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부터 네오펄스까지…K게임 주도권 쥔 '차이나머니'
2026.07.06 17:46
퍼블리싱(유통) 파트너나 2대주주 지위에 머물던 중국계 자본의 한국 게임사 투자가 '경영권 인수'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큰 자본력을 지닌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국내 주요 게임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넘어 지배구조의 근간까지 재편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게임업계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 게임사 지분 파고든 중국계 자본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4.01% △시프트업 34.66% △넷마블 18.37%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는 세 회사 모두에서 2대주주다. 중국 게임사 아워팜도 웹젠 지분 20.66%를 보유한 2대주주다.텐센트의 크래프톤 지분율은 창업주 장병규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 15.05%와 1.04%p 차이에 불과하다. 시프트업에서도 텐센트는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핵심 주주다.
넷마블은 텐센트가 주요 주주로 들어와 있는 또 다른 대형 게임사다. 크래프톤·시프트업·넷마블 모두 국내 게임업계에서 주요 기업들로 꼽힌다.
중견 게임사도 예외는 아니다. 웹젠은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뮤' IP를 보유한 회사다. 아워팜의 웹젠 투자는 중국계 자본이 국내 주요 게임사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활용도가 있는 IP 보유사에도 들어와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계 자본이 국내 게임사 경영권을 검토한 전례도 있다. 2019년 고(故) 김정주 NXC 창업자가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때 텐센트도 인수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래는 최종 무산됐다.
중국계 자본의 투자는 IP 퍼블리싱 전략과도 연결돼 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공동 개발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중국 서비스에서도 텐센트가 현지 파트너 역할을 맡았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게임사들이 중국 기업과 협업하는 배경에는 중국 시장의 규모와 규제 구조가 있다. 중국은 인구와 자본을 갖춘 대형 게임 시장이다. 중국디지털출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게임 시장 실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38% 증가한 971억7200만위안(약 22조원)을 기록했다.
해외 게임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 퍼블리셔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가 판호 제도로 외국산 게임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호는 중국 정부가 게임의 유통과 서비스를 승인할 때 부여하는 허가 번호로, 해외 게임에 발급되는 '외자판호'와 자국 게임에 발급되는 '내자판호'로 나뉜다.
현지 퍼블리셔는 글로벌 게임사들의 판호 신청과 심사 대응, 서비스 운영을 맡는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유통망과 규제 대응 역량을 갖춘 파트너가 필요한 구조다. 중국계 자본의 지분 투자와 퍼블리싱 협력이 함께 나타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2대주주 넘어 경영권 넘어간 위메이드
중국계 자본의 국내 게임사 투자는 그동안 주요 주주 지위 확보와 중국 서비스 협력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흐름이 경영권 거래로 확장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위메이드 거래가 대표적이다.지난달 30일에는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보유 지분 전체(39.33%)를 알리바바와 관계가 깊은 투자 플랫폼 네오펄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0월30일 거래가 완료되면 네오펄스는 기존 보유분을 포함해 위메이드 지분 40.25%를 확보하고 최대주주가 된다.
지금까지 중국계 자본의 국내 게임사 투자는 대체로 주요 주주 지위 확보에 머물렀다. 텐센트는 크래프톤·넷마블·시프트업에서, 아워팜은 웹젠에서 각각 2대주주다. 반면 위메이드 거래는 중견 게임사의 최대주주 변경과 경영권 이전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례와 구분된다.
경영권 이전은 2대주주 투자와 다르다. 2대주주는 주주로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만 회사의 최종 의사결정권은 최대주주와 이사회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최대주주 변경은 지배구조의 출발점이 바뀌는 일이다. 위메이드 거래가 국내 게임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 한국 게임사는 자본 규모상 부담이 크지 않은 매물이다. 이날 종가 기준 텐센트 시가총액은 801조원, 알리바바는 354조원 수준이다. 한국 최대 게임사인 넥슨재팬 시가총액 17조원과 차이가 크다. 이 같은 자본력 차이는 중국 기업들이 국내 게임사 인수나 대규모 지분 투자를 검토할 수 있는 배경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게임사 지분을 사들인 텐센트는 투자 이후에도 경영 자율성을 크게 흔들지 않는 편이었다"며 "반면 위메이드는 경영권 이전을 동반하는 거래인 만큼 텐센트의 기존 투자 사례와 다르기 때문에 실제 변화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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