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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의 벽 높았다…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독일 품으로

2026.07.06 23:26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막판 경쟁…독일 TKMS 사실상 확정
나토 결속·경제효과가 최종 변수로 작용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photo 한화오션


캐나다 정부가 최대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방산업체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사실상 선정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한국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캐나다 정부가 차세대 잠수함 건조 사업자로 독일 TKMS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후 핼리팩스에서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할 디젤 추진 잠수함 획득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로, 캐나다 해군이 보유한 2400t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최대 3000t급 신규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잠수함 건조 비용만 200억~300억 캐나다달러, 우리 돈 약 22조~33조원으로 추산된다. 도입 뒤 30년간 운영·정비·성능개량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 규모는 최대 600억 캐나다달러, 약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발표가 곧바로 최종 계약 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브앤드메일은 대형 방산 사업 절차상 이번 발표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며, 캐나다 정부와 선정 업체 간 협상이 이어져 최종 계약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맥긴티 캐나다 국방부장관, 김민석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부터)이 2025년 10월30일 거제도 한화오션조선소에서 잠수함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국 업체들은 이번 사업에서 독일 TKMS와 막판까지 경쟁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를 앞세워 빠른 납기와 장기 잠항 능력, 수직발사대(VLS) 탑재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지난 5월에는 3000t급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캐나다 해군과 전장 정보를 공유하는 등 성능과 상호운용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연도 진행했다.

캐나다 정부는 한화오션의 KSS-Ⅲ 배치Ⅱ와 TKMS의 212CD 모두 군사적 요구를 충족한다고 평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선택에는 성능뿐 아니라 나토 동맹과의 안보 협력, 캐나다에 제공할 경제적 효과와 산업 협력 규모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TKMS의 212CD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북방 해역 작전을 위해 공동 설계한 모델로, 나토 상호운용성과 북극 환경 운용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캐나다가 북극과 대서양, 태평양 해역 방어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나토 동맹국인 독일·노르웨이와의 협력이 안정적인 선택지로 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가 최근 유럽과의 안보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독일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비유럽연합 국가로는 처음으로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인 '세이프' 참여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캐나다가 나토 및 유럽과의 방산 협력을 더 중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절충교역 측면에서도 독일이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있다. 캐나다는 국방 물자 도입 때 계약 금액의 100%를 국내 산업에 환원하도록 하는 산업·기술적 혜택(ITB)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핵심 광물 수입, 북극 기지 현대화 참여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1월 26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잠수함 사업 등 방산협력 논의를 위해 캐나다로 출국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photo 뉴스1


한국 역시 대규모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시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현지 기업과 손잡고 부유식 LNG 생산설비 구축에 참여하고, 캐나다 자동차부품협회(APMA)와 협력해 K9 자주포와 천무 등 국산 무기의 현지 생산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현지 기업 100여 곳과 협업해 연간 수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캐나다가 독일을 택한 것은 나토 동맹과의 결속, 유럽산 방산 제품을 우선 고려하는 기조, 장기적인 안보 협력 구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나토 비회원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수주전에서 이른바 '나토의 벽'을 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꼽혀왔다.

다만 한국 방산이 이번 경쟁에서 독일과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잠수함 기술 선도국인 독일과 대등한 수준의 경쟁을 펼치며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을 국제 시장에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향후 유럽과 북미 방산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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