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군공항 부지에 호남 반도체 단지
2026.07.06 17:53
평지 250만평·KTX역과 인접
"오직 속도전" 원전 건설 시사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호남 반도체 팹 건설 장소를 광주 군공항 부지로 확정 지었다. 전남광주 무안군으로 공항을 이전하는 동시에 부지를 조성해 착공을 앞당길 계획이다. 무안군민 반발과 안보 공백, 정화 작업 등의 장벽을 얼마나 빨리 넘어설지가 관건으로 분석된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6일 ‘메가 프로젝트 민관합동점검회의’ 후 브리핑을 열어 “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공항과 탄약고 이전 부지 등을 포함해 820만㎡에 반도체 팹을 지을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회의 첫머리 발언에서 “그야말로 오직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이미 있다면 그 결과를 원용하는 게 중요하겠고, 새로 실시하더라도 기간을 대폭 단축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또 “(토지 수용 과정에서) 협의 취득과 강제 수용 절차를 동시에 시작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전력이 문제가 될 텐데, 빠른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며 “‘재생에너지는 많지만 기저 전력이 혹시 문제 되지 않을까’ (기업들이) 그런 걱정을 한다고 하니 우려 문제까지 선제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신설 등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정부가 광주 군 공항 부지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결정하면서 비수도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 정부는 대통령실 주도의 원스톱 관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 등 까다로운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파격적인 속도전을 펼칠 방침이다. 그러나 실제 착공과 가동까지는 각종 인허가와 핵심 인프라 확보 등 넘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경영진 역시 현장을 찾아 입지 조건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긍정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군 공항 이전 절차와 토지 정화 작업이다. 당장 전남광주 무안군민의 반발, 안보 공백, 토지 오염 정화 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광주 군 공항을 비우려면 무안군에 새로 설비를 완비한 기지를 마련한 뒤에야 이전이 가능하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미 공군기지도 함께 자리 잡고 있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양국 간 합의 절차도 필수적이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군 공항을 비울 수 있는 방법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기에 옮기겠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군 공항 특성상 기름 등으로 오염된 물질을 정화해야 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강 실장은 “토지 오염을 정화하는 데 보통 1~2년씩 걸리기도 하는데, 그런 과정을 최대한 당겨 적재적소에 필요한 것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청와대와 정부는 임기 내 착공 및 건설 완료를 위해 부처 총동원령을 내리는 ‘파격적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만나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 구축과 인재 확보 방안, 주거·교통·교육 등 정주 여건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강 실장은 “한 달 정도 뒤에는 구체적인 다른 윤곽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벤치마킹한 모델은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 사례로 알려졌다. 구마모토 공장은 2022년 4월 착공해 가동까지 단 1년10개월이 걸렸다.
속도전의 핵심은 통상 사계절 조사를 거치느라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 절차의 간소화다. 정부는 수질, 대기, 토양 등 각 분야의 평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관련 부처와 전문 연구기관을 동시에 투입해 일괄 평가하는 원스톱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공기업 인프라 건설 시 필수인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거나 사전 환경성 검토 단계를 간소화해 행정 소요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속도전의 실현 가능성이 결국 지방자치단체 인허가와 주민 민원을 얼마나 빠르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상태에서 공장 건물만 지었던 미국 테일러 공장이나 일본 구마모토 공장과 같은 사례와 달리 호남 클러스터는 맨땅에 전력계통망과 송전선로를 신설해야 해 주민들과의 대규모 민원 협상과 보상 절차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정부가 주도해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속전속결로 진행한다면 기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환경영향평가 등을 담당하는 전문 연구기관들은 사후 부실 평가의 책임 위험 때문에 무작정 속도만 내기보다 꼼꼼한 분석을 선호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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