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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람잘 날 없는 ‘통합사관’…“軍전문성 훼손” 생도들 우려

2026.07.06 16:12

정부가 육군사관학교의 지방 이전을 포함한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합을 속전속결로 추진하는 가운데 사관학교 생도들이 각군의 전문성 훼손 등에 대한 우려를 정부에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통합사관학교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사관학교 총동창회, 민·관·군 자문위원회, 정치권 등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 격인 생도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이들의 입장이 확인된 것이다.

올해 2월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82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졸업을 자축하며 정모를 높이 던지고 있다. 육군=연합뉴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과 국회 국방위원회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가 진행한 최근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 간담회에선 “각군 전문성 및 정체성 훼손”에 대한 생도들의 “우려” 표명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생도들은 또 “지방 이전으로 인한 우수 인재 유입 제한”과 관련한 대책을 묻거나 “특정군 위주의 교육 설계”가 이뤄질 가능성 등에 대해 질의했다.

일각에선 육·해·공사 통합 시 입학생들의 ‘공군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생도들 역시 “(육·해·공군 가운데)원치 않는 군종 배정에 대한 해결책”을 묻거나 “각군 전문 교육 시기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 개진도 했다고 한다.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통합사관학교를 추진하며 생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돌며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5월 27일 육사를 시작으로 지난달 10일과 15일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를 방문했다. 국방부는 간담회 관련 내용에 대해 “활발한 소통”과 “솔직한 의견”이 있었다는 정도로 표현했다.

이 가운데 전남광주통합시 장성으로 이전이 거론되는 육사는 교수와 생도들이 통합사관학교에 대해 우려 섞인 의견을 다수 냈고, 사실상 성토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간담회에서 “각군의 정체성 및 전문성 보장”을 위한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우수 인재와 교수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명품 사관학교를 설계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를 안 장관이 직접 설명했는지, 배석한 국방부 관계자가 설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올해 2월 충북 공군사관학교 성무연병장에서 열린 제74기 공군사관생도 졸업식에서 74기 졸업생들이 졸업을 기념하며 독수리 구호를 외치며 환호하고 있다. 공군=뉴시스
국방부는 또 “각 사관학교에 국방부 안을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임종득 의원실에 답변했다. 이는 생도 간담회 당시 정부의 개편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처분의 대상’이 되는 사관 생도들에게 구체적인 개편 방향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다는 뜻도 될 수 있다.

현행 사관학교 체제에 대해선 입학생들의 선호도 저하 등 시대 변화에 맞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꾸준히 있었다. 다만 군종의 통합 등 방법론과 시기에 관해선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를 비롯해 진보·보수 진영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 이었다”(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등)는 시각과 “이재명 정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이나 설명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하려 한다”(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비판이 충돌하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 정부가 통합사관학교에 속도를 내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커리큘럼과 각 군종의 경쟁력 강화 방안 등 본질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통합사관학교를 신설하면 교육시설 외에도 생도 생활관과 교직원 연구·숙소동을 새로 지어야 하고, ‘통합 제복’도 새로 제작하는 등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잡음이 커지는 가운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입장인 국방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6일 오전 안규백 장관이 직접 밝힐 예정이던 ‘통합사관학교 기본계획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정부 차원에서 안 장관의 일정 변경이 있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청와대가 급히 발표 시기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안 장관은 오는 7~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수행단으로 참석한다. 이날 순연된 통합사관학교 기본계획 발표는 안 장관의 귀국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선 인구 수나 경제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프랑스·영국 등은 육·해·공군 장교 육성을 각각의 교육 기관에서 한다. 미국은 육군 장교 육성을 위한 웨스트포인트, 해군의 아나폴리스, 공군의 콜로라도 스프링스 교육기관 등이 있다. 캐나다군은 1968년 합동성 증진을 이유로 육·해·공군의 구분을 없앤 뒤 교육 체계도 왕립사관학교로 일원화했다. 이후 전문성·사기 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고 2011년부터 육·해·공군의 군종 자체는 부활시켰으나, 왕립사관학교 체제는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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