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이상 약 먹어도 혈압 안 떨어지면 ‘부신’ 의심해야
2026.07.07 00:06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박신정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
대한고혈압학회의 ‘2025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인구의 29%(약 1260만명)가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유전적 원인과 노화, 비만, 식습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엔 고혈압 환자의 약 10∼13%가 특정 질환이 원인인 ‘이차성 고혈압’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경우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혈압이 크게 개선되거나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어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러 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약을 늘리기보다 원인 질환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이란 생소한 질환이 그런 이차성 고혈압의 흔한 원인 중 하나여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양대병원 외과 박신정 교수는 6일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생겼거나 3가지 이상 약을 먹어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면 콩팥 위에 붙은 내분비기관인 ‘부신’의 문제로 생기는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을 염두에 두고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이차성 고혈압의 대표적 원인 질환인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에 대해 박 교수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의 이름이 생소하다.
“양쪽 콩팥 위에 붙은 작은 내분비샘인 ‘부신’에서 분비되는 알도스테론 호르몬이 과다 생성되는 질환이다. 알도스테론은 우리 몸의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을 유지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중요한 호르몬인데,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나오면 혈압이 상승하고 혈액 속 칼륨이 낮아질 수 있다. 저칼륨혈증은 근육 약화, 심혈관계 증상과 관련 있다. ‘일차성’이란 말은 알도스테론의 과다 분비 원인이 부신 자체에 있다는 뜻이다.”
-부신 자체의 문제가 뭔가.
“두 가지다. 하나는 한쪽 부신에 생긴 종양 때문에 알도스테론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다. 악성 종양인 부신암은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양성 종양이다. 다른 하나는 양쪽 부신이 과증식해 알도스테론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일부 환자에게선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문 질환인가.
“과거에는 혈액 속 칼륨 수치가 낮은 저칼륨혈증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에게서만 알도스테론증을 의심했기 때문에 드문 질환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혈중 칼륨이 정상인 환자도 많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생각보다 흔한 질환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외 연구를 종합하면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유병률은 전체 고혈압의 5∼13%, 난치성(저항성) 고혈압의 17∼20%까지 보고된다. 국내 연간 발생 환자 수는 선별검사 시행률이 낮아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수를 고려하면 실제 환자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진단되는 환자는 그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크다. 30∼50대의 젊은 연령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 검사를 받아야 하나.
“2024년 유럽심장학회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확진된 모든 성인 고혈압 환자에서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선별검사를 고려하도록 권고 범위를 확대했다. 단, 국내에선 저항성 고혈압, 젊은 나이 고혈압, 부신 우연종(건강검진 과정에 부신에서 우연히 발견된 종양), 반복되는 저칼륨혈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40세 미만의 뇌졸중 또는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 고위험군 중심으로 우선 선별검사를 하고 있다. 향후 검사의 범위를 넓혀 해외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진단할 필요성이 있다.”
-의심할만한 중요 단서는.
“이뇨제를 포함해 혈압약을 3가지 이상 복용해도 혈압이 목표치 이하(130/80㎜Hg)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나 약을 4가지 이상 써야 하는 경우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날 측정한 혈압이 세 번 이상 150/100㎜Hg를 초과할 때도 마찬가지다. 저칼륨혈증도 중요한 힌트다. 반복적인 저칼륨혈증은 대개 혈액 검사에서 발견된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진료 중 받은 혈액검사에서 칼륨 수치가 낮게 반복되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왜 조기 진단이 중요한가.
“일차성 알도스테론증은 단순히 혈압만 높이는 질환이 아니다. 과도하게 분비된 알도스테론은 심장과 혈관, 콩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일반 고혈압보다 심방세동, 뇌졸중, 심부전, 만성 콩팥병 등 합병증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질환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한쪽 부신에서만 알도스테론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 부신 절제술을 통해 원인을 치료할 수 있다. 양쪽 부신에서 호르몬이 과다 생성되는 경우엔 알도스테론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을 쓴다. 둘 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크고 장기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생겼거나 여러 약을 먹어도 혈압 조절이 어렵거나 저칼륨혈증이 반복되거나 검진에서 부신 종양이 우연히 발견된 경우에는 ‘혈압이 높은 체질’로만 생각하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혈압 환자라면 규칙적인 혈압 측정, 약물 복용, 염분 조절, 체중 관리와 함께 자신이 선별검사가 필요한 고위험군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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