화려한 조명, 짙은 담배 연기, 카지노에 모여 있는 사람들. 우리에게 익숙한 도박장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기 또 다른 '도박'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이제 스마트폰만 갖고 있으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누구나 손쉽게 도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작은 '도박장'이 매일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손쉬운 도박'은 어느새 청소년들의 일상 속으로도 깊숙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참교육'은 더 이상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었습니다.

■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화려한 도박'

누구나 하루에도 수백 번 이용하는 메신저 앱.

청소년들은 이곳을 자신들의 '작은 도박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일부 청소년들은 오픈 채팅을 통해 참가자를 모으고, 메신저가 제공하는 미니 게임 기능을 이용해 돈을 걸고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박방'을 뜻하는 은어인 '빵방'. 이곳에선 '중독'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넘쳐났고, 개인의 최대 체납액은 200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호기심에서 비롯된 단순한 장난으로 넘기긴 어려운 상황.

"아 '여기서 그만해야지' 하는데 중독이 있기 때문에…
'아 진짜 딱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이렇게 하다가 완전히 돈을 잃은 경우도 있어서..."
- 중학생 참여자

이들은 과연 어떻게 도박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걸까요?

■ "처음엔 게임 아이템 거래였어요."

취재진과 만난 한 10대 참여자는 '빵방'이 처음엔 단순한 게임에서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희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이용자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수준에서 시작한 게임은 점차 아이템을 걸고 승패를 겨루는 방식으로 변질됐고, 이후에는 현금을 걸고 게임을 하는 도박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사이버 도박은 게임을 가장한 채 10대들에게 접근했고, 순식간에 결과가 나오는 특성상 숏폼에 익숙한 10대들을 더 강렬하게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돈을 따는 '재미'를 맛본 10대들은 더 깊게 도박에 중독됐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확인한 빵방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참가자들은 손쉽게 현금을 걸고 게임을 시작했고, 게임 아이템을 '판돈'처럼 내걸고 승부를 가리기도 했습니다.

■ 채무자 협박에 추적까지 일삼던 도박방… 보도 이후에는?

도박방과 유사한 모습은 단순히 '판돈'을 거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채무 금액을 정리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돈을 갚지 않은 참여자들을 추적하거나 협박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어른들이 보여주는 현실의 '도박판'의 모습이었습니다.



KBS 보도 이후 채팅방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취재진을 찾아내자", "경찰이 이런 건 신경 안 쓴다", "나 뉴스 나왔다 ㅋㅋ"라며 상황을 가볍게 여기는 참여자가 있는가 하면,

"나 어떡하냐", "이제 경찰이 수사하는 거 아니냐"며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무심함과 불안이 뒤섞인 반응이 이어지던 채팅방은, 보도 사실이 공유된 지 약 30분 후 결국 폐쇄됐습니다.

■ '이 정도는 괜찮다'던 청소년들, 그들의 반응은

보도 이후, 빵방에 참여했던 한 청소년으로부터 취재진에게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이 청소년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보도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해왔습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청소년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도박이라는 사실조차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게임을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고, 친구들과 돈을 주고받는 정도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행위가 반복되면서 점차 중독으로 이어졌습니다.

■ 더 이상 '일탈'이 아닌 청소년 사이버도박

2025년 기준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은 약 15만 7천 명. 도박을 처음 경험한 평균 연령은 12.5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음성화된 특성을 갖고 있어 정확한 통계 산출이 어려운 청소년 도박의 특성상 드러나지 않은 더 큰 규모의 청소년 도박이 지금도 교실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경찰청은 오는 8월 말까지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음성화된 채 '놀이'로 치부되는 청소년 사이버도박을 일단 양지로 끌어올리는 게 예방과 치료의 첫걸음이라는 판단입니다.

최근 도봉경찰서는 자진신고에 나선 청소년이 상담과 지원을 통해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한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착각 속에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청소년 도박.

이제는 도박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연관기사]
“제비뽑기 한 판?”…카톡 게임에 수백 오가는 10대 도박 단체방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593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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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596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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