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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엔 받아줄 병원이 없었다”…110㎞ 달려 ‘원정 분만’

2026.07.06 19:16

전북 거점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중단 위기
전남대병원에서 응급 분만한 이의리씨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 면회를 하려고 대기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전북이 집인데, 고위험 산모인 저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어요.”

지난 4일 오후 전남광주 동구의 전남대병원. 전북 전주에 사는 이의리(36)씨는 집에서 110㎞나 떨어진 이곳에서 응급 분만 수술을 받았다. 임신 38주에 2.2㎏ 미숙아로 태어난 이씨의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입원했다.

동네 산부인과를 다녔던 이씨는 지난달 말께 아기의 몸무게가 늘지 않고, 심장 이상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태아의 이상 소견을 들은 이씨는 전북에서 분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이 있는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이 난색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고위험 산모를 가장 많이 맡았던 권역모자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에서 최근 전문의 공백으로 신생아중환자실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몰리면서 ‘충격파’가 커졌다. 전북대병원을 가지 못한 고위험 산모들이 나머지 두 병원으로 몰린 탓에 이씨는 ‘원정 분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신생아실 전담 교수님이 2일부터 휴가를 냈다”며 “파견 전문의 1명을 구했지만, (담당 교수 복귀 전까지) 환자를 제한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휴가 중인 김진규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과중한 업무로 사직을 결심한 상태다.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소아청소년과 교수 2명이 잇따라 병원을 떠나면서 전북대병원 신생아실은 김 교수와 계약직인 입원전담전문의 2명이 맡아왔다. 홀로 신생아 중환자 진료를 맡은 김 교수는 주 90시간에 50시간 가까운 연속 근무를 감당해야 했다. 가뜩이나 지역 분만 인프라가 취약한 속에서 거점병원의 전문의 공백은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씨는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신생아 심장을 진료하는 세부 전문의 부재, 신생아중환자실 부족 등의 이유로 병원 10여곳에서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고위험 임신의 경우에는 분만 이후 곧바로 중증 신생아 진료를 위해 소아외과, 소아심장 등 배후진료가 가능해야 한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뒤 고향 전주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이씨는 “그동안 지역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생활했다”며 “하지만 생명과 연결되는 의료에서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하자 지역에 살기 때문에 겪는 소외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부에선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먼저 지역에서 안전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창원 대한신생아학회 부회장은 “지역의 거점병원이 흔들리면 주변 권역이나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산모와 신생아가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담간호사 확충, 입원전담전문의 지원 등이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신생아학회는 지난 3일 호소문을 내어 “신생아 분과 전문의 한두명이 24시간 365일 해당 지역의 고위험 신생아를 감당하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무너져 내리는 신생아중환자실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긴급 조치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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