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라리 美레딧 가자”…공포의 입틀막법, 디지털 망명 불렀다 [오늘부터 7·7법]
2026.07.07 05:00
6일 중앙일보가 인공지능(AI) 클로드를 이용해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MAU) 1~3위 온라인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에펨코리아·루리웹)에서 정통망법 개정안을 언급한 게시물(댓글 포함) 총 1만57건을 수집(스크래핑)해 분석한 결과, 부정적 반응은 63.2%(6354건)에 달했다. 분석은 정통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해당 커뮤니티 게시판에 ‘정통망법’ ‘7·7법’ 등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을 수집한 뒤 긍·부정 등의 논지를 표현한 것만 AI로 추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댓글을 제외하고 정통망법 개정안에 관한 게시물 본문(2769건)만 분석하면 부정적 반응은 80.4%(2227건)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개정 정통망법에 긍정적 반응으로 분류된 게시물은 1.1%(109건)뿐이었는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본보기로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였다. 개정 정통망법을 가치 중립적으로 언급한 반응은 35.7%(3594건)이었다.
“행동 나서자” 글 다수…디지털 망명 잇따르나
에펨코리아의 한 이용자는 “7·7법이 시행되면 제3의 커뮤니티가 뜰 것”이라며 “불법 사이트처럼 VPN을 써서 들어가거나, 해외에 서버를 둔 커뮤니티가 생겨서 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올렸다. “정통망법 피하려 레딧 간다”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자체를 접겠다는 게시물도 여럿 있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정통망법으로 이렇게 숨통을 막으면 한국인 특성상 못 참고 어딘가로 터진다”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반감만 커지고 집회 규모도 커질 것”이란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헌법소원을 하고 다음 총선에서 투표를 통해 법안 철회를 관철시키겠다”는 글도 있었다.
한 루리웹 이용자는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의 혐오 댓글은 하나도 못 막으면서 응집력 좋은 국내 커뮤니티만 규제한다”고 비판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앞으로는 단정적 표현 대신 ‘~라는 소문이 들린다’는 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일종의 매뉴얼까지 등장한 상태다.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과거 본인 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했을 때도 온라인 이용자는 회피로를 찾았다”며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의견을 얘기하고 싶은 공간을 원하는데, 무엇이 허위이고 무엇이 아닌지 규제하기 시작하면 그 제한이 없는 곳으로 떠나는 게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온라인 정보가 허위조작정보인지 아닌지는 정부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투명성센터’를 통해 지원하는 민간의 ‘사실확인 단체’가 판단한다.
표현 자유 침해 우려 가장 커…“반대파 공격 가능할 것”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정적(政敵)을 봉쇄할 것이란 우려(17.5%)도 컸다. 개정 정통망법에 대해 “정적 제거용, 입맛에 맞는 단체 등을 ‘처리’할 것”이라거나 “어느 정권이든 개정법으로 맘에 안 드는 반대파를 공격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검열법으로 이미 독재에 들어섰다”는 게시물도 있었다. 또 “미국이 검열 반대에 대한 공식 성명을 냈다”며 외국과의 마찰 우려(11.9%)를 제기하는 게시물, “기준이 모호한 것 같은데 경찰 실적용으로 악용될 수도”라며 처벌이 자의적으로 남용될 가능성(4.8%)을 언급한 게시물도 다수 있었다.
오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인지에 대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며 “지금도 불법적인 정보는 ‘임시 조치’에 따라 대부분 가려지고 있는데, 추가적인 규제를 한다면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허위조작정보를 막는 시도는 필요하지만, 이것이 시민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입법적으로 강제되는 방식이 되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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