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이 바꾼 완성車 생산… 컨베이어 없애고 셀 오가며 작업
2026.07.06 17:53
기존 컨베이어벨트 생산 탈피
유연성 높인 '셀 생산' 채택해
맞춤형·SDV 등 수요에 대응
AI가 생산계획 세워 지시하면
자율주행 로봇이 운반·작업
디지털트윈 기술로 효율 제고
휴머노이드 등 신기술 검증도
완성차 생산 방식이 100여 년 만에 대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산업혁명의 상징이었던 컨베이어벨트와 반세기 동안 제조업 표준으로 자리 잡은 도요타 생산 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이 생산 전 과정을 제어하는 자율 제조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생산량과 원가 중심이었던 제조 경쟁은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생산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 자동차 산업 바꾼 생산혁신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생산 혁신의 역사였다. 1913년 포드는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를 도입해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다. 자동차가 작업자를 찾아가는 방식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고 자동차를 대중 소비재로 바꿔 놓았다. 1950년대 도요타는 필요한 것을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적시생산(JIT)을 핵심으로 한 TPS를 구축하며 또 한 번 제조업의 공식을 바꿨다. 재고를 최소화하고 낭비를 줄인 생산 체계는 이후 전 세계 제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전기차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개인 맞춤형 생산이 확산하면서 포드와 도요타가 주도했던 전통적 생산 방식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시장 수요는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차량은 출고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진화한다. 동일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 체계를 바꾸는 능력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최전선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있다. HMGICS는 자동차 공장의 상징이었던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생산 공정을 독립적인 셀(Cell) 구조로 재편했다. AI가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로봇이 작업을 수행하며 디지털 트윈이 전체 공장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제조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 사람 대신 AI 중심 공장으로
HMGICS의 핵심은 자동차 공장의 상징인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생산 공정을 27개 셀로 분산한 것이다. 차량은 하나의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대신 필요한 작업이 가능한 셀을 오간다. 차종이 달라도 같은 설비를 공유할 수 있어 생산량보다 생산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물류도 기존 방식과 다르다. 부품을 작업자가 직접 운반하는 대신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필요한 셀까지 자동으로 공급한다. 로봇은 실시간 생산 일정에 맞춰 이동 경로를 바꾸고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한다. 사람은 반복 작업보다 품질 관리와 공정 개선에 집중하는 구조다.
HMGICS가 주목받는 것은 생산 방식을 바꿨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장을 운영하는 주체를 사람 중심에서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하고 있어서다. 기존 자동차 공장은 사람이 생산 계획을 세우고 설비가 이를 수행하는 구조였다. 생산량과 작업 순서, 물류 동선, 부품 공급까지 대부분 사전에 결정됐다. 생산 라인은 한번 구축하면 쉽게 바꾸기 어려웠고 새로운 차종을 투입하거나 공정을 변경하려면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HMGICS는 이 같은 고정형 공장을 데이터 기반 공장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장 전역의 설비와 물류장비, 산업용 로봇은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연결된다. 설비 가동률과 작업 시간, 물류 이동, 품질 정보 등 공장 안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된다. 수집된 데이터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메타 팩토리'로 전달된다. 실제 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한 디지털 공장에서는 AI가 생산성과 설비 배치, 물류 흐름을 분석하고 최적의 생산 시나리오를 계산한다. 새로운 생산 방식을 실제 공장에 적용하기 전에 가상 공장에서 먼저 검증하는 구조다.
기존 공장이 경험에 의존해 생산 계획을 수립했다면 HMGICS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 계획을 지속해서 수정한다. 고객 주문이 바뀌거나 특정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AI가 생산 순서를 다시 계산하고 물류 동선을 최적화한다. 공장이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운영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다.
품질 관리에서도 AI가 담당하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공정마다 설치된 비전 시스템과 센서가 조립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즉시 작업 조건을 수정하거나 검사 공정을 추가한다. 생산이 끝난 뒤 불량을 찾아내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품질을 관리하는 체계다.
◆ 미래기술 검증 테스트베드 역할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단순한 생산공장이 아니라 미래 제조 기술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3만대에 불과하지만 여기에서 검증한 기술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한 글로벌 생산 거점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를 통해 휴머노이드가 물류와 부품 운반을 넘어 조립과 검사, 품질 관리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AI가 판단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피지컬 AI 제조를 현실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컨베이어벨트가 자동차 공장의 상징이었다면 앞으로는 AI와 데이터가 공장의 핵심 인프라스트럭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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