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도 못 쓰노" '무섭노'가 불러온 '사투리 vs 일베' 논쟁…어디까지 가나
2026.07.06 17:48
|
걸그룹 멤버의 “무섭노”라는 표현을 두고 시작된 논란이 정치권과 문화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경상도 방언을 과도하게 검열한다는 비판과, ‘일베식 혐오 표현’의 사회적 맥락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논쟁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아이돌 발언에서 시작된 ‘-노’ 논란
정치권으로까지 논란이 번진 계기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이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며 영남 방언의 ‘나’와 ‘노’는 구별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층에서도 의문문 끝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베식 표현인 만큼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논란의 출발점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 올라온 영상이다. 경남 거제 출신인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는 같은 그룹 멤버 미나미의 일본 자택을 방문한 콘텐츠에서 제작진이 “뭐야 무섭노”라고 말하자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답했다.
|
이후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은 원이의 표현이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이른바 일베식 말투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베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방식으로 문장 끝에 ‘노’를 붙이는 표현이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조국 “일베식 ‘노’는 근절”…이준석 “낙인찍기”
조 전 대표는 이후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은 경상도 말 용법의 문제가 아니라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잘못된 행위임을 알려야 한다”며 청년층의 사용도 문제 삼았다.다만 SBS 드라마 ‘김부장’ 원작 웹툰을 둘러싼 일베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한 일베 오해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 박태준 작가의 웹툰 ‘외모지상주의’ 배경 간판이 ‘Rock Owling’으로 읽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인 부엉이바위를 연상시킨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hanwon rock bowling’이라는 해석을 소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작품 속 ‘5분 23초’ 장면에 대해서는 “5.23 사용 이유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작가는 과거 “고인을 조롱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경남 거제 출신 스물두 살 아이돌이 고향 말로 ‘무섭노’라고 했다는 이유로 일베 낙인이 찍혔다”며 “언어학자들이 동남방언에서 ‘노’는 의문뿐 아니라 감탄과 독백에도 쓰인다고 설명해도 낙인찍기는 멈추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상도 사투리 끝말인 ‘노’를 피휘(일부를 생략하거나 뜻이 통하는 다른 글자로 바꿔 씀) 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젊은 세대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감수성과 기억, 엄숙함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숨 막히는 감시 사회”라고 비판했다. 그는 “스무 살 남짓 된 아이돌의 방언까지 들먹이며 갈라치기를 해야 하느냐”며 “방언마저 기계적 일베 표현으로 낙인찍는 모습은 경악스럽다”고 했다.
“사투리다” vs “일베식 표현이다”
‘-노’ 표현의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문화계 전반으로도 확산됐다.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김현지 MBC경남 PD는 SNS에 “여성 아이돌과 PD가 사이좋게 ‘노노’를 주고받고 있어 속상했다”며 “혐오 표현에 뿌리를 둔 표현임을 알았을 때의 선택은 태도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경북 안동 출신 방송인 김시덕은 SNS에 “세상이 와이리 무섭노?”라고 적으며 “리센느 원이의 ‘무섭노’는 의문형 종결어미가 맞다”고 반박했다. 경상도 출신 네티즌들도 “무섭노, 잘했노, 와이카노 같은 표현은 실제 일상에서 사용한다”, “같은 경상도라도 지역마다 용법이 다르다”며 일베몰이는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놨다.
논란이 커지자 국립국어원에도 ‘-노’ 어미의 용법을 묻는 질의가 올라왔다. 국립국어원은 “‘우리말샘’에서는 ‘-노’를 경상도 지역 방언으로,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에서 쓰이는 종결 어미로 풀이하고 있다”면서도 “세부적인 쓰임은 학자마다 견해가 달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일베 코드’ 논쟁…어떻게, 어디까지 ‘검열’ 해야하나
|
이번 논란은 단순히 ‘-노’라는 어미 하나를 둘러싼 문제가 아니다. 지역 방언까지 혐오 표현으로 낙인찍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과, 온라인에서 특정 표현이 실제 혐오 코드로 소비돼 온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6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사상과 사투리까지 재단, 스타벅스도 못 가고, 사투리도 마음대로 못 쓰는 검열사회”라며 “전체주의 홍위병들을 보는 듯 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1020 극우가 온다’의 저자인 정민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조롱→걸림→사과문→무사히 끝이라는 네 칸짜리 알고리즘이 일베 놀이의 전부”라며 “사과는 반성이 아니라 무마 절차가 되고, 그 무마가 먹히는 순간 놀이는 이긴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논란은 최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벌어졌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선수들이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친 것이 일베식 응원 구호라는 논란으로 이어졌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해당 학교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후 보수권에서는 징계가 과도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만 언어학계에서는 ‘-노’의 쓰임을 일베식 표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안태형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동남방언의 ‘-노’는 의문형 어미이지만 혼잣말이나 한탄, 독백 등 감탄의 의미로도 폭넓게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표현이라도 사용된 맥락과 의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방언과 혐오 표현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aftershock@sedaily.com
[서울경제 관련뉴스]
삼성·SK하닉이 美증시 좌우하는 날이 올 줄은 [트럼프 스톡커]
엔비디아칩 478배 앞선 중국칩 등장…‘디지털 뇌 쌍둥이’ 만든다
올 상반기 주가 상승률 1위는 ‘756%’ 삼성전기 [코주부]
백종원 “내가 원조다” 외쳤는데…“아니다” 선 그은 법원 판결 보니
트럼프는 1조 벌었는데…밈코인 투자자 99만명은 손실
“웨딩링 250만 원 더 싸”…원화 약세에 중국인 여행객 늘었다 [박시진의 글로벌 픽]
한주간 삼전닉스 레버리지 1.8조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 [마켓시그널]
현대차 아틀라스, 월드컵 16강전 ‘깜짝 등장’…손흥민 세레머니에 공 전달 퍼포먼스
이란전쟁 틈타 14조 짬짜미…‘유가담합’ 4개 정유사 임직원 무더기 재판행
메리츠證 “삼성전자, 영업익 90조 돌파 전망…‘50만전자’ 간다” [줍줍 리포트]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논쟁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