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밤에 소변 안 누는 법”…유튜브 속 AI 가짜 의사, 왜 못 잡나
2026.07.07 05:00
구독자 3만6000여명을 보유한 한 유튜브 채널은 이 문구를 내걸고 노년층을 겨냥한 건강 관련 영상을 쏟아내고 있다. ‘25년 경력 내과 의사가 매일 식초를 마시는 이유 7가지’, ‘67세 투석 직전 → 꿀로 3개월 만에 탈출’ 등의 각종 영상은 수십만 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A 대학병원 측은 해당 채널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영상에 등장하는 의사 등은 실제 의료진이 아니라 AI로 제작된 가상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AI를 활용한 ‘가짜 의사’ 건강 콘텐트가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지만, 당국의 제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광고 형태가 아니면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아서다.
6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AI 의사 관련 적발, 행정 처분, 부당광고 차단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1월 정부가 AI 발(發) 허위·과장 광고를 막겠다며 AI 생성물 표시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 단속 사례는 전무한 셈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AI 의사를 활용한 광고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런 콘텐트를 제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식약처의 단속은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라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광고에 한정된다. 영상에서 직접 식품,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의료법도 AI 의사를 활용해 건강 관련 거짓 정보로 시청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직접 제재할 근거가 없다.
AI 의사가 등장하는 건강 영상은 주로 유튜브 조회 수와 광고 수익, 제휴 마케팅 등을 통해 돈을 번다. 허위·과장 건강 정보를 미끼로 시청자를 모으는 행위가 사실상 영리 활동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이달 중 AI 의사 등 AI 활용 영상형 부당광고에 대해 점검하겠다”라며 “직접 판매하는 광고가 아니더라도 유튜브에서 판매 페이지가 연결되는 등 판매 의도가 있는 광고로 판단되면 영업자의 부당한 표시·광고에 대한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잘못된 건강 지식을 전달해 이용자의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AI 의사 콘텐트 중에는 위험한 내용이 적지 않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함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AI 의사는 소비자들이 실제 전문가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고, 관련 정보는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 공백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의원은 “정부가 AI 생성물 표시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지만 5개월간 단속 실적이 전무하다는 것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며 “의료법과 식품표시광고법·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을 함께 정비해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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